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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ㅣ 함께하는 여름
실뱅 테송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평점 :
우리나라 tvn "책 읽어드립니다" 같은 방송이 프랑스에도 있더라구요. 우리는 티비고 그쪽은 라디오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요. 몽테뉴, 프루스트, 보들레르, 빅토르 위고뿐 아니라 호메로스가 그들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는데요.
단연코 최고 인기는 호메로스였던 듯 합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3일 만에 초판 3만부가 매진되고 그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해요. 프랑스 라디오이니 영영 들을 일 없겠지만 열광하며 책을 구입하셨을 독자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요. 저도 이 책! 등장하자마자 무지무지 궁금했단 말이죠>_<
전 호메로스 하면 기다란 수염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를 떠올리곤 했는데요. 호메로스의 정확한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같습니다. 학자들의 연구 끝에 신빙성 있는 가설이 세 가지쯤 추려졌나봐요. 첫째는 호메로스는 그냥 천재다! 라는 가설이에요. 트로이 전쟁 후로부터 4백 년이 지나 태어났지만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 괴물 같은 음유시인이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거대한 문학을 창조했다는 겁니다. 둘째는 호메로스는 한 사람이 아니라 음유시인, 음영시인들의 집단이라는 건데요. 이야기꾼 종족(?)이, 일종의 집시 같은 사람들일까요?, 수 세기에 걸쳐 수집한 텍스트를 추려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집대성 했을 가능성이 있대요. 셋째 가설은 호메로스가 표절자라는 거였어요. 그 시절 널리 알려져있는 전통 이야기들을 하나의 항아리에 모아 연금술사처럼 재구성하지 않았겠냐는 건데요. 브람스가 헝가리 농민의 춤곡을 재구성해 고전음악에 편입시킨 걸 예로 들었더라구요. 물론 가설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언제까지고 알 수 없겠지만요.
일리아스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편이었어요. 아마 매들린 밀러의 "아켈리우스의 노래"를 읽은지 얼마 안되서 그런 것 같아요.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로부터 예언을 듣는데요. 트로이 전쟁에서 헥토르를 죽이면 그 자신도 전사하게 될 거라는 거였어요. 그는 긴 시간 헥토르와의 정면 승부를 피합니다. 헥토르는 내게 잘못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죠. 아가멤논에게 모욕 당한 후에는 아예 전투에서 빠져버리기도 해요. 그 바람에 그리스 진영에서는 전사자가 속출하지만 주변의 간청에도 아랑곳 없어요. 연맹의 안위보다 제 명예가 우선이거든요. 언제까지? 친우인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의 손에 죽어 그가 입고 있던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강탈 당할 때까지요. 이때만큼은 죽음의 예언도 그를 말리지 못해요. 되찾아야 할 명예가 너무도 컸으니까요. 신기한건요. 미친개처럼 날뛰던 아킬레우스가 정작 프리아모스 왕이 찾아와 간청할 때에는 정중하게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준다는 거에요. 이또한 명예 때문이었구요. 그보다 앞서 헥토르가 죽기를 결심하고 아킬레우스 앞에 나선 것도 이 명예 때문이었대요. "아! 싸워보지도 않고 영광 없이 죽기는 싫다. 후세 사람들이 들어서 알게 될 위업을 이루고 죽으리라!!"(일리아스 22편, p181) 잊히지 않기 위해 집단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으리라는 야심으로 죽으려 하다니요. 소시민인 저로서는 도통 이해 못할 사고 방식이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는 사실도 부정 못하겠어요. (추신 : 훗날 저승의 아킬레우스를 오디세우스가 만나게 되는데 엄청 후회를 하더랍니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데 명예는 개뿔~ 했다는 썰이 ㅎㅎㅎ)
작가 샤를 페기의 말입니다. "호메로스는 오늘 아침에 읽어도 새롭다. 어쩌면 오늘 신문만큼 낡은 게 없을지도 모른다."(p166) "2천8백 년 묵은 신선함"(p343)이라니 이토록 요물 같은 책이 또 있을까요? 올여름 더는 미루지 않고 무명으로 남지 않으려는 영웅들의 욕망 같은 일리아스와 이케아로 돌아가기 위해 갖은 고난의 항해를 지속하는 오디세우스를 만나고 말리라 다시 한번 작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