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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 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 ㅣ 클래식 클라우드 23
신승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평점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지원을 받아 읽은 책입니다*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라 믿고 읽었을 뿐. 클클의 23번째 주인공인 르코르뷔지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어요. 표지만 보고서는 유럽쪽 화가인가 생각을 했는데 건축가라는 사실을 알곤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어떤 의미의 끄덕끄덕이냐면 "암암, 건축가라면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하지" 라고 동의하게 되는 그런 끄덕임?? 제가 이름을 알고 있는 건축가라고는 러브하우스의 양진석, 이창하 건축가님 뿐이거든요. 함께 하는 기쁨! 신동엽의 러브 하우스~ 추억 돋 ㅎㅎㅎ
르코르뷔지에의 본명은 샤를에두아르 잔느레그리입니다. 사망 당시의 국적은 프랑스였지만 태생은 스위스의 라쇼드퐁이라고 해요. 시계에 애나멜 칠을 하는 아버지와 음악 선생님인 어머니, 바이올리스로 성장하는 형을 가족으로 두고 있어요. 부모님의 재능을 고루 물려받아 음악과 회화 다방면에서 소질을 보입니다. 공부도 꽤 하는 편이라 양친의 기대를 받았지만 사춘기를 혹독하게 앓으면서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일찍 미술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요. 시계 장인들이 세운 라쇼드퐁 미술학교에서 기초 드로잉, 원근법, 조소 등의 수업을 듣고 그림 그리는 일을 일평생 사랑합니다. 그런데 시계 만드는 일에는 아무리해도 흥미가 안생겼는가봐요. 스위스 시계 산업이 산업화에 떠밀려 사양길에 접어들기도 했구요. 말은 장인인데 정밀하게 분업화된 구조 속에서 진행되는 반복 작업이 예술가라기 보다는 노동자 같이 느껴졌던가 봅니다.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 엇나가기 직전인 에두아르에게 건축가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사람은 학교의 젊은 교장 레플라트니에였습니다.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프지만 시야가 좁은 에두아르에게 스승은 건축 일을 제안합니다. 막연히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건축에는 문외한이었던 에두아르는 초반에는 제안을 거절하는데요. 레플라트니에는 포기하지 않고 에두아르를 설득해 그가 건축일을 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도움을 줍니다. 제자를 곧장 건축 작업에 투입시키는가 하면 자기에게 들어온 주택 설계일도 에두아르의 손에 쥐어주구요. 난색을 표하는 건축주를 설득하고 경험 많은 지역 건축가를 에두아르와 짝 지워주는 등 에두아르의 첫 건축 작품이 성공리에 탄생하도록 갖은 공을 들여요. 훗날 르코르뷔지에는 이 건축물을 창피해하며 자신의 작품집에서마저 빼버리지만 평생의 스승은 오직 레플라트니에뿐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건축가로서의 본격적인 삶이 꽤 얼렁뚱당 시작된 느낌이죠?
이후에도 에두아르의 배움과 성장은 약간은 주먹구구식입니다. 대학에 가라는 부모님이나 스승의 권유를 뿌리치고 스무살의 청년은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시절 뜻이 있는 젊은이들은 도재식으로 기술을 배우거나 학교에서 지식을 쌓았던 반면 에두아르의 선택은 꽤 남달랐어요. 예술의 중심 빈, 파리와 독일, 동유럽과 이스탄불 그리스 등으로 여행을 다니며 단기 근로자 생활을 반복하거든요. 스승과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걱정보다 더 큰 사랑과 후원으로 에두아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도록 지원을 해줍니다. 에두아르는 여행으로 건축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쌓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관을 찾아 한단계씩 성장하며 건축가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학위가 없었고 지나치게 진보적이고 공격적인 성향, 아웃사이더의 기질 때문에 편편이 남들과 부딪히는 일도 많았구요. 소위 자격증이라는 것을 경멸하며 끝까지 자기 가치관을 고수해나간 강인한 의지의 인물 같았어요. 르코르뷔지에라는 이름은 보수적인 문화계에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글을 투척할 때 썼던 필명인데 필명이 본명보다 더 유명세를 타면서 계속 이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제일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그가 시력을 잃는 부분이었습니다. 르코르뷔지에는 본인 스스로 잡지를 창간하기도 했고 글쓰기를 매우 즐겨서 한달 평균 1만 단어에 이르는 글을 썼는데요. 그 때문인지 일찍 왼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됩니다. 스스로를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라 비유했는데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출 때면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대요. 안경 값을 반만 내겠다 이거죠 ㅎㅎ 안경 앞에서 자린고비식 유머를 발휘되는 르코르뷔지에의 일화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만 진실로 유머이기만 했을까 살짝 의심도 했습니다. 르코르뷔지에와 가족 사이의 금전 거래 관련 일화가 두 개쯤 등장하는데 돈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한 성격 같더라구요. 소설가나 화가, 시인, 음악가에 비해서 건축가의 삶에는 사랑이 차지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도 같습니다. 애인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고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말미에 잠깐 등장하는데 클클로 만나온 많은 예술가들의 치열하고 복잡다단한 연예사들을 접해오다가 르코르뷔지에를 읽고 조금 당황한 거 안비밀.
르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고 현대신 아파트형의 건물과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을 탄생시킨 건축가 입니다. 비인간적 도시 환경을 열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요. 르코르뷔지에는 아파트형으로 건물을 높게 짓는 대신에 도시의 70퍼센트 이상을 녹지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거에요. 뉴욕의 빌딩들이 충분히 높지 않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놀래킨 적도 있는데 그 말의 이면에는 뉴욕에 충분한 녹지가 없다는 비판이 담긴거였더라구요. 다만 제가 억만금을 번대도 르코르뷔지에에게 건축 설계를 맞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르코르뷔지에가 파리에 세운 건축물이 엄청 유명세를 탔는데요. 아뿔싸. 우기가 오니 건축물에서 비가 줄줄줄줄. 당황한 집주인이 거듭 수정을 요청했지만 못알아듣는 척 하고 강력 항의를 했더니 르코르뷔지에 왈 "현관에 병명록을 가져다 놓으면 유명 인사의 서명으로 가득 찰 것이다" 라는 답장을 보냈다고 해요. 건축 역사를 바꾼 걸작인데 비 새는 것쯤 문제 될 것 없지 라고 생각하는 건축가의 뻔뻔함 앞에선 혀를 내둘렀어요. 보수공사도 미루고! 연락도 잘 안되고! 덕분에 주인 집 아들 폐렴 걸려서 요양원 신세;;; 예술이기 이전에 사람이 사는 집인데!! 저였으면 아주 그냥 죽이러 갔...... 을리가 없죠. 만날 수도 없는 유명하신 분이기 이전에 이미 작고하신 분인걸요 ㅎㅎ 클클 덕분에 건축가를 다 알게 되고 하튼 재미나고 고마운 시리즈입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예술가를 만날지 기대하며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