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더 시 에프 그래픽 컬렉션
딜런 메코니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에프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열두 해 전, 레지나 마리스호가 알비온 왕국의 작은 섬에 갓난쟁이를 데리고 왔다.

바다 사람들의 수호 성인인 엘리시아 수녀회의 수녀들이 아기를 맡았다.

어린 양 같이 작은 아기가 새끼 돼지처럼 낑낑 대었노라고,

비가 아주 많이 와서 원장 수녀인 아그네스 수녀님이 수녀복으로 아기를 포옥 감쌌노라고,

달달한 우유죽을 끓여먹인 후 하인들 사이에 눕혔더니 울음을 그치고 달게 잠들었다고,

하나씩 주워모은 이야기들로 마거릿은 섬에 도착한 첫날의 자신을 그려본다.

열두 살, 고아 여자애, 엄마도 아빠도 고향도 알지 못하지만 괜찮다.

사랑이 넘치는 자유로운 섬 생활에서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차, 딱 하나, 또래 친구가 없다는 건 빼고.

"엘리시아 성녀님, 부디 이 섬에 다른 아이 한 명만 더 살게 해주세요."

이럴 수가.

성녀님이 마거릿의 기도를 갸륵하게 생각했을까?

일 년에 딱 두 번만 섬에 들어오는 레지나 마리스호에서 여자 어른 한 명과 남자아이가 내렸다.

윌리엄 맥코믹, 캐머런 영주의 넷째 아들과 마거릿은 금방 마음이 맞아 천방지축 놀기 바쁘다.

섬의 공기가 나쁘다며, 섬이 위험하다며 자꾸만 제지하는 윌리엄의 엄마만 아니라면 더 즐거울텐데.

아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섬에 숨겨진 비밀 동굴을 발견하며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지낸다.

캐머런 부인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유지되었을지 모를 아이들의 유년기는 그러나 곧 종말을 맞는다.

"우리가 살던 집을 기억하렴.

그때 우리가 누렸던 자유를 잊어선 안된다.

이 섬에서의 삶은 결코 자유라고 할 수 없으니

언젠가 자유의 몸이 되겠다고 맹세해 주렴, 윌리엄." (p101)

배를 타고 떠나려는 윌리엄을 마거릿은 막을 수 없다.

알비온에 가면 형들, 숙부들과 마찬가지로 감옥에 갈 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모친이 없는 지금 윌리엄은 더는 수녀원에 머무를 수 없는 것이다.

더하여 마거릿은 그때껏 알지 못했던 비밀까지 알게 된다.

"마거릿, 이 섬이 바로 감옥이야.

바다라는 벽에 둘러싸인 여자들과 아이들을 위한 감옥.

언젠가 내가 돌아와서 너를 구해줄게" (p106)

어린아이지만 마거릿은 죄수다.

수녀님들도 하인들도 모두가 섬에 유폐된 죄인들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섬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거지?'

마거릿은 궁금해하지만 누구도 답을 해주지 않고 그 사이 마거릿 앞에 또다른 죄인이 당도한다.

뻔뻔하고 고압적인 표정에 밉살 맞은 말투, 윌리엄과 너무도 다른 소녀 엘리노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알비온의 여왕이었다는 어른도 어린아이도 아닌 엘리노어는

자매에게 왕의 자리를 찬탈 당하고 감옥으로 다시 섬으로 유배왔다.

엘리노어가 매몰차게 굴어도 마거릿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를 방문한다.

윌리엄과 같은 감옥에 있었다는 엘리노어에게서 그의 소식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말상대를 해주면, 체스에 이기면, 이걸 해주면 저걸 해주면,

사사건건 조건을 다는 엘리노어를 만족시키기 위해 마거릿은 최선을 다하지만 끝내 돌아오는 답은 없다.

사실 엘리노어는 감옥 안에서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엘리노어에게 왕위를 빼앗은 캐서린이 그녀를 철저히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윌리엄도 알지 못한다.

똘똘 뭉친 자존심으로 외로움과 배신감을 견뎌냈지만 그때의 상처로 엘리노어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마거릿 같이 어리고 유해한 작은 사람마저도 일부러 접근했다 의심하며 내치려 한다.

마거릿은 마거릿대로 자신을 속인 엘리노어를 용서할 수 없다.

삐걱이던 이들 두 사람이 어떻게 화해하고 협력하며 섬이라는 감옥을 떠나 탈출하는지가

<퀸 오드 더 시>의 핵심인 셈인데 사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결말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메리 여왕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데다 엘리노어의 모델이 다름아닌 엘리자베스인 것이다.

언해피가 다가와도 한 방에 나포할 것 같은 인물이 아니냔 말이다.

게다가 행복과 자유를 사랑하는 소녀 마거릿까지 동반자로 함께 한다.

앞날이 아주 훤하다 훤해 ㅎㅎㅎ

+ 마거릿과 엘리노어의 관계성도 흥미진진하지만 사실 가장 강렬한 건 물개 아가씨 셀키의 이야기!

물개 가죽을 입고 사는 셀키는 물개들 중에서 좋은 남편감을 찾지 못하면 가죽을 벗고 어부 인간을 만나는데

남편이 물개 가죽을 몰래 잘 숨겨놓으면 아이를 낳고 몇 년간은 아주 잘 산단다.

하지만 바다가 셀키를 부르는 어느 때가 오면 아이도 어부도 버리고 바다로 떠나버린다.

가죽을 어떻게 되찾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지만 이거 꼭 영국판 선녀와 나무꾼 같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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