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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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반 때 맞닥뜨린 연이은 친구들의 죽음. 짝사랑하던 그녀 사토코와 함께 진실을 추적하던 가가가 어느 새 서른의 형사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잠자는 숲, 가가 형사 시리즈 그 두 번째 책은 소꿉친구가 사람을 죽였다는 전화를 받은 발레리나 미오의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로 시작을 합니다. 발레단 사무실에 침입한 강도. 가위를 쥐고 덤벼드는 놈을 저지하기 위해 하루코는 꽃병을 휘두릅니다. 어떨결에 맞은 한방에 강도는 즉사하고 이에 놀란 하루코 또한 덩달아 기절을 하며 몸싸움은 종결. 사건도 막을 내리는 것 같았죠. 단순 강도, 정당방위, 하루코가 휘두른 폭력의 당위만 입증된다면 아무런 처벌없이 풀려날, 형사들의 입장에선 좀 시시한 사건이었을까요? 가가는 사건이 금방 해결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죽은 남자의 신원쯤 금방 찾아낼 줄 알았고 죽은자의 범행동기도 단순하리라 판단했던 겁니다. 그러나 좀체로 강도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신원을 간신히 찾아낸 후에도 남자와 발레단 사이에는 아무 접점이 없습니다. 목적이 돈이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하루코와의 사적인 원한? 알고 보면 연인 사이? 치정과 발레단의 알력 등 여러 시각에서 사건을 쑤셔보지만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앞도 뒤도 깨끗하게 오리무중. 도통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앞에 둔 가가에게 날아든 두 번째 소식은 연출가 가지타가 공연 준비 중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거였습니다. 단순 강도 사건이 어째서 발레단 내 연쇄 살인사건으로 확장될 기미를 보이는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수사는 미궁에 빠지지만 독자인 저의 관심은 사실 온통 한군데로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바로바로 가가 형사의 사랑!! 가가가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여러분!!!

가가 형사 시리즈 제 1권 졸업이 가가의 난데없는 고백으로 포문을 열었던 거 기억하십니까? 너를 좋아해, 결혼해줬으면 좋겠어, 고백은 맞지만 프로포즈는 아니고 내 의사를 표현한 것 뿐이니까 딱히 신경은 쓰지 마라. 이게 말이야 방구야 싶었던 그 고백!! 둘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소설이 끝났었는데 알고 보니 설월화 살인 게임 후에 사토코랑 잠시 연애를 했던가 봅니다. 현재는 남남이 되어 일년에 한두번씩 연하장이나 주고 받는 그런 사이가 되었는데 짝 없이 독야청청하는 가가 때문에 주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버지나 주변의 성토로 마지못해 선도 보는.. 출간년도는 알 수 없지만 그래요. 서른이면 벌써 노총각 취급받던 그런 시절도 있었더랬죠. 가가의 아버지는 경찰인 네가 어디 가서 여자를 만나겠냐고 걱정이 태산 같지만 훗훗훗, 가가는 마음에 쏙 드는 여자를 다름아닌 수사 중에 만나게 됩니다. 미오, 소설의 문을 연 아리따운 발레리나이자 하루코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플로리나 공주역을 맡은 아가씨. 눈치가 바닥인 독자도 위험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어떤 전조들을 가득 품고 있는 이 여인 곁에서 가가가 안절부절 못하더군요. 어쩌려고 수사 대상을!! 가가가 정신줄 놓을까봐 조마조마한 와중에도 이 의심스런 여인을 이리저리 챙기고 농담을 건내고 설레어 하며 폴짝폴짝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너무너무 웃긴겁니다. 제가 가가 형사 시리즈를 1권부터 차례대로 읽었으면 이런 느낌이 없었을텐데 어쩌다보니 역순으로 읽어서 중간권 <악의>와 완결권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먼저 읽지 않았겠습니까. 성숙하다 못해 좀 노회하고 까끄러운 가가에 익숙하다 보니 솜털 시절의 가가의 연애사는 암만봐도 어색하고 얼레리 꼴레리 놀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든단 말이죠. 그게 싫었냐 하면 아니요. 무지무지 즐겁고 재미났어요 ㅎㅎㅎ

잠자는 숲이 특히나 좋았던 점은요. 발레라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내용들 그러니까 발레리나들의 잔인한 질투심, 경쟁으로 인한 아귀다툼, 보는 독자마저 숨막히게 하는 체중압박 등등의 상투성, 전형성에서 꽤 동떨어져있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훈훈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사건의 비밀과 결말을 앞에 놓고 제가 떠올린 작품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을 정도니까 말 다했죠. 이전에도 가가가 좋았지만 잠자는 숲의 가가는 더욱 좋더군요. 3권인 악의는 이미 읽은 책이지만 2권 관련하여 다르게 읽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재독도 하려고 합니다. 가가 형사의 사랑이 악의에서도 등장을 했던가 안했던가 눈을 빛내며 찾아보겠습니다. (나는 왜 형사 소설에서 로맨스를 찾고 있는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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