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와씨. 진짜 미쳤냐고! 사람이 너무 놀라고 기가 막히면 욕 나오잖아요. 책도 너무 재미있으니 페이지마다 욕이 튀더라구요. 저도 종종 잊는 제 독서 취향 중의 하나가 "막장"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여자를 사랑하고 서로 죽이려고 하는 그런 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책 욕하면서 정신없이 읽구요. 호구 하나 잡아서 십 년을 울궈먹는 살인마 꽃뱀이 등장하는 <아낌없이 뺏는 사랑>도 이런 주인공 용납 불가라며 남들이 별점 두 개 줄 때 저는 별점 열 개 박았어요. 임성한, 김순옥, 문영남 저리 가랍니다. 장인정신으로 버무린 막장 맛, 찐잼이 여기 있어요. 독자님들아 입 여세요. 지금 막장 들어갑니다.



난 당신들 모두를 사랑해, 서로 다르게 그리고 똑같이.”



개소리 진지하게 하지 마! 욕 나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남자 세스에겐 아내가 셋입니다.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목요일 써스데이까지. 책소개를 읽고 <아내들>을 펼친 처음에는 세스가 써스데이를 속인 채로 결혼하고 써스데이가 결혼생활 중에 월요일과 화요일의 존재를 알았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전, 써스데이는 세스와의 네 번째 만남 때 이미 본처인 세스의 화요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세스가 직접 고백하거든요. "화요일을 사랑하지만 그녀는 출산이 싫대. 내게는 아이를 낳아줄 새로운 여자가 필요하고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네 생각은 어때? 아참, 나는 화요일과도 안헤어질거야. 우리 아버지는 모르몬교도로 아내가 많았고 나도 중혼주의자거든." 세스는 선택권을 줍니다. 써스데이는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는 올바른 결정을 하지만 그건 채 한 달을 못넘길 일이었어요. 조각 같은 미남에 부자, 써스데이를 만나는 동안만은 세상 누구보다 그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남자. 과거에도 현재에도 아마 미래에는 더더욱 세스 같은 남자는 없겠죠. 세스는 전화를 들고 그의 번호를 눌러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알아야 한다.

내 남편의 첫 아내의 비밀을 밝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 미쳐버릴 것이다.”



세스와 약속했습니다. 다른 요일의 아내를 궁금해하거나 질투하지 않겠다구요. 일주일에 딱 하루만 독차지할 수 있는 남편을 써스데이는 자그마치 5년을 견뎠습니다. 아이만 생기면 화요일에게서 남편을 뺏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있었죠. 유산을 하고 자궁을 영영 잃어버린 다음에는 월요일을 만든 세스를 위해 화요일과 마찬가지로 이혼을 해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요. 세스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병원 영수증. 그 영수증이 촉발제가 되었습니다. 세스는 세 번째 아내 월요일을 찾아갑니다. 마치 집을 구경 온 사람처럼 행세하며 그녀와 친구가 되요. 그리고 알게 되죠. 아내들을 똑같이 사랑한다던 세스가 자신의 아파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저택을 월요일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을요. 자신과는 집밖에도 나가지 않는 그가 월요일과는 멕시코 여행까지 다녀왔다는걸요. 속물 같지만 어떨 땐 그 속물스러움으로 마음의 위치가 파악되는거 아니겠어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뱃속을 찬물로 눌러삼키던 써스데이가 문득 발견합니다. 월요일의 몸에 새겨진 손가락 자국처럼 보이는 멍. 간호사인 써스데이의 눈엔 확연한 폭력의 흔적. 내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여자였던가. 그것도 임신한 아내를?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기분이 나아진다.

온 세상이 나와 마찬가지로 허술하고 외롭다.”


한 남자를 지나치게 사랑해 하지 말았어야 하는 선택을 한 여자 써스데이. 그녀는 중혼 사실을, 수치심을 가중하는 치부를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목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요일의 외로움은 온전히 써스데이의 몫이었지요. 남편의 다른 아내들을 캐며, 월요일의 몸에 만날 때마다 다른 위치의 멍이 생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써스데이는 혼란에 빠집니다. 외로움보다 세스에 대한 사랑보다 진실에 대한 갈망이 높아져요. 어느 새 세스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그의 아내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세스가 말해온 아내들과 써스데이가 목격한 아내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고 알게 된 이상 그냥 묻고는 못살겠단 말이죠. 내가 세스를 사랑하는 건 확실한데 세스를 알고 있다고도 확신할 수 있을까? 중간에 긴장감이 도를 넘어 딱 한 번 책 접고 왔다갔다 한 적 빼고는 숨도 코도 안쉬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수준 높은 막장이었고 가독성, 재미, 반전, 무엇 하나 놓치지 않은 수작입니다. 추천!!

+ 미래와사람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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