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서평단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저는 제가 못생기고 못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사랑받고 싶어요.

_어른들의 거짓된 삶, p274

이 책의 주인공인 어린 조반나. 12살 때 아버지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사춘기 문제가 아니야. 조반나가 빅토리아를 닮아가."(p12) 빅토리아는 아버지의 동생이자 조반나의 고모이다. 태어난 이후 조반나가 고모를 만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아버지와 고모가 절연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못생기고 무식하고 자격지심 쩌는데다 오빠와 올케언니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 부모님께 들은 고모에 대한 정보가 이와 같은데 조반나가 어떻게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조반나의 나이 당시 겨우 열두 살이었는데 말이다. 조반나는 빅토리아를 만나기를 열망한다. 빅토리아를 직접 보고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 절망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조반나는 확신에 빠진다.

처음엔 엄마에게, 다시 아버지에게 간청하여 빅토리아와 대면한 시간. 조반나는 충격에 빠진다. "네 부모님을 잘 봐. 제대로 봐. 네 아빠엄마에게 속지 마."(p120) 부모님께는 고모와의 만남이 불쾌하다고 말했지만 실은 거짓말이다. 조반나는 양친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빅토리아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 기이한 에너지에 빠져든다. 그런 조반나에게 네 부모님을 잘 지켜보라고, 부모님의 잘못된 점을 내게 알려달라고, 그것만이 네가 살길이라고 자꾸만 충동질하는 빅토리아. 빅토리아의 말 때문이었을까. 조반나의 눈에 점점 작은 사치로 일상의 숨구멍을 트는 엄마가 보인다. 작은 돈에도 벌벌 떨며 엄마를 구속하고 집안일은 온통 엄마에게 등떠민 아버지도 보인다.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가정의 균열이, 아슬아슬한 위기를 피부로 느끼던 어느날 조반나는 목격한다. 식탁 아래로 엄마의 다리를 감고 있는 아버지의 친구 마리아노 아저씨와 조반나 할머니의 보석팔찌를 차고 있는 마리아노 아저씨의 부인 코스탄차 아줌마를 말이다. 고모가 조반나가 태어났을 적에 줬다는 팔찌가, 엄마조차 모르는 집안의 유물이, 어째서 코스탄차 아줌마의 손에 있는 것인가. 팔찌의 미스터리를 쫓으며 조반나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빅토리아와 그의 영원한 사랑인 줄로만 알았던 엔초 아저씨의 비밀까지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의 욕망에 분노하면서도 그 이해할 수 없는 욕망이 자기 안에서로 차오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못난 어른들 밑에서 네가 고생이 많다. 사춘기가 막 시작한 즈음부터 사춘기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조반나가 보고 듣고 겪은 어른들의 위선을 고발하는 책이다. 동시에 조반나와 조반나의 친구(들)의 성장을 얘기하는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때도 그랬지만 난 사실 폭풍 같은 사춘기 시절을 잘 공감하지 못한다. 특히나 그 관심이 외모적, 이성적, 육체적으로 흐를 때엔 더더욱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사춘기에 날뛰는 호르몬을 제대로 못느끼며 성장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발육이 부진했던 탓도 있겠고 당시 집안 환경이 지나치게 가혹해서 남들이 여드름 걱정할 때 문제집 값 걱정하면서 컸던 탓도 같고. 어쩌면 단순히 이해 부족이나 취향 문제일 수도 있고;; 어쨌든 어른들의 거짓된 삶을 경멸했던 조반나도 성장하며 조금씩 그 거짓된 삶에 한발자국씩 다가간다. "어른이 되면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거야."(p274) 한 때의 나처럼 조반나도 이 말을 싫어했고 차라리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도 한다. 어른이 되고 보니 싫었던 그 말이 이해가 되다못해 그렇게 경멸했던 어른들을 연민하는 내가 있다. 조반나 너는 어떠니? 줄리아나를 의식하면서도 로베르토의 집으로 홀로 찾아갔던 더. 그러나 마지막 걸음에서 멈춰섰던 너라면 나와는 조금 다른 어른이 됐을까? 소설은 끝이 났는데 나는 자꾸만 어른이 된 조반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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