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허밍버드 클래식 M 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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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걸작 <두 도시 이야기>는 "시대"라는 소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시작합니다.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지만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의 신기원이 도래함과 동시에 불신의 신기원이 열렸다. 빛의 계절이면서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지만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다가도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았다. 지금도 물론 그런 식이지만..."(p13)

알렉상드르 마네트. 파리에서 명망 높은 의사로 활동 중이던 그가 귀족의 횡포로 바스티유 감옥에 수감됩니다. 죄 지음이 없는데도 체포가 되었고 재판조차 없이 구금된 탓에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합니다. 18년에 가까운 세월을 죽은 자로 바스티유라는 무덤에 감금되었던 박사는 모종의 이유로 되살아 납니다. 왜 갇혔고 어떻게 풀려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된 채로 기억을 잃고 늙어버린 아버지와 이제는 아가씨가 다된 성숙한 딸 마네트가 재회합니다. 아버지의 생환에 겁먹고 두려워하던 딸은 본능처럼 아픈 아버지를 가슴에 품습니다. 두 사람은 프랑스를 떠나 영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요. 프랑스의 고위 귀족이었으나 방탕하고 타락한 귀족의 삶에 거부감을 느낀 찰스 다네이가 그런 부녀를 정답게 바라봅니다. 작위를 거부하고 제 명의의 모든 재산을 영지민들에게 돌려준 다네이는 이제 영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귀족들이 천박하다 손가락질 하는 노동자가 되어 마네트와 더불어 박사를 사랑하며 안락한 가정을 꾸리는 다네이. 이들의 평화는 어처구니없게도 바다 건너 프랑스 대혁명으로 깨어지게 됩니다.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프랑스의 시민들은 찰스 다네이의 목숨을 원합니다. 다네이가 혁명 전에 귀족들을 피해 망명했으며 사회로 가진 바 모든 것을 환원했단 사실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되지 않습니다. 그의 핏줄에 흐르는 원죄를 씻어내기 위해 다네이는 마땅히 사형 당해야만 합니다. 다네이의 아내, 다네이의 딸 또한 다네이와 같은 운명을 벗어나서는 안됩니다. 귀족 핏줄의 마지막 한 명까지 고발해 프랑스 땅에서 씻어내겠다는 원한이 시민들의 정신 속에서 절절 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족이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경멸하며 손쉽게 살해했던 과거와 시민이 귀족을 무차별적으로 저주하며 손쉽게 처형하는 작금이 마네트 일가에겐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위에서 또 아래에서 치받는 운명의 바퀴에 속절없이 갈려나가는 마네트 가 사람들. 절망뿐인 그들의 삶에 유일한 빛이 있다면 그것은 우정입니다. 영국의 은행가인 정직한 로리와 영국의 변호사로 축축한 우울 에 잠겨 사는 시드니 카턴과 마네트를 충실하게 사랑하는 미스 프로스는 그들을 부수려 하는 바퀴에 굴복할 마음이 좀체로 없었으니까요.

귀족들에게 긴 세월 핍박 받으며 생존과 존엄을 침해 당한 프랑스 시민들의 분노에 동감하면서도 귀족과 똑같은 방법으로 무고한 자들을 해치는 그들의 목적을 잃은 방향성 앞에 슬프고 비참한 마음이었습니다. 귀족을 향해 울분을 터트리는 고발문 앞에선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도 했네요. 그 고발문을 쓴 사람과 그 고발문을 묻고 잊기로 한 사람이 동일하며, 그 이유가 너무나 인간적이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혁명으로 구축된 전복한 세계에 쾌감을 느끼며 읽게 될 줄로만 알았습니다. 찰스 디킨스는 초반 1장을 넘기기도 전에 그것이 완전한 착각인 줄을 알게 해주더군요. 혁명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슬프고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 깨닫습니다. 짧게 요약한 줄거리만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사랑이 모두를 구하는 이야기라서 마지막 한 장까지 행복한 마음으로 완독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p612)라고 말하는 한 남자의 사랑이 마네트 가라는 한 세계를 구하는 모습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소설이에요. 추천하고 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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