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책을 빌려 읽는 건 취향이 아닙니다. 제 책도 남 안빌려줍니다. 옛다 가져가라 던져주고 새책 살지언정 빌려주는건 있을 수 없습니다. 제 책이 남의 손 타는 거 너무너무 싫거든요. 돌아오지 않는 책 기다리느라 애가 타구요. 책이 손상된 채 돌아오면 욕을 바가지로 떠서 철썩철썩 뿌려주고 싶다니까요. 제가 저를 너무 잘 알아서 낯빛을 싹 바꾸고 못들은 척 하니까 더럽고 치사해서 안빌려간다더라구요. 그럴 땐 민망함 조금치도 느끼지 않고 얼씨구나 합니다 ㅋㅋ 실은 그런 이유로 제목이 잘 이해가 안갔습니다. 진짜? 책덕후인데 책 빌려달라 그래? 잘 빌려도 주고? 책덕후의 경지까지 오르지 못한 저는 덕후는 내 길이 아닌가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되더라구요. 남들은 관대하게 책을 공유하는데 저만 이렇게 옹졸한가 싶어서요. 이 카툰 에세이 꼭 읽어봐야겠다 싶었지요.
시작하는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책장에서 책을 훔쳐가도 늘 내버려 두셨던 부모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 역시! 아니잖아요! 그잖아요! 빌려읽지 않았잖아요! 하면서 말이죠. 책에 중독된 작가님 눈엔 사방에 너무 많은 유혹이 깔려읽습니다. 공공도서관, 대형서점, 마당세일(아나바다일까요?), 동네서점, 헌책방, 만화방, 쓰레기통(예에?), 사회운동센터 등등. 책이 있는 곳을 지나갈 때면 머릿속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고함을 친대요. "책이! 아무래도! 더 필요해!!" (p7) 제 말이요 작가님!! 안읽은 책, 못읽은 책, 내일모레까지 읽어야 할 책 책상책장에 가득 쌓아놔도 책이 나 읽어줍쇼!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외면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독서가의 변천 단계도 소개해주셨는데 여러분은 지금 어느 단계인 것 같나요? "1. 책을 알게 됨 2. 책에 푹 빠짐 3. 책과 자신을 동일시 4. 책으로 인간관계를 대신함 5. 책에 크게 한번 뎀 6. 책을 등짐(이 부분 자세히 봐야 해요. 6번 어디갔어? 한참 찾았다니까요 ㅋㅋ) 7. 책을 재발견 8. 책을 사 모음 9. 다음 세대에 책을 넘겨줌"(p9) 저는 책에 푹 빠짐 단계요. 아직 책과 저를 동일시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책을 잘 못, 안 읽는가 싶어요. 버스 정류장 버스 오기까지 시간 한참이나 남아있어도 왠지 부끄러워서 폰만 보거든요.
무슨 물건을 책갈피로 쓰는지, 어떤 장르의 책들을 읽는지, 책을 읽으며 새롭게 다지는 각오와 독서를 방해하는 각종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이지 귀여운 그림체로 정말이지 공감가게 쓰여있는 책이에요. 도서관을 제외하고 누구한테 책을 빌려읽고 얼마나 빌려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요 ㅎㅎㅎ 재주만 있다면 책 리뷰를 이렇게 카툰 식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당연히 그런 재주 없쥬. 눈물 :< "시리즈의 끝은 아쉬움, 위대한 책의 끝은 경이감, 이야기의 끝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p124) 올 여름 끊이지 않고 좋은 책 많이 읽을래요. 세상 모든 책덕후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