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도둑
해나 틴티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솔직하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보물섬의 뒤를 잇는 고딕 모험 성장소설이라는 출판사의 문구에 취향 더듬이가 번쩍했습니다. 보물섬은 그림책으로 밖에 못봤지만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으며 그 시절 찰스 디킨스가 인기작가인 이유를 실감했고 고딕 모험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저의 원픽이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착한도둑도 펼치자마자 한번도 안쉬고 완독했어요. 배경이나 주인공 성격이 비슷해서 진심 올리버 트위스트 의형제인 줄요. 하기야 BC 470년생 소크라테스와 1947년 나훈아 횽님도 아묻따 의형제 하는 세상에 올리버 트위스트랑 착한도둑도 형제하지 말란 법 없죠. (추석 때 2020 나훈아 콘서트 테스횽에 반함ㅋㅋㅋ)

렌은 아기일 적 성 안토니오 보육원에 버려졌어요. 잠옷 목깃에 짙푸른색 실로 R, E, N이라고 새겨져 있어서 이름도 렌이 되었죠. 종종 힘좋은 일꾼으로 소년을 들이려는 농부나 입양을 원하는 부부가 보육원을 방문하곤 했지만 렌이 최종 선택되어 보육원을 떠나는 일은 없었어요. 렌의 눈빛이나 얌전한 외양을 맘에 들어했던 사람들도 손목 아래가 잘린 오른팔을 보면 고개를 젓고 말아요. 렌은 쓰레기통과 나무상자 속, 들판의 어딘가에서 렌과 만날 날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을 오른손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아기일 때 헤어진 그 손은 더 이상 렌의 팔에 맞지 않을테지만 크기는 아무 상관없이 재회하고픈 마음이 자꾸만 들어요. 자기 대신에 농부에게 선택되어 나간 친구를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행복하기를 바랬다가 샘도 내었다가 엄마가 찾으러 와줬으면, 나이가 차서 군대에 끌려가기 전에 누군가가 자신을 보육원에서 데려가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해요.

그러던 어느 날, 한여름 하늘같이 푸르른 눈동자의 남자 벤저민 냅이 보육원을 찾아 와요. 어릴 적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라는 것이 명목 상의 이유인데 그는 렌을 보고는 냅다 소리를 지릅니다. "이 아이예요. 얘기 틀림없습니다."(p51) 렌은 형이 자신을 찾아 왔다는 것에 땅바닥에 토할만큼 흥분하지만 그 순간 냅의 얼굴에 떠오른 혐오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남자는 인디언 부족에게 부모님이 피살됐다는 흥미진진하고 그럴싸한 이야기로 존 신부님을 현혹한 다음 곧장 랜의 친권을 보장하는 서류를 챙겨 랜과 함께 보육원을 떠납니다. 처음으로 보육원 밖의 세상을 맞이한 렌. 설마하니 자신을 형이라고 소개했던 남자와 벌이는 최초의 일이 도둑질이 될 줄은 몰랐어요. 보육원에서도 좀도둑질을 했던 렌이지만 대게는 훔친 것을 되돌려 주었고 훔친 물건이라야 돌맹이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거든요.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쁜 일에 빠진 것은 처음이었지요. 게다가 알고 보니 형도 무엇도 아니었던 벤저민은 냅을 이용해 돈을 벌 몹쓸 계획을 꾸미기 시작하는데요. 가족을 갖고 싶다는 렌의 소원은 어떻게 되려는 걸까요? 가족이라는 비현실적 꿈 대신 차선으로 선택한 오렌지를 먹고 싶다는 소원은요? 그 소원대로 맛있는 오렌지를 실컷 먹었을까요?

올리버 트위스트를 생각나게 하지만 올리버 트위스트와 꼭 같지는 않은 렌. 올리버와 비교해 렌은 세상과 좀 더 타협적이랄까요? 벤저민 냅도 올리버가 만났던 소매치기 우두머리, 이름이 기억 안나는 그 유대인 노인 같을 줄 알았는데 평균적인 악당하고는 아주 많이 다른 인물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렌이 고생을 안했다는 건 결코 아니구요. 사기꾼 냅 때문에 렌은 서점에서 책도 훔치고 아편이 들어있는 물약도 마시고 무덤도 파고 시체도 팔아치우는 도굴꾼 일까지 하게 되는데 신기하리만치 렌은 벤저민을 따르고 벤저민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아요. 독자인 저도 자꾸만 벤저민의 어떤 다정한 면들에 마음이 가더라구요. 틀림없이 좋은 놈은 아닌데 매력은 넘쳐, 어쩌면 좋죠?? ㅎㅎㅎ 렌이 훔친 책 <성자들의 삶>을 발견하고도 기적을 갖고 싶었다는 아이를 혼내키지 않고 고해성사를 들어준 후 책을 되돌려 준 조지프 수사님, 징집되는 고아들의 삶을 걱정하며 신의 뜻을 궁금해하던 농부, 친구를 배신한 과거를 후회하며 렌의 친구들을 좀 과격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보육원에서 데려와준 톰 선생, 하나님은 바쁘셔서 애들까지 혼내고 다닐 시간이 없다며 랜을 격하게 안아주고 달걀, 버터, 베이컨, 빵을 한가득 먹게 해준 샌즈 부인, 시체인 줄 알고 도굴됐다가 되살아난 렌의 큼지막한 어른 친구 돌리, 에그니스 수녀님과 굴뚝 요정 같은 난쟁이, 식량창고 안의 피클병까지 못잊을 것 같아요. 소설의 처음과 난데없이 연결되는 결말 앞에서도 깜놀! 기적을 갖고 싶었고 결국 기적을 손에 쥐게 된 렌의 모험이 대견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에요. 더불어 올리버 트위스트도 함께 읽으면 참 좋겠죠? 저는 이참에 보물섬도 완역본으로 읽어보려고요. 10월의 완독서로 꼭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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