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아지는 이맘떼면 하릴없이 책장 여기저기를 들여다보며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혹 책벌레가 꼬이진 않았을까? 책에 핀 곰팡이를 먹고 산다는 책벌레. 책벌레가 책에 끼치는 손상도는 거의 없다시피하며 습도 조절만 잘해주면 금방 박멸시킬 수 있다는데 말처럼 쉬우면야. 제습기와 에어컨을 24시간 여름 내내 틀 수도 없고 말이죠. 오늘 아침에도 비가 오길래 창문 꽉꽉 닫아걸고 제습기 8시간 예약해두고 집을 나섰.......... 지만 중요하지 않죠! 프랑스 책벌레인 그가 제 책장에 꼬일 리는 없으니까요. 거기다 이주영 작가라는 임자까지 있으신데 말입니다.
책덕후든 책벌레든 하튼 남의 책 읽는 얘기는 왤케 재미날까요? 문학과 라틴어 교사인 이주영 작가의 프랑스 남편에두아르 발레리 라도와의 결혼. 그로부터 시작된 남편 책과의 공생기? 내지는 생존기? 랄까요? 차진 욕설로 애정(?)을 표현하는 작가님의 유쾌함 덕분에 배꼽 잡고 웃었습니다. 책에 중독되서 세상 책 밖에 모르는 남자가 책에 빠져 시시때때로 덜렁거리고 책에 집착하고 책 때문에 다투고 책 때문에 아끼고 책으로 사치하고 책으로 눈 떠서 책으로 마감하고 책으로 배우고 책으로 깨다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알콩달콩 할 수 없어요. 작가님은 속터져 죽겠다고 하시고 읽는 저도 속터질만 하다고 생각하지만요. 어쨌든 제 일이 아니라 작가님 일이니까 마냥 깔깔 웃게 됩니다. 내 책장에 곰팡이 핀 책은 용납 못해도 작가님 댁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곰팡이 핀 절판책 고전들은 낭만적이구요. 요즘 책값 왜 이리 비싸냐며 책 한 권 살 때마다 손을 벌벌 떨면서 서점에서 재벌처럼 책을 쓸어담는 에두아르 책사치에 대리만족 해요. 박학다식하고 똘똘한 에두아르의 말발글발에 져서 분해하는 작가님 모습이 짠내나는데 에두아르가 한 말들이 좋아 밑줄 긋고요. 집 떠난 책들이 그립다고 필요하다고 그 책들 데려오겠다며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작가님 부부 모습에 환호합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곳이 인스타그램이에요. 책 광고를 위한 짤이 하나 올라와 있었는데 궁금해 미치겠는 거에요. 어떤 남편이 부인과 자녀를 살해하는데요. 글쎄 그 이유가 책 둘 공간이 부족해서!! 랍니다. 세상 살면서 이보다 황당한 살인의 동기를 본 적 있으세요? 친구의 너도 조심해라는 얘기에 책을 찾아봤다는 작가님. 독자를 말려죽이려는 출판사의 농간인지 광고에는 책 제목이 쏘옥 빠져있더라구요.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를 읽겠다! 읽고 무슨 책인지 알아내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그 책은 알고 보니 <음음 음음 음음>이었어요. 나도 안알랴쥼 ㅋㅋㅋㅋ 프랑스 책벌레의 튼튼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작가님의 습하고 콤콤하고 곰팡이 피는 사랑을 응원하겠슈. 제 책장은요. 장마철이지만 습도라곤 없이 쨍하게 건조할 예정입니다. 책벌레 비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