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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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역사 전공자인 김선지 작가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근무 중인 천문학자 김현구 박사 부부의 협업으로 출간된 책이다. 웹진에 올린 "명화 속 별 이야기"라는 짧은 글이 출판사의 눈에 띄어 지금 분량의 책으로 쓰여지게 되었다는데 작가님도 감사감사 출판사도 감사감사. 신화도 좋아하고 명화도 좋아하고 우주는 잘 모르는 나 같은 독자한텐 흥미진진 참말 신선하고 재미난 책이었다. 책은 두 개의 파트로 묶여 있다. 파트 1은 그림 위에 내려앉은 별과 행성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태양계 이야기와 명화들을 설명한다. 주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선보이지만 종종 기원전 작품, 고야 같은 19세기 작가, 니키 드 생팔 같은 현대 작가를 등장시킨다. 파트 2는 그림 속에 숨어있는 천문학 이야기다. 별, 우주, 밤하늘을 그린 화가들 속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고흐가 등장한다! <별이 빛나는 밤>만으로도 그의 등장 이유는 충분한데 내가 놀라버린 이유?? 나도 모르는 새 고흐의 작품들을 풍경화라기보다는 상상화처럼 느꼈왔던게지. 그의 별도 그믐달도 원체 환상적이니까 말이다. 뒤러, 랭부르 형제, 엘스하이머, 루벤스, 미로 등 처음 보는 작가의 작품들도 여럿 등장해 알딸딸 얼떨떨. 주제가 천문학이니까 여태까지 읽어왔던 명화 관련 책들과는 등장 그림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명화 속 외계인과 비행물체의 진실을 탐구하는 부분이 색달라 블로그랑 인스타에 올릴 생각으로 사진을 엄청 찍었는데 지나친 노출 같아 삭제했다. 책으로 읽어야 진짜 재미지!!

목성은 주피터, 금성은 비너스, 명왕성은 플루토, 토성은 사투르누스, 해왕성은 넵튠, 천왕성은 가이아, 태양은 아폴로 등. 우리 태양계의 별과 행성들은 어쩌다 그리스 로마 신들의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행성과 신들의 공통점을 탐구하고 그리스로마 신화와 신화를 담은 미술작품들을 감상한다. 행성 중 가장 거대해 태양계의 왕자라 불리우는 목성의 4개 위성들은 모든 주피터의 연인들의 이름을 갖고 있다. 하다 못해 NASA가 개발한 1조 1천억원의 무인탐사선의 이름마저 주노, 주피터의 아내 헤라와 동명이다. 구름으로 변신해 바람 피우는 주피터를 재빠르게 감시하고 출동한 주노처럼 목성을 잘 분석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2021년에 목성으로 추락하는 주노와 조우할 주피터의 운명 앞에 낄낄 웃음이 나는 건 왜인지. 회화로는 코레조의 <주피터와 이오>가 실려있는데 구름 속에서 주피터의 얼굴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깜짝 놀라버렸다. 그림을 발로 감상했던지 몇 번이나 봐온 그림인데도 주피터를 못알아봤다. 12주신에 들지 못한 플루토와 마찬가지로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 당하고 만 명왕성. 미국인 천문학자가 발견한 이 행성은 소형 망원경으로는 잘 안보여서 지하 세계의 신인 플루토라 이름을 붙였단다. 미국애들은 성명학 그런 거 잘 모르나? 운명이 이름따라 간다는데 좀 짱짱한 이름을 지을 것이지. 농담이다;; 궁금한게 왜소행성 134340이 명왕성의 또다른 이름이라는데 "또다른"인 거니까 명왕성 이름을 박탈당한 건 아니겠지? 이름까지 잃으면 넘 서운한데 아니면 좋겠다. 갈릴레오보다 먼저 달의 분화구를 관찰해 그림으로 남긴 화가의 이야기도 있다. 세밀화의 천재 엘스하이머. 그가 그린 미술사 최초의 밤 풍경화 <이집트로의 피신> 속에는 분화구로 그늘진 보름달과 1,200개의 별이 담겨있다. 천체현상의 정확한 기록은 아니어서 과학자를 앞선 미술가라 하면 많이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미술가가 과학자를 앞서간 예로써 등장시킬 수 있는 재미난 연구라 기억에 남는다. 페미니스트에게 등을 찢긴 로키비 비너스, 고체 다이아몬드가 둥둥 떠다닐 거라 예상되는 해왕성, 여성이 수학을 잘하는 건 마녀이기 때문이라며 피부가 벗겨지는 잔인한 죽음을 당한 히파티아, 베리 공작의 기도서 등등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다 풀어놓으려니 리뷰가 넘 길어질 느낌이라 이하 생략한다.

명화 속 별도 그림으로 읽는 천문학도 나로써는 난생 처음.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내용인가 싶은데 이렇게까지 재미있더라며 자랑을 해본다.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으로 우주를 첨벙첨벙 명작들을 쏠쏠하게 배웠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읽었으면 참으로 낭만이 넘쳤을텐데 집순이는 그런 거 없구요 ㅋㅋ 화가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별들만으로도 환상적이니까 됐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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