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토월 - 이문구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4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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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투리가 아주 본격적인 책입니다. 경상도, 전라도, 간도, 이북 몇 몇 지역의 사투리는 여러 소설로 이차저차 접해봤는데 충청도는 난생 처음인 것 같아요. 백종원씨가 티비에 자주 등장하면서 저도 이랬슈 저랬쥬 하며 충청도 사투리를 좋아라 하고 또 익숙해졌다고도 생각했는데요. 아이쿠야 이문구 작가의 글들로 접한 해방 이후의 충청도 사투리는 외국어 뺨치게 낯설더라구요. 충청도 식으로 표현하자면 기가리가 맥혀서 이걸 어뜨케 읽나 할 지경이었는데 신기한 건요. 그래도 한국어라고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눈이 트이고 말이 입에 붙어오더라구요. 사투리의 문장 속에서 음률이 느껴지고 뜻이 깨이면서 말들이 자박하게 밟히는 순간의 그 쾌감! 재미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는데 중반 어디쯤부터였는지 까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솔까 이야기가 그 자체로 구성지다 할 것은 없었는데 사투리가 정겹고 말맛이 좋아서 이문구의 작품 속에 답싹 빠졌슈!!

<암소>

패리로(8.15)와 육니오 사비언이 끝나고 때는 박정희 정권 시절. 황구만씨 댁에서 머슴살이 하던 선출이가 한푼두푼 모은 돈 8만원을 뭘 믿고 그랬는지 황구만씨 사업자금으로 대어줬지 뭡니까. 소창직 직조 사업을 시작하며 초반 바짝 벌 적에는 선출이한테 빌린 원금에 이자까지 따북 따북 갚겠구나 했는데 웬걸요. 근방에 들어온 공장에서 까시미룡을 만들면서 기저귀 감으로 밖에는 쓰일 일 없는 소창 공장은 쫄딱 망하고야 말았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농민을 살리겠다는 명목 하에 고리채 신고를 받았는데요. 시책의 의의는 참말 좋은데 황구만씨 영악하게 선출이 돈을 고리채로 신고해 버려요. 그 집서 머슴살던 선출이 입장에서는 코가 막히고 눈물이 주륵주륵 흐를 일이었쥬. 제대 후 배째라 들눕으니 양심이 아주 없지는 않은 황구만씨가 암소를 한 마리 키워 그놈 팔은 값으로 빚을 갚겠다 계약서를 썼습지요. 저노므리 암소만 갖다 팔면 눈이 까아만 신실이 손 붙들고 서울 가서 한번 제대로 살아보리라 작정을 한 선출이. 아침부터 밤중까지 갖은 정성으로 키운 암소는 식구나 매한가지인데 차마 어찌 파나 싶어 하루이틀 어떻게든 수를 써서 암소를 붙들려는 황구만씨의 티키타카가 글케 재미질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단박에 그 재미를 느꼈던 것은 아니고 이 책 끝까지 읽고 처음으로 돌아와 재독하며 알았네유. 처음엔 뭔 말이유..사투리 모르겠슈.. 울면서 읽었음을 고백합니다ㅋㅋㅋ

<일락서산>,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네 편의 단편소설인데 관촌수필이라는 부제가 동일하게 붙어있습니다. 읽다보니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1인칭 주인공 시점에다 동일한 배경, 시대, 등장인물들 때문에 연작 수필만 같았거든요. 다 읽은 지금도 이게 소설이야 수필이야 헷갈리는데 작품해설을 읽을까 하다가 정답을 알고 싶지 않아 패스합니다. 고대광실 높은 집은 아니어도 체통있는 양반댁으로 고풍스러웠던 집 안팎의 풍경. "할아버지 대가리는 잠지 달렸대..." 하고 놀리면 고놈고놈 하면서도 벽장문을 열어 은수저 휘어지게 엿단지 엿을 돌돌 말아 주던 주인공 "나"의 상투 튼 할아버지.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가 이웃 혼사날 벌였던 춤사위와 노래. 모친이 옹기 사이에서 낳았다고 옹젬이라 불렸던 식모 옹점이.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어 잡혀가고 말았지만 어린 시절만 해도 주인공의 큰형 노릇을 제대로 했던 대복이와 섬아가씨랑 결혼하며 이냥저냥 잘 살면 좋았을 것을 남로당이었던 주인공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여러번 고초를 치르고 기어이 백혈병까지 걸린 석공 등 잊지 못할 이웃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골의 풍경들이 정답고 따숩지만 마음 아픈 그 시절 이웃들의 이야기, 우리네 역사가 마음 아프기도 합니다.

개그집인가 싶게 웃겨서 뻘하게 터졌던 <우리 동네 김씨> <우리 동네 이씨>, 관촌수필이라는 부제는 붙어있지 않지만 관촌수필과 같은 배경, 인물이 또다시 등장하는 <명천유사> <유자소전>, <암소>와 함께 드물게 소설 같이 읽혔던 (다른 작품들은 소설 같지가 않았슈) 장동리 싸리나무 등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습니다. 경상도는 말이 짧고 톡톡 쏘는 맛이 있다면 충청도는 감치고 능치면서 굴러가는 맛이 참말 좋았어요. 인물도 이야기도 하나 같이 수더분허니 정이 갑니다. 충청도 사투리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암만 읽는 게 좀 고역일 작품이긴 한데 저는 그래도 추천할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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