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씨의 가족 앨범 - 개정판 사계절 만화가 열전 17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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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어쩌면 좋지? 마당 씨, <좋은 시절>에서도 이렇게 힘들어서 어쩌나 했는데 <가족 앨범>에서는 우르르 쾅쾅, 일상의 어려움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린다. 만으로 네 살이 된 완이. 어렸을 적엔 엄마 좋아, 엄마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완이가 클 수록 아빠를 찾는 일이 더 많다.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와의 놀이가 재미난 탓인데 시간뿐 아니라 갈수록 체력까지 부족해서 아이의 조름이 힘에 부친다. 아내는 슬며시 유치원 얘기를 꺼내보지만 마당 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자신이 좀 더 무리해 보겠다고 한다. 유치원의 먹거리를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완이에겐 엄마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웃이 주는 팝콘 하나, 요구르트 한 병에도 몸에 좋지 않은 걸 먹인다며 화를 내는 마당 씨에게 아내도 더는 권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둘째 이도가 태어나며 가정 생태계는 일변하기 시작한다. 아내의 산후조리를 도맡은 마당 씨. 산처럼 쌓이는 둘째의 기저귀를 매일 같이 손빨래 한다. 가족을 위한 삼시세끼 자연식단을 차려내면서 24시간 완이를 훈육하고 만화 작업까지 해야만 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는데 보는 독자가 봐도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람 사는 게 아닌 느낌이다. 이렇게 어떻게 사나 싶어 숨이 막힐 정도? 삶에 엄격한 가치관을 가진 마당 씨는 일상의 어느 한 부분도 포기할 수가 없는데 그 일상이 마당 씨에게 포기를 말한다. 조금만 대충 먹이면 안되겠냐고,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라고, 가족과 떨어져 일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무리인 줄 알면서도 강행하는 욕심이 스트레스를 낳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가정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자괴감과 실망이 뒤따른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으로 괴로웠던 어린 시절까지 떠오르게 만드는 실패들이 이어지고 괴로워하는 마음이 페이지마다 쌓여서 한순간 책을 덮고 말았다. 마당 씨도 안쓰럽고 그런 마당 씨를 지켜보아야 할 아내도 짠하고 홀로 사랑을 독차지 하다 형으로서 훈육 받지 않으면 안될 시기에 매일 눈물바람인 완이도 애가 타고.

사는 게 다 그렇지 싶었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요구르트 한 병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가, 내가 너무 무신경하게 먹고 입고 쓰나 반성도 들었다가, 야 그래도 이렇게는 힘들어서 못산다 싶었다가 마지막에는 진짜 진지하게 마당 씨에게 존경심이 다 생겼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만화가로서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마당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완이와 도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고, 언제봐도 너그러운 마당 씨의 아내의 책도 꼭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되었다. 앨범이 말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마당 씨. 마당 씨가 지키고자 하는 세계를 응원하며 그가 던져준 인생의 고민을 곱씹고 되새겨본다. 내가 지켜야 할 내 세계가 마당 씨를 보는 이 시간으로 더욱 단단해졌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엄마, 아버지,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곁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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