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운하시곡
하지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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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지원 도서입니다

하지은, 호인, 이재만, 김이삭, 한켠, 서번연, 지언. 총 7명의 한국 작가님이 함께 하는 장르소설 모음집입니다. 어떤 소설은 무협지 같구요, 또 어떤 소설은 야사 같아요. 전래 동화 같은 소설, 설화 같은 소설, 역사 추리물 같은 소설, 괴담 같은 소설, 판타지 로맨스 같은 소설. 각양각색의 개성만점인 작가님들을 어쩜 이렇게 잘 추렸을까요? 황금가지에서 그간 출간된 단편선 중에 이번 야운하시곡이 가장 취향이었어요. 더 마음에 드는 소설과 아닌 소설이 나뉘기는 하지만 7편의 작품 모두가 재미 면에서 아주 훌륭합니다.

차례대로 소개해 볼게요.

🌟🌟🌟🌟🌟

호식총을 찾아 우니

호식총이라고 아세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사람들의 무덤 같은 건데요. 호식당한 피해자가 악귀가 되어 사람들을 해칠까봐 유해를 화장한 자리에 돌무더기를 쌓구요. 다시 그 위에 시루를 얹고 아홉 개의 물레 가락을 꽂아 귀신이 시루 안에서 뱅뱅 돌게 만드는 장치래요. 심마니 마을을 찾아가는 총각과 함께 산길을 오르던 수찬이 뭐에 홀린 마냥 호식총을 깨박질러요. 이후에 겪게 되는 일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소오오오오오름!! 전설의 고향 저리 가라하게 무섭고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와, 이 페이지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엄청 감탄했어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일, 귀신에게 잡아먹히는 일,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일 뭐가 제일 무서우세요?? 호식총을 찾아 우니를 읽고 나서 세 죽음의 우열을 가려 보시길 바래요. 전 귀신이요. 귀신 초콤 많이 무서워요.

⭐⭐⭐⭐⭐

로부전

"다음이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있나..." (p122) 캬~ 작가 글 쓰게 하려고 강화도로 겸사겸사 귀향 보내는 세상 능력있는 독자가 등장하는 소설이에요. 성균관의 서생 약현이 홍길동 + 우렁각시 + 피그말리온을 떠오르게 하는 "로부전"을 써서 널리 인기를 얻어요. 약현의 장인을 파면시키고 싶었던 당파가 이 소설을 빌미로 고발을 하고 임금님도 부랴부랴 로부전을 읽는데요. 난문에 재주를 허비하며 젊은 날을 흘려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전교를 내리면서 왜 집필묵을 바리바리 싸 보내시는 거죠?? 세 권짜리 미완결작 가슴에 품고 우리 작가님 얼른 완결내라고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쫓아보내는 독자님의 권력 앞에 킬킬 웃습니다. 판타지, 로맨스, 만화에 푹 빠져 연재분 달릴 적에 저도 매일 그 마음이었어요. 작가님 우리 집에 가둬놓고 글만 쓰게 하고 싶다, 작가님은 다음 내용을 아니까 얼마나 좋을까 등등. 저도 권력 좀 가진 독자이고파요 ㅋㅋㅋㅋ

⭐⭐⭐⭐⭐

찔레와 장미가 헤어지는 계절에

읽기 전엔 사실 기대가 1도 없던 단편이었어요. 단편집의 통일성을 깨는 듯한 제목에 살짝 비호감이 될 뻔 했는데 이제는 느낌 아니까~ 천제님 사시는 하늘나라에 구중궁궐 곤륜이 있었는데요. 그 성을 지키는 문지기는 사람의 행색을 하고 있지만 실은 어흥 우는 호랑이랍니다. 아홉 꼬리를 가진 호랑이 신령 육오 앞에 어느 날 나타난 여우 신선 천호. 감옥에 갇힌 남편을 만나려는 일념으로 하늘길을 헤치고 찾아왔는데 육오가 떠억 하고 버티고 있으니 이를 어찌 하리오. 퉁박 놓는 말투에 무뚝뚝한 육오지만 천호의 갸륵한 정성에 흔들려 서방이란 작자의 행색을 보고 옵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 눈물 바람으로 남편을 그리는 천호가 곤륜 앞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요. 감옥 안에 또다른 여우색시가 부른 배를 안고 그 작자를 보필하는 중입니다. 소박 맞은 줄도 모르고 털을 삼아 옷을 지어 남편에게 입히려는 천호를 보며 육오는 숨이 꺽꺽 막혀와요. 서방놈은 죽이고 이 둘 사랑하게 해주면 안되나요 작가님??? 원치 않는 결말이었음에도 무척 여운이 길었던 여우와 호랑이의 만남이었습니다. + "머리카락이 마치 굴뚝에 피어난 밥 짓는 연기처럼 허공을 휘저으며 날았다"(p239)는 문장에 취향 저격. 흩날리는 머리칼에 대한 각종 묘사 중 가장 훌륭한 것 같아요 ㅋㅋㅋ

생명의 소중함을 몰랐던 무림 고수가 자식을 잃고 눈물 짓는 <야운하시곡>, 자기들 마음이 동해서 양귀비를 희롱해놓고 어찌해 그녀를 요부라고 하느냐 당당히 따져 묻는 <다시 쓰는 장한곡>, 버림 받은 왕자에서 왕으로 신분이 상승하지만 행복도 사랑도 얻지 못한 비운의 소년 <서왕>, 여우누이 설화를 다시 쓰기 한 <은혜> 등 다른 소설도 모두 매력이 풀풀 넘치니까요. 재미있는 단편선 꼭 만나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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