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그림책
몰리 아이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드넓고 푸른 바다에는 인어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아시죠? 큰 산호초에만 관심을 두는 인어, 다시마 숲의 일렁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일에 집중하는 인어, 바다에 기거하는 여러 생물들을 보살피는 인어, 해변까지 헤엄쳐서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를 구경하는 인어. 다양한 장기와 관심을 가진 인어들이 바닷속에서도 무궁무진한 모험을 즐기며 살고 있어요. 어린 인어 펄에게도 꿈이 있는데요. 아주아주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거대한 문어를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맞는 거에요. '나도 이제 누군가를 도울 만큼 다 큰 것 같아.' 어느 날 펄은 엄마에게 얘기해요. "엄마, 내게도 보살펴야 할 소중한 것을 주세요."

펄이 기특했던 엄마는 어린 인어를 품고 바다 위로 위로 헤엄쳐 올라요. 펄이 한번도 밟아본 적 없는 낯선 모래벌판까지요. 그러고는 사방에 널린 모래 중 한 알을 주워 펄의 손바닥 위에 올려준답니다. "네 거야. 밤이나 낮이나 매일매일 네가 돌보고 지켜 주어야 해." 펄은 아직 어리니까 문어까지는 무리였는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티끌 같은 모래알 하나는 너무한 거 아닌가요? 펄은 얼마나 실망했는지 몰라요. "펄, 가장 작은 것들이 때로는 아주 큰 차이를 만든단다." 엄마는 위로하듯 말하지만 펄의 주눅들고 상처받은 마음엔 아무 위로가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나날이 실망이 커져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로 바다의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답니다.

펄의 뚝뚝 흐르는 눈물이 매일 같이 바닷물에 섞여 짠기를 더했어요. 그러다 문득 손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게 되죠. "도대체 이게 뭘까?" 손가락 틈새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빛을 확인하려 손바닥을 펼쳤더니 자그마한 빛이 숨을 죽여요. 다시 살포시 주먹을 쥐면 안심했다는 듯이 여린 빛이 스며나오구요. 모래가 뿜는 이 빛에 상처 받은 펄의 마음도 차츰차츰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모래가 더 크게 더 환하게 빛날 수 있도록 매끈매끈 윤을 더하고 즐겁게 놀아주고 소중히 간직하는 시간이 이어져요. 모래는 차즘차츰 크고 둥그래지더니 둥둥 떠올라 하늘까지 올라갔답니다. 상상해 보세요. 모래 한 알이 세상 모든 것을 환히 비추는 밤을요.

어린 시절엔 커다란 꿈을 꾸죠. 어른이 되면 못할 일이 없을 것만 같거든요. 정작 어른이 되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보잘 것 없는 자신을 깨닫게 되요. 부자도 아니고 모험가도 아니고 영웅은 더더욱 아닌 너무너무 평범한 나. 수천만의 사람들 중에서 결코 도드라지지 않는, 펄의 손바닥 위 모래알 같은 내 모습. 어쩌면 그런 나에게 실망할지도 몰라요. 실망이 너무 커 깊은 바다 밑바닥까지 잠수해 떠오르고 싶지 않은 날도 올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이 들 때 아이들이 어릴 적 읽은 이 동화책을 떠올리게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펄과 펄의 모래 한 알과 모래의 빛깔을요. 작은 꿈과 작은 나도 매일 같이 보듬고 윤을 내다 보면 언젠가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날이 올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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