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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 매일 읽고 조금씩 넓어지는 삶에 대해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평점 :
의학세계사 2019년 1월 10일 완독, 밥보다 일기 2019년 3월 10일 완독을 거쳐 꼭 일 년 만에 만나는 서민 교수님의 신간이다. 사실 2020년 3월 10일로 리뷰 날짜를 맞추리라 결심했는데 잘 안 됐다. 딴짓 하느라 그런 건 아니고 돈 끼호떼 읽느라고.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탓이었으니 자책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한 작가님의 책을 이렇게 날짜 딱 딱 맞춰서 읽게 되는 경우가 잘 없다 보니 솔직한 마음으론 많이 아쉽다. 작정하고 읽어도 힘들 일인데 순전히 우연이라 더 그렇다. 꽤 멋진 이벤트가 되었을텐데. 쩝.
코스가 세 개다. 1 코스, "이상한 나라에서 책 읽기." 17개 목록 중에 딱 두 권을 읽었다. 마션 그리고 편의점 인간. 상실의 시대까지 해서 처음엔 세 개라고 생각했는데 하여튼 부제가 이상하긴 했었다. 어떤 토론을 좋아하세요 라니. 노르웨이의 숲이랑 토론이 무슨 상관이지 하고 넘겨보니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정관용, 서민 작가님 등이 참여한 교양 인문서였다. 인문서랑은 거리가 멀어서 동명의 다른 책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깜놀이야. 누가 보더라도 낯설 화성이나 비정상인의 면모를 숨기기 위해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가 선택한 장소 편의점, 여성의 낙태 결정권을 반대하는 사회와 가뭄에서 콩나듯 개천에서 용이 나는 나라를 만나게 되는 책들을 소개한다. 2 코스, "책 한 권이 사람을 바꾸진 않겠지만." 22권의 페미니즘 소설로 꾸려져 있다.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것이 함정. 어째서 페미니즘 책을 읽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이 궁색해서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3 코스, "읽고 쓰며 명랑하게 삽니다." 독서와 글쓰기가 삶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며 찬양하고 자화자찬 하는 일은 좀 창피하다. 티비를 시청하거나 영화를 보는 일보다야 품이 더 드는 건 맞는데 앞서 둘과 별 다를 것 없는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해서다.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는 하되 이 행위를 무슨 기적처럼 이야기 하지 않아서 좋았다. 요 근래 그런 책들이 많이 쏟아져서 이제는 제목만 봐도 부담스러울 지경이니까. 21개 목록 중 6개를 읽어서 코스 중 제일 빠삭했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기사단장 죽이기, 당신의 완벽한 1년, 모스크바의 신사, 오베라는 남자, 위험한 비너스." 독서 여행 같은 책은 몰랐던 책을 알고 싶은 욕구로 읽는걸텐데 나는 모지리인지 아는 책이 나오면 더 신이 났다. 티비엔 <책 읽어드립니다>를 보면서도 그러더니 일종의 자뻑 내지는 과시욕일까?? 목록의 소개가 다 재미났지만 게중 위험한 비너스에 대한 평이 제일 웃겼다. "이 책 덕분에 그와 결했으니 읽은 보람이 있다. 결별을 망설이는 분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p376) 2017년에 위험한 비너스를 읽고도 이후로 2년을 더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읽었던 나, 너무 오래 망설였나 보다. 지금은 잠정 보류한 상태인데 그래도 재미나다고 입소문 나는 책은 다시 찾아 볼 거다. 장담하는데 서민 작가님도 나랑 같은 소문 들으면 솔깃해서 서점 간다에 오백원!
이 책 재미나더라 함 봐주라 하는 류의 글을 좋아해서 이번 책도 즐겁게 읽었다. 담백하고 꾸밈없고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들, 앞서 두 권에서 느꼈던 장점도 여전하고. 정작 작가님의 전공이자 제일 유명한 기생충 책들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 읽어보리라.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로도 내 삶이 조금씩 넓어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