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 - 르네상스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디테일로 보는 미술
수지 호지 지음, 김송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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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북스 지원 도서입니다

재작년부터였는가 싶습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미술책을 보기 시작한게요. 처음에는 그림과 관련한 에세이를 주로 보다가 차츰 인문교양 파트의 미술 혹은 예술쪽 도서에도 손을 댔어요. 주제가 그림인 경우 미술사 쪽도 지루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나름 적극적으로 찾아 읽는 중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마로니에북스에서 출간된 <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이에요. "디테일로 보는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과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표현할 수 있는 감상이라고는 예쁘다, 아름답다, 무섭다, 기괴하다, 인상깊다 내지는 내 방에 두고 싶다 밖에 없는 제게 황금 같은 감상 팁을 줄 것 같아 읽기도 전부터 두근두근. 무지무지 설렜습니다. 표지의 그림은 카라바조의 류트 연주자인데요. 기존에 이 그림을 알던 독자님들, 연주자의 얼굴을 단박에 알아보셨나요? 전 전혀요. 다른 그림책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작품인데도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생각했어요. 눈빛, 표정, 이목구비 어느 하나 디테일하게 감상하지 못한 탓이었겠죠?

영국의 미술사학자 수지 호지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 로코코,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현대미술에 이르는 긴 역사 속에서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별해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시대별 세계 최고의 예술 작품을 실었다고 말하는만큼 익숙한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여러번 봤고 또 대강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인데 놓치고 있던 이야기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모나리자의 그림 속 배경은 가상의 풍경인데요. 이런 풍경 앞에 인물을 놓고 그린 초상화는 모나리자가 처음이었다고 해요. 모나리자의 눈썹은 원래 없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복원 작업 중에 지워지거나 안료가 바래져서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다빈치가 처음 그린 그 모습 그대로의 모나리자가 궁금해졌어요. 드레스에 있는 자수는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쭈욱 이어진다는데 그걸 확인해 볼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이토록 섬세하게 감상하는 사람도 있구나!! 아님 원래 전문가들은 다 그런건가요?? 참고로 전 드레스에 자수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과 관련해서 그림 속 인물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설명은 들은 적이 있는데요. 학당 아치의 패턴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 봤어요. 그리스 도자기에서 처음 유래한 패턴 디자인이라는데 가만 보다보니 낯익은 것도 같아 도서출판 숲에서 출간된 일리아스를 꺼내어 확인해 봤더니요. 아주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패턴의 항아리들 사진이 곧장 등장하더라구요. 앞으로 이런 패턴을 보면 대번에 그리스 도자기 무늬!! 하고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아요. 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화려하고 예뻐서 앙투안 와토의 베네치아 축제 그림을 좋아했어요. 소녀나 그밖의 인물들의 표정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고 표정이 있다는 생각도 못한 채로 그림을 감상했는데요. 악사로 분장한 화가의 초상화나 배경으로 서거나 앉거나 드러누운 인물의 표정 위로 울적함을 가감없이 실어놓았더라구요. 내면의 혼란, 인생 전반에 대한 걱정, 심각한 질병에 대한 우울을 왜 미처 눈치 채지 못했나 싶었습니다. 앞으로 더는 이 그림을 보며 예쁘다는 생각은 못할 것 같아요.

새빨간 예복을 입고 월계관을 쓰고 있는 나폴레옹의 초상화는 실은 상상화구요. 오필리아의 그림 속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마저 모두 햄릿 속 대사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어 햄릿을 재독하고 싶은 욕망이 불끈 일었어요. 고흐의 노란 의자 뒤에는 막 피어나는 구근이 심겨진 상자가 있는데요. 설마하니 튤립일까요? 무슨 꽃인지 궁금했는데 이파리만 보고는 알 수 없는건지 답이 실려있진 않았습니다. 클림트의 키스를 황금색 물감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금박과 은박으로 제작했다는 얘기에 급 시가가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이밖으로도 매 그림에 대한 디테일한 감상이 그림마다 장장 4 페이지씩 할애되어 소개되는데 다 알려드릴 수가 없어 안타까워요. "당신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p7, 헨리 데이비드 소로) 책 속에서도 그림 속에서도 더 많은 걸 읽어내고 짚고 감상할 수 있는 독자이고 싶어요. <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이란 안경을 쓰고 다양한 작품들을 한결 뚜렷하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눈에 안경이 아니라 모든 독자들의 눈에 안경 같은 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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