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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1. 신화와 함께 하는 나무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나무가 어디 한두 그루랴만은 게중 가장 유명한 나무는 저 아테나의 올리브이리라.
도시 아테네를 차지하기 위해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경쟁한다. 바위 틈에서 샘물을 끌어올린 포세이돈, 장차 모든 올리브나무의 기원이 될 싹을 아크로폴리스의 우물 옆에 자라게 한 아테나. 아테나이 사람들은 번쩍 여신의 손을 들었다. 포세이돈이 순순히 물러났던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나무 이야기" 속 올리브 이야기에 웃는다. 여신의 산물인 줄만 알았던 올리브 나무를 인간은 무려 2만 년 전부터 재배해왔다는 것이다. 신화는 신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그드라실도 빼놓고 가선 안되겠지? 나는 이그드라실을 지구상에 실체하는 어떤 종류의 나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착각이었다. 올리브나무와 똑같이 물푸레나뭇과로 잎이 녹색일 때 벌써부터 낙엽이 지는 구주물푸레였다. 토르, 오딘, 프레야 같은 신들의 연대기에 구주물푸레 나무가 여러번 등장한다고 하니 다음에 북유럽 신화를 읽게 되면 매의 눈으로 찾아봐야겠다. 현실의 구주물푸레나무는 마름병으로 멸종 위기다.
2. 놀라운 열매들
2년마다 5만개의 씨앗을 생산하는 파스타치오, 한 송이에 과실을 1천개나 맺는 대추야자, 익고 난 후에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아 가지에 매달려 2.5키로까지 자라는 시트론, 포멜로와 귤의 혼합종으로 야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렌지, 1년 동안 270키로의 레몬을 생산하는 레몬나무, 바다에 둥둥 떠서 먼 거리를 여행하다 육지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코코야자, 사람뿐만 아니라 꽃의 수분을 돕는 곤충까지 중독시키는 커피나무, 신들의 과일이라 불렸던 미국감나무,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무인 줄 알지만 실은 땅 밑의 알줄기에서 자라난다는 거대한 풀 바나나까지. 나무들의 열매 맺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특히 카페인에 중독되는 곤충의 이야기에 엄청 놀랐다. 곤충과 동류애를 느끼는 날이 올 줄이야. 그 조막만한 머리, 가슴, 배로 느낄 카페인의 효능이 궁금하다. 곤충도 잠 못드는 밤에 커피 원망을 할까?
3. 인간의 삶 속에 녹아있는 나무 이야기
안네 프랑크의 나무로 알려진 가시칠엽수가 있다. 암스테르담 운하 주변 한 주택 앞에 심어져있는 이 나무를 소녀가 무척 좋아했던 것이다. 안네와는 달리 전쟁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살아남은 나무는 병에 걸려 2007년 벌목의 위기에 처한다. 사람들은 이 나무가 잘리는 걸 그저 두고 볼 수 없었다. 항의, 법원의 결정, 자선 재단의 설립, 갖은 노력 끝에 나무는 자리를 지켰다. 어느 해 8월의 강풍이 나무를 부러뜨리기 전까지. 마지막 희망으로 종자를 채취한 사람들이 7포기의 묘목으로 나무를 살렸다.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센터, 학교, 공원, 박물관 등에서 안네의 나무가 살아 숨쉰다. 원주민의 토템폴, 약물, 연장, 상자, 악기, 화살대, 딸을 위한 혼수용 장, 술과 종이, 더 크게는 선박과 비행기, 하다 못해 커피 회사의 이름 속에 나무 이야기가 녹아있다. 자이언트측백나무로 만들어지는 카누는 그리스어로 하나의 나무로 만들었다는 모녹실론이라 불리기도 했다는데 커피 한 잔에 나무 한 그루를 다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맛이 더욱 일품이다. 일러스트를 열심히 들여다 보지만 눈썰미가 없는 나는 현실에서 보는 나무와 그림 속 나무를 분간할 재주가 없다. 대신에 나무마다 깃든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읽으며 100가지 나무를 기억하려 애쓴다. 유익하고 재미있고 예쁘고 향기롭고 우거진 나무와 다름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