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 짐 로저스의 어떤 예견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오노 가즈모토 옮김 / 살림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짐 로저스라는 인물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린다는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건데 저중 내가 들어본 사람은 워런 버핏이 유일하다. 뉴스는 헤드라인만 읽는다. 정치, 사회, 경제 모두에 무관심하다. 게으르고 겁도 많아 투자라고는 모르고 개미처럼 매달 월급을 쪼개어 저축만 한다. 투자가가 쓴 책에는 관심을 둔 적도 없고 그걸 읽겠다고 작정해 본 일도 없다. 독서 카페의 강력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쌩 하니 흘려버렸을 책을 얼떨떨 하게 만나 얼떨떨 하게 읽었다. 여태 읽어온 영역의 책들 이래야 온통 소설뿐이라 짐 로저스의 책은 읽을 때에도, 읽고 난 후에도, 지금 리뷰를 쓰면서도 솔직히 얼떨떨 하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1.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소제목이 짐 로저스의 어떤 예견이다. 그의 예견에 따르면 "한반도는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장소가 된다."(p43) 단 통일이 된다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여성 인구 부족,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이를 해결할 방안이 미비한 반면 한국은 단번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있다. "통일". 북한은 여성 수가 부족하지 않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북한의 젊은 여성들은 출산을 원한다. 통일이 된다면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가 쇠락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라는 게 짐 로저스의 예견이었다. 북한의 성실한 국민성, 남한의 경영능력과 자본에 대한 노하우, 여러 인적물적 자원이 더해진다면 "한반도는 5년 후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p44)라는 단언도 있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의 신경전에 이리 처이고 저리 처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는 희망적인 미래가 외부인의 시선에 포착됐다는 사실이 어쨌든 기분 좋고 흥미로웠다. 다만 북한 여성들이 통일 후 충분한 교육을 받고 사회진출을 이루고 난 후에도 계속해 출산을 원할는지, 저출산의 문제가 장기적으로 해소될른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2. 일본에 사는 열 살짜리 아이라면 당장 일본을 떠나라
짐 로저스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의 하나이고 큰 가능성을 가진 나라임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본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는다. 오죽하면 "만약 내가 일본에 사는 열 살짜리 아이라면 AK-47(총)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이 나라를 떠날 것이다."(p78)라고 얘기할까. 그가 예견한 2050년의 일본은 범죄대국이다. 아베가 망쳐놓은 일본 경제는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저출산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배척하는 폐쇄적인 문화가 일본의 발목을 잡는다. 50년 100년 후의 일본은 지금과 같은 경제대국이 아닌 정도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은 살면서 끔찍한 일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인들이 박수를 보내는 손꼽히는 근면성과 품질에 대한 엄격성, 탐구심, 그 밖의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다면 일본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빚과 저출산, 짐 로저스가 지적하는 일본의 문제점 다수가 한국에도 해당되는 사안이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섬뜩했다.
3.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 중국은 폐권국에 가장 근접한 나라다
짐 로저스는 두 딸을 데리고 싱가포르에 거주 중이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자신이 충분히 현명했더라면 옥스퍼드대가 아닌 중국에 갔을 것이라 이야기하는 그는 자신의 후회를 발판 삼아 딸들의 교육을 싱가포르에서 시키기로 결정했다. 동아시아의 불어올 훈풍을 믿고 있는 것이다. 기술로 중국을 견인하는 리더들, 리더를 뒷받침 하는 인재들을 홍수처럼 쏟아내는 초대국, "먼저 시도하라,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정부가 규제하겠다' 라는 선상시 후관제의 정부방침, 신경제 속 중국의 약진은 무서울 정도다. 중국을 읽는 일이 한국과 일본, 전세계 경제의 행방을 바로 보게 하는 나침반이 될 날이 올 것 같다. 한국 한정으로라면 이미 그런 예견은 현실같기도 하고.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와 아직은 진정한 국가라 할 수 없는 것 같다는 인도, 외부에서 바라보는 비관적인 시선과는 달리 낙관적인 미래를 점치게 만드는 러시아의 변화들에 대한 예견도 쏠쏠한 흥미를 더한다.
투자가의 책이라길래 경제서적 많이 봐라, 시사에서 눈 돌리지 마라, 돈은 어떻게 모으고 또 투자는 어떻게 해나가라는 이야기가 주일 줄 알았다가 많이 당황했다. 미래를 알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꼭 역사를 공부하라는 짐 로저스. 역사는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건 아니지만 리듬에 따라 움직이고(마크 트웨인, 그러나 그가 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역사를 아는 사람만이 그 리듬을 눈치채고 리듬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 나는 변화가 두렵기만 한데 짐 로저스는 "변화를 두려워만 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 여러분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기 바란다"고 인사를 전한다. 분명 즐겁고 가슴 설레는 경험이 될 거라고. 이 책으로 미래에 한 발짝 더 다가섰는지 아닌지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의 일을 지켜봐야만 알 수 있겠지만 어제까지 읽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세상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컸다. 책을 읽으며 제일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바로 이거. "투자를 배우면 돈으로 돈을 낳을 수 있다. 일하지 않을 때에도 돈은 당신을 위해 거기에 앉아서 일을 해준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p198) 돈이 돈을 낳는 구조를 한방에 알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부지런히 공부하는 건 어쩜 이렇게 힘이 드는지 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