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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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 지원 도서입니다

기원전 4천년 전의 도시 우르크로부터 시작해 바빌론과 아테네, 로마, 바그다드, 뤼벡, 리스본, 암스테르담, 런던, 맨체스터와 시카고, 파리, 뉴욕을 거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 "이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발견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메트로폴리스> 영국의 역사학자 벤 윌슨이 6천 년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 속에서 생성하고 발전하고 소멸한 26개의 도시를 알려줍니다. 도시는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요? 어째서 인간은 도시에 매료되었을까요? 도시와 함께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생존했을까요? 책의 물성에 약한 독자라 표지를 보자마자 흥분했는데 완독까지 그 흥분이 이어졌습니다. 도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흥미진진할 일이냐며 거듭 감탄했다는 사실, 누가 소문 좀 크게 내주십시오.ヽ(≧□≦)ノ

1. 청결한 로마인은 가랏!

세계 역사를 통틀어 제가 가장 큰 환상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 국민을 꼽으라면 단연코 로마, 로마인들입니다. 중세유럽의 불결함과 대조되는 고대 로마의 청결한 이미지는 로마인들에 대한 호감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요. 대리석으로 만든 공중 목욕탕, 자동으로 급수되던 뜨거운 물, 올리브 오일로 가꾸는 피부, 매일매일 목욕을 거르지 않는 로마인들의 청결하고도 풍족한 이미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목욕탕이 알고 보니 세균과 병균, 기생충의 온상이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 6, 70년대 목욕탕만 생각해 봐도 온수가 귀하니 물을 자주 교체하지 못했잖아요. 매일 수천 명이 드나들었다는 로마 목욕탕의 수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겠지요. 오죽하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이런 말을 남겼을까요. "목욕이라고 하면 기름, 땀, 때, 기름투성이의 물, 온갖 역거운 것이 떠오른다."(p189) 매일 목욕을 했지만 목욕하지 않는 여타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하게 기생충과 벼룩에 시달렸다는 로마인. 고대 문명 사회에 대한 내 환상을 깨지 마란 말이야~(︶^︶)도시의 생명력을 가늠하는 기준이었다는 목욕. 목욕탕으로 대표되는 로마의 도시 풍경이 무척 재미났어요.

2. 바그다드 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중학생 때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었습니다. 범우사 판 열 권짜리 책이었는데 어찌나 야하고 재미있던지 밤과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몇 권을 내처 읽었어요. 비슷한 플롯의 반복으로 지루해져서 결국 중도하차 했지만요. 많은 만남이, 그러니까 사건들이 시장에서 시작됐던 것만은 뚜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시리아의 사과, 오스만의 모과, 오만의 복숭아, 나일 강에서 자란 오이, 이집트의 라임, 술탄국의 오렌지와 시트론 그리고 알레포의 재스민, 향기로운 도금양 열매, 다마스쿠스의 수련, 쥐똥나무꽃과 국화꽃, 새빨간 아네모네, 제비꽃, 석류꽃, 장미, 수선화를 사는 여인."(p213) 중학생인 제가 짐꾼과 세 자매가 언제쯤 키스하나 목을 빼고 다음 장을 넘길 때 저자는 바그다드의 탁월한 국제무역의 성과에 감탄하구요. 도시적 사교성을 창출하는 길거리 음식들을 하나씩 찾아냅니다. 바그다드의 이민자, 하층민들은 화로가 딸린 주방을 갖추기가 힘들었고 또 도시로 진입할 순쉬운 수단을 찾아 길거리 음식을 먹고 길거리 음식을 만들어 팔았는데요. 덕분에 술탄마저 길거리 음식을 먹으려고 암행을 나올만큼 갖가지 맛집들이 즐비했다고 해요. 꿀, 장미수, 설탕, 말린 과실, 향신료, 사프란으로 맛을 낸 달콤한 빵푸딩과 빵푸딩에 촉촉히 육즙을 흘려 풍미를 더했다는 화덕에 구운 닭고기, 오리고기, 양고기가 먹고 싶어요. 맥주 한 잔 들고 바그다드의 위장 속으로 시간 여행 안될까요?

3. 폭력의 온상이었던 대도시, 단테 너마저!

자유도시 뤼벡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 등장하는 단테 알리기에리. 우리 선조들이 사람이 태어나면 한양으로 보내라고 한 것처럼요. 중세 유럽에서도 부자가 되려면 도시로 가라고 하는 말이 있었대요. 부를 쫓아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외지인과 하층민들에게 교양을 기대하긴 힘든 시대였기 때문에 도시는 시끄럽고 폭력적이었다고 합니다. 1410년대에 발생한 범죄들 중 7퍼센트가 절도죄, 나머지 범죄들 중 76프로가 자발적+충동적 폭력 행위였는데요. 기록에 따르면 소변기에 오줌을 누다 옆사람 구두에 실례를 한 바람에 도끼에 두개골이 깨져 죽은 사람도 있는 등 일상적 무장과 우발적 살인, 소규모 전투는 이상할 게 없었다고 해요. 오! 로미오! 당신이 로미오인 게 당신 탓이 아닌 것처럼! 로미오가 티발트를 죽인 것도 무대가 도시였던 탓인가요?? (⊙x⊙;) 뤼벡 편이 재미났던 건 단테의 일화 때문인데요. 포르타 디 산 피에로에서 노래하던 대장장이 앞에 한 남자가 뛰어와 연장을 마구 내던지며 히스테리를 부리더래요. 대장장이가 놀라서 당신 미쳤냐고 하니까 그 남자가 "그래, 나 미쳤다!" 라고 말했으면 더 재미났겠지만 그러지는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내가 당신 물건을 망쳐놓는 것이 싫다면 내 것도 망치지 마시오!"(p274) 단테가 자신의 시를 마음대로 노래하는 대장장이 때문에 열받아서 저지른 폭력,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대장장이가 망치 들고 단테 두개골을 깨부셨으면 우리는 신곡을 만나지 못했을지도요.

아이쿠. 26개 도시 중 고작 3개 도시를 쓴 게 다인데 인스타그램 활자 수를 초과할만큼 페이지가 차버렸습니다. 기억에 남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아요. 유대인 포로들에 의해서 오늘날까지도 악성 루머(?)에 시달리게 된 바빌론, 나치 연설자의 정치 활동을 금지했던 뤼벡, 모험가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생양아치였던 바스쿠 다 가마, 나치 시대 이전부터 여러 도시에서 추방과 화형, 학살에 시달렸던 유대인들, 검댕처럼 검고 검댕 맛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매혹적인 코파, 극장 입장을 저지 당하자 폭동을 일으킨 런던의 하인들, 프로이트마저 비소를 찾아 자살하려는 시도를 하게 만든 파리 증후군, 나치에 의해 완전히 부서지고 해체된 바르샤뱌, 2015명이 인육을 먹은 혐의로 체포된 레닌그라드, 험악한 거리를 시적으로 기록한 힙합, 시골에서보다 더 많은 종류의 꽃가루를 채집하는 도시벌, 송도와 피맛골, 혜초, 청계천 등 등 당장 무궁무진한 이야기 주머니입니다. 독서력이 부족해 흥미있는 사건 몇 가지로 파편적인 리뷰 밖에 못쓰는 게 아쉽습니다. 6천 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히 크기와 부피를 늘려온 도시들, 도시의 흥망성쇠에 굴복하지 않고 거듭 새로운 도시를 개척해온 인간, 죽음과 질병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도시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일궈온 역사를 읽으면 가슴이 웅장해지는데 제 리뷰로는 결코 모르겠죠ㅠ_ㅠ 꼭 책으로 만나 보세요. 도시의 신선한 역사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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