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드래곤 클럽 I LOVE 그림책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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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세요. 강아지처럼 아주 작은 드래곤인데 머리에 있는 사슴 같은 뿔에서 잎차가 자라는 거에요. 재스민 티 드래곤, 캐모마일 티 드래곤, 인삼 티 드래곤, 루이보스 티 드래곤, 얼그레이 티 드래곤, 히비스커스 티 드래곤, 생강 티 드래곤, 페퍼민트 티 드래곤. 뿔에서 나는 차의 종류에 따라 나뉘어지는 드래곤들이라니 작가님은 이런 귀여운 생물들을 어떻게 생각해 내신 걸까요? 드래곤 소개 보면서 듀근듀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꺄악, 넘 귀여워서 반할 지경입니다>_<

거대하고 어마무시한 체구에 번쩍번쩍 빛이 나는 비늘, 네 개의 커다란 발톱과 박쥐 같은 날개, 도마뱀 같은 몸통의 전통 드래곤들과는 너무너무 달라요. 해츨링이라고 하는 새끼 드래곤들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걔네는 오크 씹으면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게 일이잖아요. 티 드래곤들도 차를 키우면서 먹고 자고 합니다. 신선한 과일, 치즈, 아몬드, 올리브, 뿌리 채소와 곤충 같은 걸 먹고요. 식성만 봐도 알겠죠? 완전히 종이 다르다니까요!

그야 성격이 예민해서 털을 빗거나 (티 드래곤들은 털도 있어요!) 차를 수확할 때 주인을 물기도 한다지만요. 전통파 드래곤처럼 불을 뿜거나 독가스를 풀어헤치지는 않는단 말이죠. 길게는 천년도 사는 드래곤들은 주인을 아주 많이 사랑해서 인간이나 고블린인 주인이 먼저 죽으면 상심으로 가슴앓이도 한답니다. 하지만 일단 새로운 주인을 신뢰하게 되면 새주인을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 한대요. 귀여워 귀여워 어쩜 좋냐 티 드래곤. 진짜 티 드래곤 같은 생물이 있다면 저 열두 마리도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실제로 티 드래곤을 만난 그레타의 마음이 어땠겠냐구요.

대장장이의 딸 그레타는요. 더는 사람들이 검을 만들지 않는데 왜 계속 검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엄마는 검을 아름다운 물건이라 하시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쓸모가 없는 걸요. 최고의 대장장이 딸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수련은 하지만 목적의식이 없어서인지 그레타의 검은 제대로 완성되지를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타는 길을 잃은 티 드래곤 재스민을 만나게 되고 재스민의 귀여운 외양에 포옥 빠져서 티 드래곤의 생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요. 티 드래곤을 기르는 법까지 배우고픈 욕심이 생겼는데 다행히 마음씨 좋은 사육사 헤세키엘을 만나 티드래곤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나게 되지요.

하반신 장애를 가진 채 티드래곤을 양육 중인 에릭, 예언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수도원에서 도망쳐온 미네타, 탐험과 모험을 포기한 채 에릭의 곁에 남아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한 헤세키엘, 그리고 수많은 티 드래곤에 둘러 쌓여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레타는 대장장이로써 티 드래곤 사육사로써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그건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하라는 지시의 형태가 아니라 티 드래곤의 차가 가진 어떤 특성, 차를 마신 사람이 사육사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기반한 거였어요. 그레타가 에릭의, 헤세키엘의, 미네타의 차를 마시며 그들과 어떤 기억과 추억을 공유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동화책으로는 꽤나 파격적인데 제 착각이 아니라면 이 책에서는 성별도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캐릭터 상품까지 인기를 끌며 후속작이 출간됐을 정도로 아주 예쁜 책이랍니다. 저도 가입할 자격만 된다면 티 드래곤 클럽의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활동하고 싶을만큼 책과 인물들, 티 드래곤들이 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 중에서도 인삼 티 드래곤, 이 친구랑 같이 살면 숨만 쉬어도 건강해질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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