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Art & Classic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아일렛, 솔 그림, 진주 K. 가디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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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영원히 살 거야!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내 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p165)

메리의 몸이 허약한 아버지, 파티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간밤 콜레라로 사망했습니다. 메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통곡 소리와 하인들의 다급한 발걸음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막연히 그날 아침이 참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집이 너무 고요했거든요. 유모가 잠을 깨우러 오지도 않았고 아침을 대령하는 하녀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메리를 보살펴주지 않았는데 실은 집이 텅텅 비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심술궂고 못생긴 주인 내외의 딸아이를 까맣게 잊은 채로 사람들이 떠나버린 것입니다. 사실을 알게 된 메리는 쿵쿵 발을 굴리며 화를 냈지만 더는 화를 들어줄 사람도 없습니다. 메리는 이제 고아입니다.

"난 울새 같은 존재인 거지. 사람들은 울새에게서 정원을 빼앗진 않을 거야!"

디콘은 이 상황을, 마치 희한한 새 한 마리가 제 둥지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어쩐지 조심조심 뒤따라야 할 것만 같았다.(p166)

"이렇게 버릇없어 보이는 아이는 처음이에요." 메리가 고모부의 집 미슬스웨이트 장원에 도착한 날 사람들은 수근거렸습니다. 포악하고 이기적인 9살 메리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고 메리도 모두를 싫어합니다. 그런 메리의 앞에 여러 사람이 나타나요. 마사, 메리를 전담하게 된 똑소리 나는 하녀는 말합니다. "아가씨는 강아지가 아니니까 혼자 옷 입는 법 정도는 익히셔야해요." 정원사 벤은 메리와 자신이 닮았다고 말하며 친구 울새를 소개시켜 줍니다. "저 녀석이 없을 땐 나도 외톨이요. 저 녀석이 내 하나뿐인 친구라오." 디콘은 아주 요정 같은 아이입니다. 동물들에게 인기가 많죠. "아가씨가 울새였구, 둥지가 어디 있는질 제게 알려줬다구 생각해보셔요. 제가 그걸 다른 사람들헌테 말허구 다닐까요? 전 안그래요. 아가씨는 울새만치 안전한 거여요."(p182) 병약한 사촌 콜린은 매일 같이 침대에 누워만 있습니다. "살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고 죽고 싶지도 않아. 몸이 아플 땐 여기 누워서 계속 그런 생각만 하다가 결국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아."(p214)

"예쁜 꽃들도 있구, 둥지나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니느 사랑스러운 동물들두 있잖어요.

걔들이 노래도 들려주구 휘파람도 불어주는데, 누군가에게 못되게 굴 일이 뭐가 있겠어요? 안그려요?"(p178)

고모의 죽음과 함께 문이 닫혔던 비밀의 화원. 울새와 바람의 도움으로 우연히 열쇠를 발견한 메리가 비밀의 화원의 문을 엽니다. 숨겨진 정원에 새처럼 둥지를 튼 메리는 처음에는 디콘을 초대해 정원을 가꾸고요. 그 다음에는 콜린을 휠체어에 태워 셋이 함께 정원을 뒹굴고 까불며 안락한 비밀을 공유합니다. 버려졌던 화원은 연녹색 새싹과 분수처럼 뿜어내는 장미와 계절의 냄새를 실은 공기와 울새들의 지저귐으로 마법처럼 아이들을 살 찌우고 외로워 심술났던 마음을 씻어냅니다.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고 기적을 목격하며 나날이 아이다운 행복을 찾아가지요.

정말 아름다워! 그렇게 아름다운 건 본 적이 없었을 거야! 드디어 왔어! 사실은 다른 날 이미 왔는 줄 알았었는데, 사실은 오고 있는 중이었던 거야. 그러다 지금 도착한 거야! 드디어 왔단 말이야, 봄이 왔어!"(p318)

어른들에게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여 웃다가 참지 못하고 깔깔 대는 메리와 디콘, 콜린을 볼 때면 가슴에 손난로를 넣은 것처럼 따뜻해졌습니다. 겨울이라는 걸 잊고 요크셔 봄의 공기를 맛보고파 창문을 활짝 열었다가 덜덜 떨기도 했네요. 따뜻한 날씨기만 했다면 결코 집안에 주저 앉아 책만 파고 있지는 못했을 거에요. 비밀의 화원은 밖으로, 자연으로, 장미꽃 만발한 봄으로 달려가 힐링하고 싶게 만드는 동심으로 꽉 찬 책이니까요. 진주.K.가드너 역자님의 번역이 편안하구요. 아일렛, 솔님의 오일파스텔화가 참 예뻐요. 인물보다는 풍경, 꽃, 하늘, 나무가 특히나 인상적인데 비밀의 화원에 딱 맞는 삽화라는 생각에 여러번 감탄합니다. 봄이 오면 정원이야 무리겠지만 자그만한 꽃 화분 몇 개는 꼭 들여놓구요. 메리처럼 저를 위한 작은 둥지를 만들겠어요. 꽃을 보며 고맙고 행복하다는 말을 매일 같이 해준다면 제게도 마법의 힘이 생겨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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