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씨의 좋은 시절 - 개정판 사계절 만화가 열전 16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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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꿈처럼 다디달게 시작한 마당 씨의 시골 생활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건강한 먹거리, 자연이 주는 혜택이야 말해 무엇하랴만은 지천으로 깔린 일거리가 마당 씨의 발목을 잡는다. 가족을 위해 손수 차려 내는 삼시세끼, 텃밭 농사, 한시도 엄마아빠와 떨어져 있지 않으려하는 완이의 육아로 육체가 고달프다. 가장 힘든 건 아버지의 외래 진료와 수술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을 오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돈을 벌려면 작품 활동을 해야 하는데 수익이 되지 않는 생활노동에 매몰되어 나날이 창작과는 멀어져 버리는 일상이 마당 씨는 갈수록 짐스럽다.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마당 씨.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마당 씨를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 마당 씨가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기를 바라는 아내의 가치관에 몇 번씩 부딪히며 마당 씨는 속이 시끄럽다.

더욱이 시골 생활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그렇게 친환경적이지가 않았다. 계절마다 살포되는 농약, 무허가 공장과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악취와 소음이 가족들의 건강을 해치는 느낌이었다. 겨울철 외풍에 춥기는 해도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던 집마저 장마철 비에 축대가 무너져버렸다. 전쟁터도 아닌건만 여름철 피난만 벌써 두 번째. 가을을 넘어 겨울로 다가가자 집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벽 곳곳에 물길이 생겼다. 집주인은 얼른 고쳐준다 말만 던져놓은 후 소식이 없고 아래윗집의 어른들 빼고는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들여다보지도 않는 시골의 텃세라는 것에도 만정이 다 떨어져버렸다. 심야 고압 전류선이 집을 빙 둘러 보일러실로 들어가는 일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이기 시작하니 시골의 집은 어느 새 마당 씨의 마음에서 멀어져 버린다. 누적된 피로가 하나둘 쌓여가던 어느 날 말 못할 고통마저 가족에게 찾아들자 마당 씨는 미련없이 시골집을 떠난다. 도시라면 적어도 공장이나 축사 걱정은 없을 거라는 위안을 삼고서.

"어디든. 이 나라 어디가서 살든지 난 불평할 거에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여기서 견뎌 봅시다! 우리가 준비되는 그때까지 한눈팔지 않기로!" (p401) 제목은 마당 씨의 좋은 시절인데 완이의 표정이 대변하듯 마당 씨 시리즈 2권에는 슬픈 일이 참 많았다. 마당 씨의 생활로 간접적으로 느끼고팠던 시골의 낭만은 그야말로 환상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나뿐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에 정말이지 고민이 많구나 하는 공감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무겁게 읽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아버지의 부양을 전적으로 도맡은 마당씨의 책임감과 피로, 무엇보다 원망에 공감이 가서 읽는 내내 많이 서글펐다. 서평을 쓰다 보니 좀 울적한 내용이 되어버렸는데 마당 씨와 아내가 갈등을 지혜롭게 타파하며 알콜당콩 보듬으며 사는 모습이 부럽고 보기에 좋았다. 완이의 깨알 같은 성장과 든든한 먹거리도 훌륭한 볼거리! 꼭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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