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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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나폴리 4부작 제 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의 불행한 결혼을 암시하며 끝이 났다. 릴라의 희망과 다름없었던 구두. 릴라의 손에서 만들어져 약혼자인 스테파노에게 건내졌던 체룰로 구두는 릴라가 저주해 마지 않던 남자 마르첼로에게 넘겨졌다. 릴라의 구두를 신고서 그녀의 결혼식을 방문한 마르첼로를 보며 릴라는 깨닫는다. 자신을 사랑한다 주장한 남자들 스테파노, 리노, 마르첼로의 연계 아래 새인생은 시작부터 짓밟힌 것과 다름없다고. 행복한 미래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거칠 것 없는 성격의 릴라가 누구의 눈치를 보랴. 그녀는 남편에게 분노를 토해낸다. 약혼자의 신분일 때만 해도 참을성 있게 릴라를 어르고 달랬던 스테파노도 이제는 릴라만큼이나, 아니 릴라보다 더욱 격정적으로 화를 분출한다. 신혼 첫날 릴라는 남편에게 폭행 당한다. 강간 당한다. 16세의 나이에 시작한 릴라의 결혼 생활은 릴라에게도 스테파노에게도 지옥이다. 릴라의 강인한 성격만큼이나 힘이 센 릴라의 불행은 끝도 없이 몸집을 불려나간다.

릴라는 돌파구를 마련한다. 결혼과 동시에 바닥을 쳐버린 자존감, 창의력과 배움에 대한 욕구를 니노와의 만남을 통해 재생시키려 한다. 니노가 누구인가. 어린 시절 그에게 고백 받은 이후로 단 한번도 마음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던 레누의 첫사랑이다. 그런 니노가 유부녀인 릴라의 연인이 된다. 레누가 니노를 만날 작정으로 릴라의 여름휴가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니노를 찾아 해변을 해매지 않았다면? 니노를 두 사람의 우정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오늘의 불행을 예방할 수 있었을까? 릴라는 첫사랑에 빠진다. 불륜을 이어간다. 임신을 하고 집을 탈출한다. 금은보석 무엇 하나도 챙기지 않은 채로 가난한 골목에서 시작한 동거는 며칠이나 지속되었을까? 23일. 채 한 달도 채우지 못한 채 릴라를 향한 니노의 열정은 막을 내렸다. 릴라의 자기중심적 성격을 참을 수 없어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할 수 없어서, 척박한 환경을 견딜 수 없어서 니노는 릴라에게서 달아난다. 질병 같은 후유증만을 남긴 첫사랑을 뒤로 하고 돌아간 옛집에는 아다와 스테파노가 불륜 중이다. 릴라는 니노의 아이를 안은 채 집을 나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햄 공장에 취직한다.

릴라와 니노가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 릴라와 레누의 우정 그리고 경쟁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시작조차 못한 채로 끝나버린 사랑과 니노의 상대가 다름아닌 릴라라는 것에, 자신이 또다시 릴라에게 뒤쳐졌다는 생각에 상처받은 레누는 혼돈의 밤을 보낸 후 비정상적인 우정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드디어 릴라와 완전히 거리를 둘 결심을 한 것이다. 학업에 매진해 레누의 가문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합격한 사람이 되었고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끝임없는 채찍질로 자신을 연마한다. 소설을 쓰고 출판을 한다. 친구들을 통해 릴라의 소문을 끌어모으면서도 계속해 릴라와 거리를 두던 생활은 올리비에로 선생님의 사망으로 종식된다. 선생님이 보관해두었던 어린 시절 릴라가 쓴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글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알 게 된 것이다. 릴라가 자신에게 강탈해 간 것보다 자신이 릴라에게 빼앗아 온 것이 훨씬 많다는 깨달음 속에 레누는 릴라를 찾는다. 한때의 부유하고 사치스럽던 모습은 간데없이 아름다움은 바래고 남자들의 희롱에 거칠게 노출된 채로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는 릴라의 모습에 레누의 마음은 복잡하다. 동시에 끈덕진 희망으로 현재 동거인인 엔초와 함께 학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말에는 또다시 마음이 불편해진다.

작가가 된 레누의 모습은 릴라를 어떻게 자극할까? 레누가 감탄해마지 않았던 옛소설을 화톳불에 던져버리는 릴라의 모습에 레누는 또 어떤 반동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까? 자신의 일기장을 레누가 강물에 던져버린 것을 릴라는 알게 될까? 스테파노와 미켈로, 체룰로에게서 벗어나 릴라가 완전한 자유를 되찾은 게 맞을까? 릴라와 엔초는 계속해 친구로 동거를 지속할 수 있을까? 니노는 어째서 레누의 사인회에 나타난걸까? 이 뻔뻔한 남자가 레누와 릴라의 인생에서 다시금 의미를 갖게 될까? 너무너무 궁금한 것이 많다. 도대체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질런지 알고 싶어 견딜 수 없다. 무엇보다 릴라가 쓰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자리에 멈추지 않고, 후퇴하지도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싶다. 레누가 릴라의 그림자마저 품을 수 있을만큼 거대한 성장을 이뤘으면 좋겠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가 서로에게서 등돌리지 않고 다시금 마주보았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을 안고 3권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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