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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구찌
사라 게이 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다니비앤비(다니B&B) / 2021년 3월
평점 :
다니비앤비 지원 도서입니다
1995년 3월 27일 월요일 아침 8시 30분. 밀라노의 팔레스트로 거리 20번지의 한 건물로 들어서는 마우리치오 구찌에게 의문의 남자가 다가섭니다. 짙고 풍성한 고수머리였다고, 목격자였던 경비원 오노라토가 진술한 그 남자가 마우리치오를 향해 팔을 뻗습니다. 한 발, 또 한 발, 다시 한 발, 그리고 마지막 확인 사살. 마우리치오를 쏘고 달아나려던 남자가 겁에 질린 채 오도가도 못하고 선 오노라토를 발견하는군요. "안 돼!" 하고 거부했지만 들어줄 리가 없죠. 비명을 지르는 오노라토를 마저 쏜 살인자는 아침 거리 속으로 조용히 사라집니다. 마우리치오와 오노라토가 건물 안에서 흥건히 피를 쏟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페이지를 열자마자 암살이라니 아무리봐도 소설 같지만 구찌 가문의 일대기를 다룬 경영 역사서라고나 할까요? 구찌 가문 연대기? 구찌 가문 전기? 뭐 하여튼 그런 장르입니다.
구찌의 뿌리를 찾아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상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굳이??) 실상 구찌의 뿌리는 구찌오 구찌, 19세기 밀짚모자 사업을 하다 파산한 부모님 덕에 도피하듯 고향을 떠나 런던의 사보이 호텔에 취직한 평범한 남자였어요 . 벨보이에서 침대열차 회사의 직원으로, 골동품 상점과 가죽제품 회사, 가죽공예 회사로 이직에 성공한 그는 비냐 누오바 거리에 구찌 가문 최초의 기업인 발리제리아 구찌오구찌를 창업합니다. 샤보이 호텔에서 깨친 미적 감각으로 고객들의 고급스런 취향을 완벽히 저격한 그는 영국의 가죽제품을 떼서 재판매하는 처음의 단계를 뛰어넘어 공방과 직접 계약해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요. 운 좋게도 구찌오의 딸과 아들들이 모두 사업 감각이 뛰어나 아버지의 살림에 이바지하는데요. 스무살에 가업에 뛰어들어 배달이라는 밑바닥 일부터 시작한 알도와 배우로 짧은 성공을 거둔 전적이 있는 로돌프가 게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었습니다.
"구찌는 오직 하나다."(p342) 구찌오는 구찌의 가족 경영 체제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정작 자녀들의 화합에는 밀알 한 톨만큼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경쟁이 긍정적 자극제가 될 거라 믿어 아들들끼리 (딸은 경영 초기부터 완전히 배제;;) 경쟁을 붙이는 일을 서슴치 않았어요. 이런 교육이 사단이 되어 훗날 구찌 왕조는 어마어마한 가족 분쟁을 경험하는데요. 형제인 알도와 로돌프, 부자 사이인 알도와 파올로, 삼촌 조카 사이인 알도와 마우리치오, 역시나 삼촌 조카 사이인 로돌프와 파울로, 사촌 지간인 마우리치오와 파올로, 그밖의 여러 피붙이들이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저기서 편을 먹구요. 어느 한 편이 이기면 다시 갈라져서 팀을 재편성하고 전투를 거듭합니다. 가족간의 음모와 배신이 삼시세끼 밥 먹는 정도가 아니라 숨 쉬 듯 자연스러워 놀랐어요. 기나긴 구찌 가문의 갈등에 대해 오죽하면 "G는 구찌가 아니라 전쟁(guerra)을 상징한다"(p228)는 기사 문구가 등장했을 정도니까 말 다했죠.
책의 또다른 흥미를 부여하는 요소는 구찌 남자들의 하나같이 남다른 여성 편력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남자답게 열정적인데다 돈까지 넘치게 많으니 이건 뭐, 사랑과 전쟁이 아니라 사랑의 핵폭탄 수준으로 사건사고가 넘쳐요. 너무 저질인건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아내한테 맘 떠나면 양육비를 안준다는 겁니다. 자식 방치는 덤;; 처음의 저 사건 마우리치오 살해 사건도 제가 초반에 읽으면서 짐작한 범인이 있었는데 (필연적이랄까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등장하시어 (더욱 필연적인 존재라 이해는 갔습니다;;) 깜짝 놀라 그 시절 신문까지 찾아봤을 정도에요. 어지간해야 믿죠. 책을 읽고도 의심이 들어서 2013년 기사를 찾아 읽고 와, 이 사람들 진짜 미쳤구나 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범죄는 없다니 돈이 참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중세 유럽 왕실 비하는 댈 것도 없어요. 구찌 너네가 가문 막장 비하인드로 왕 먹으세요.
서글픈건 "자전거를 타면서 행복한 것보다는 롤스로이스에 앉아서 우는 게 낫죠."(p116)라고 말한 구찌 며느리의 말에 제가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는 거에요. 저 정말 속물 다됐나 봐요. 울먹울먹. 롤스로이스에 앉아서 울어보고 싶어요!!!! 로돌프가 미운 며느리 떡 하나 더준다고 아파트에 다시 아파트, 벚꽃 농장, 복층 펜트하우스 기타등등 별장과 여러 해외 부동산을 사주는데 아이고 아버님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물론 이 건물의 소유권은 모두 구찌 가족의 지주 회사인 케이트필드 앞으로 되어 있고 때문에 이혼 후 법적 권리가 없다는 함정은 있었지만요. 마우리치오와 같이 총 맞은 오노라토가 배상을 1원도 못받고 계속 경비일을 하는 현재의 장면을 목격하고서 더욱 울먹울먹, 자전거 보단 역시 롤스로이스 같아요(ಥ _ ಥ) 막장 가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는 세계가 정말 다른 구찌 일가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은 느낌을 확 받으신다면 제가 리뷰를 잘 쓴거고 아니라면 제가 리뷰를 못쓴 거에요. 책은 정말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장르가 소설이 아니라 망설이는 독자는 없으시길 바래요!
서글픈건 "자전거를 타면서 행복한 것보다는 롤스로이스에 앉아서 우는 게 낫죠."(p116)라고 말한 구찌 며느리의 말에 제가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는 거에요. 저 정말 속물 다됐나 봐요. 울먹울먹. 롤스로이스에 앉아서 울어보고 싶어요!!!! 로돌프가 미운 며느리 떡 하나 더준다고 아파트에 다시 아파트, 벚꽃 농장, 복층 펜트하우스 기타등등 별장과 여러 해외 부동산을 사주는데 아이고 아버님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물론 이 건물의 소유권은 모두 구찌 가족의 지주 회사인 케이트필드 앞으로 되어 있고 때문에 이혼 후 법적 권리가 없다는 함정은 있었지만요. 마우리치오와 같이 총 맞은 오노라토가 배상을 1원도 못받고 계속 경비일을 하는 현재의 장면을 목격하고서 더욱 울먹울먹, 자전거 보단 역시 롤스로이스 같아요(ಥ _ ಥ) 막장 가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는 세계가 정말 다른 구찌 일가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은 느낌을 확 받으신다면 제가 리뷰를 잘 쓴거고 아니라면 제가 리뷰를 못쓴 거에요. 책은 정말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장르가 소설이 아니라 망설이는 독자는 없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