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출판사 만화가 열전 마당씨 시리즈 1편 <마당 씨의 식탁>입니다. 엊그저께 나온 신간인데 어째 제목이 익숙하죠? 우리나비 출판사에서 15년도에 출간됐던 책이 개정판으로 표지를 갈아입고 나와서 그래요. 문화체육부장관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 작품이구요. 프랑스, 미국, 중국에까지 판권이 팔린 책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이기에 수많은 나라에서 러브콜을 받고 개정판까지 출간될 수 있었던 걸까요? 마당씨가 차려놓은 건강한 식탁, 얼른 시식해 보자구요.
2009년 9월,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의 파주. 아담한 독채에 텃밭이 딸린 얌전한 주택으로 마당씨와 아내, 생후 6개월인 아들 이완이 이사를 합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눈, 우다다다 천장 위를 뛰어다니는 서생원(쥐), 우풍이 영 어렵긴 하지만요. 부부는 파주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정말이지 만족스럽습니다. 마당씨가 차도 못다니는 눈길을 따라 봐온 장으로 차려내는 밥상은 얼마나 꿀맛 같아 보이던지요. 언몸을 사르르 녹였을 어묵탕 그림에 침이 꿀떡 넘어갔어요. 가족과 단꿈에 젖은 마당씨는 마냥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데요. 그런 그에게도 실은 한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마당씨의 일상에 그림자를 드리울지 모를 정말이지 커다란 고민이에요.
부모님. 서울의 지하방에 살고 있는 마당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어른이 마당씨 인생의 제일 큰 걱정거리입니다. 알콜 중독자나 다름없는 아버지는 삼시세끼 밥처럼 술을 들이키는 양반이에요. 아픈 무릎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해 매일 같이 아내에게 술심부름을 시키구요. 어머니의 몸이라고 멀쩡한 건 아닙니다. 아버지의 주사와 폭력에 시달린 탓인지 너무 일찍 너무 젊어서부터 몸이 망가져 버렸거든요. 또래의 부모님들과 비교해봐도 마당씨의 부모님만큼 아프고 몸을 못쓰게 된 어른들은 흔치 않아요. 한 달에 두 번 있는 어머니의 외례 진료를 위해 서울길에 오르는 마당씨의 시름은 깊기만 합니다.
여느 남편 같으면 부모님을 우리가 모시자고 아내를 설득했을지 모릅니다. 순순한 마당씨의 아내는 남편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먼저 그 말을 꺼내기도 해요. "시골에서 우리가 부모님을 모시면 어때요?" 그 말을 들은 마당씨, 어땠을 것 같나요? 아내의 손을 잡고 열두번 고맙다 한 후 부모님을 데리고 왔을 것 같나요? 아들과 며느리의 효를 받으며 시골에서 건강을 회복한 부모님과의 해피엔딩. 평범한 만화였다면 이런 식의 전개를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당씨는 아니었어요. 그렇게 막 독자 가슴 답답하게 하는 캐릭터 아닙니다. 만화가로써 마당씨가 일군 성공은 부모님에게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입니다. 아내와 아들이 있는 안정적인 세계를 부모님의 세계와 절대 섞이게 할 수 없다는 게 마당씨의 생각이었어요.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는 별개로) 가장이 된 지금 아내와 아들의 삶을 우선으로 하여 울타리를 치는 마당씨는 참으로 든든한 남편이요 아버지더군요. 그러니 펄쩍펄쩍 뛰며 아내의 권유를 만류하지 않았겠어요? 마당씨는 제 몸이 더 고될지언정 아내와 아들에게는 어떤 고통도 되물리고 싶지 않아 합니다. 동시에 부모님이 겪고 있는 신체적 고통을 물려받는 것도 거부해요. 건강한 몸으로 나이를 먹겠다는 각오. 마당씨의 자연식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요리 솜씨를 아내와 아들에게 힘껏 발휘하며 가정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세계를 평화롭게 가꾸어가는 마당씨의 이야기. 마당씨가 차려내는 소담하지만 풍성한 식탁에서 솔직하고 담백하고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