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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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54. 온 세상의 마귀가 활개를 친다는 성 조지 축일의 전날밤. 조너선 하커는 트란실바니아 비스트리츠행 기차에서 짐을 내립니다. 호킨스 변호사를 대리해 런던 저택을 매입하려는 드라큘라 백작을 도우려 떠나온 출장길. 조너선은 터키 지배의 흔적이 가득한 동양의 풍경과 사람들을 감상하며 호젓한 여유에 젖지만 어째서인지 호텔 안주인은 공포에 질린 표정이 되어 조너선이 백작의 성을 방문하는 것을 저지합니다. "오늘 댁이 가려는 데가 어떤 곳인지, 가서 무슨 일을 할지 알고나 있소?"(p19) 최첨단을 달리는 19세기에 마귀라니 안주인의 말이 우스꽝스럽지만요. 순박한 그네들의 마음이려니 조너선은 부인이 내미는 십자가를 순순히 목에 걸고서 백작의 성으로 향합니다. 다만 마을 사람들이 어째서 백작을 두려워하는지 약간의 의문을 가슴에 품고서 말입니다.

 

"망자의 걸음은 빠르나니......"(p29) 차가운 안색, 매부리코에 날렵한 콧대, 넓은 이마와 머리칼이 듬성듬성한 정수리, 풍성한 머리숱, 미간을 덮치는 길고 짙은 눈썹과 터부룩한 콧수염, 새빨간 입술, 입술 위로 삐져나온 새하얗고 뾰족한 치아, 조너선은 차분히 백작의 이목구비를 관찰하며 지나온 밤을 돌이킵니다. 호텔에서 마차를 타면서부터, 자신을 향해 성호를 긋는 이방의 동행인들을 마주하며 조너선의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거든요. 도대체 이 사람들이 나한테 왜 이러는걸까? 라는 의문이 그 밤 백작의 이상한 마부를 만나며 한층 증폭되었달까요? 온 동네 개가 울부짖는가 싶더니 양쪽 산의 늑대들이 개소리를 압도할만큼 커다랗게 짖습니다. 도깨비 불 같이 새파란 불꽃이 별안간 깜빡이며 마차 앞을 떠다니고 마부는 불꽃을 따라 자취를 감췄다 나타나기를 반복해요. 붉은 혀를 축 늘어뜨린 늑대들이 마차를 에워싸고 섬뜩하게 침묵하니 강심장이라한들 멀쩡할리가요. 이 같은 방문길에 대한 조너선의 설명을 듣고 드라큘라 백작은 친절하게도 트란실바니아의 역사를 들려줘요. 그때까지만 해도 조너선은 백작이 참으로 친절하고 교양미 넘치는 귀족이라 감탄했지요. 설마하니 그가 조너선 자신을 감금할거라고는, 또 설마하니 생명의 약탈을 계획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로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조너선은 갇혔습니다. 살아 숨쉬는 존재라고는 오로지 그 자신 밖에 없는 백작의 성에서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마을에서 아이를 납치해 흡혈하는 모습을 목격한 밤 이후로 탈출로를 모색했지만요. 도마뱀처럼 성의 외벽을 기어내려가는 백작이라면 모를까 인간인 그로써는 도리가 없어 절망스러워요. 어떻게 성문을 빠져나간다손 백작의 충복과 같은 늑대들이 조너선을 가만둘 리가 없습니다. 조너선은 백작이 잠들어 있는 지하실의 관을 발견하지만 차마 그를 찌르지 못합니다. 두려움 탓이든 조악한 양심 때문이든, 언젠가는 오늘의 선택을 후회할테지만.... , 조너선, 왜 그를 죽이지 않았나요ㅠㅠ 조너선은 잠든 백작을 뒤로 한 채 그에게 열린 유일한 길, 높고 가파른 절벽으로 발을 디딥니다. 부디 인간의 몸으로 안식에 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조너선의 행방이 묘연하던 그 때, 런던에서는 폭풍우를 뚫고 부두에 선체를 올린 선박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선장은 타륜에 손목을 단단히 묶은 채로 사망한 모습이었고 나머지 선원들은 어디에서도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선장의 항해 일지에는 선원들이 매일 밤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의문의 남자가 배에 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정황이 실려있었는데요. 이 미스테리한 일지를 도무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기사를 실은 기자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배에서 달아났다는 의문의 검은 개 또한 찾지 못한 채로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었지만 모두 짐작이 가시지요? 의문의 남자는 다름 아닌 드라큘라 백작!! 그가 드디어 런던 땅에 발을 디딘 것이었습니다.

 

런던에 도착한 백작은 아마도 곧장 흡혈의 대상을 포착했던 것 같아요. 희생자는 루시 웨스튼라, 조너선 하커의 약혼녀인 미나 머리의 절친한 친구로 곧 결혼을 앞둔 활기찬 아가씨였습니다. 루시의 목에서 의문의 구멍이 발견됐을 때 미나는 지난 밤 루시의 어깨에 숄을 두르다 실수로 그녀를 다치게 한 줄로 생각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구멍은 메워지거나 봉합되지 않았고 상처는 도리어 커지기만 했습니다. 그와 비례해 루시의 몽유병도 갈수록 심해졌구요.그 또래의 심심찮은 빈혈인 줄로만 알았던 증세는 목숨을 위협할만큼 심각해졌어요. 네덜란드에서 온 반 헬싱 교수가 아니었다면 루시는 원인도 모른 채로 사망했을지 모릅니다. 원인을 알게 된 지금이라고 물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요.

 

드라큘라 백작에게 피를 빨려 죽었다 다시 살아난 아니 흡혈귀가 된 친구, 연인, 옛사랑, 환자를 보는 끔찍함이란.. 미나와 조너선, 아서, 퀸시, 수어드 박사 그리고 반 헬싱 박사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만 같은 아픔과 분노로 가득했습니다. 복수를 위해 그리고 백작에게 위협 당할 또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일행은 백작의 뒤를 쫓아요. 몇 번이나 그를 붙들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한 수 위인 백작은 도리어 미나를 혈족으로 만들어 제 수중에 넣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미나는 루시가 이른 죽음의 길에 도달하지 않은 채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저 강인해 보이는 드라큘라 백작은 과연 어떤 종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 어떤 장소이며, 만나야 할 이는 또 어떤 사람인가? 내가 시작한 이 모험은 대체 얼마나 더 음침해질 것인가?"(p38) 1897년에 쓰여진 고딕 호러 소설의 대명사입니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누구나가 아는 고전명작소설이지만 원작보다는 영화와 뮤지컬로 더욱 친숙한 작품이에요. 그간에는 황금가지의 <주석 달린 드라큘라>나 열린책들의 <리커버 특별판 드라큘라>, 혹은 더스토리의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드라큘라> 중에서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이 많으셨을텐데요. 저는 이 책, 허밍버드 클래식 M<드라큘라>를 강추하고 싶어요. 좋은 번역이라는 평을 듣더라도 완독을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가독성을 최고로 치는데요. 그런 제 구미에 딱 맞는 페이지터너였거든요. 813이라는 어마어마한 쪽수에 제 경우 재독이기까지 했는데도 높은 가독성에 흥미진진하게 완독했어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들이 다시 보이구요. 다 아는 스토리인데도 긴장감 백배. 요즘의 우중충한 날씨의 도움까지 받아 오슬오슬, 기막힌 공포를 느꼈습니다. 덥고 찌고 짜증나는 밤, 고전 호러 <드라큘라>와 함께 한밤을 지새워 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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