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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평점 :
한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하고 결혼을 하기까지. 작가 서늘한 여름밤이 주옥같은 7년을 회상하며 쓴 에세이다. 지금의 남편을 첫눈에 반해 사랑한 건 아니었다. 서밤의 취향을 절묘하게 배합해 마음을 두드렸던 남자들과는 한번도 잘 된 적이 없었다. 남자 보는 눈이 형편없음을 깨닫고 난 후 반하지 않을만한 남자와 만나리라 결심했다. 시기적절하게 다가온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었다. 때문에 어떻게, 어느 순간에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문득 사랑인 줄 알게 되었다. "문득"을 콕 짚을 수 없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문득"에 감사한 순간이 더 많다. 삶에 오래도록 결핍된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 사람도, 결핍을 차근차근 매꿔준 사람도 남편이 된 "너"뿐이었으므로.
외로움에 사무쳐 연애를 멈추지 못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한 달 이상 연애에 공백을 둬본 적도 없다. 서밤은 성장하는 내내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부부가 되기에도 부모가 되기에도 흠결이 많은 사람들 밑에서 자라는 일은 상상 이상의 고통이었다. 지리멸렬하게 상대의 흠을 잡고 악담을 하고 물건을 깨부시기 일수인 하루들. 부모의 사회적 위치와 성공까지도 서밤에겐 상처가 되었으리라. 사랑해 라고 고백하는 어린 딸에게 "얘, 도대체 사랑이 뭐니?"(p94)라고 반문하는 엄마의 모습을 나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석사, 박사, 더 배워 할 수 있는 질문이 저 정도라면 나는 차라리 덜 배운 엄마이고 싶다. 어린 서밤이 가엾다.
부모가 요구한 독립적인 인간에 부합하려 애쓰면서도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이성에게 성취하려던 긴 연애사는 때문에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너"를 만난다. 불안하고 의심 많고 오만하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기분탓에 자주 눈물을 터트리거나 분노하고 좌절하는 서밤을 정반대의 성격으로 품고 인내하는 사람을 말이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허용이자 포용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억압 속에 짓눌려있던 가슴 속 어린 서밤이 천천히 성장한다. 7년을 회상하며 서밤은 말한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보고 자랐어야 했다고. 그래서 서밤의 사랑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린다고.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사랑이 덜 필요한 사람에게도 사랑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