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머리카락 : 여성이 소멸된 행성. 지구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자이밀리언들이 지구를 찾아와 협상을 시도한다. '지구에서 살게 해주십시오. 종족을 번식하는 대신 지구에 물을 드리겠습니다.' 바다 속에 들어가 가사 상태에 잠기면 그들의 몸은 하루에 약 10.5톤의 담수를 생성해 낸다. 그들이 담수화한 물은 지구상의 어떤 정수기로 거른 물보다 맑고 깨끗했다. 지구는 자이밀리언의 방문에 허가서를 찍는다. 대신에 아이가 생기는 즉시, 그들이 바닷물에 잠기기를 원했다. 사랑하는 지구 여자를 홀로 두고서 아이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자이밀리언들은 바다로 향한다. 자이밀리언에게 고모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지유와 자이밀리언 혼혈아로 친구들에게 소외 당하는 재이. 방과 후 어느 아름다운 바다에서 우연하게 마주친 소년 소녀의 우정이 푸르고 싱그럽고 또 많이 미안하다.
로이 서비스 : 할머니의 죽음에 할아버지의 책임을 묻던 엄마. 엄마와 할아버지의 갈등의 골을 목격했던 다인이는 지금의 사태가 어리둥절하다. 로이 서비스. 죽은 사람과 좋은 이별을 도와드린다고 광고하는 이 서비스를 엄마가 신청한 것이다. 상조회사는 할아버지를 똑닮은, 할아버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안드로이드 로봇을 가져왔다. 6개월 동안 가짜 할아버지와 살아야 한다는 게 다인이는 맘에 들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집에서 할아버지가 남긴 책을 읽으며 추억하고 추모하면 안되는건가? 왜 가짜 할아버지 인형을 끌어안고 시간을 보내야만 해? 도대체 왜?? 저녁 식사 시간에 엄마와 다툰 다인은 바다로 달려나가고 그곳에서 지호를 만난다. 몸이 아파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는 지호는 다인이를 초대하는데 집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지나치게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님, 얼른 다인이를 보내고 싶어하는 말과 행동에 의아할 새도 없이 누군가가 쿵쿵쿵 문을 두드린다. 지호의 엄마는 왈칵 울음을 터트리며 지호를 끌어안는다. 도대체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두근두근 딜레마 : 유전자 조합으로 부모가 원하는 형태의 외모로 태어나는 아이들. 태어난 이후에도 유전자 조작으로 다시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아이들의 시대에는 외모 고민이 없을 줄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가 않다. 라오는 피아를 좋아한다. 피아는 라오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피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피아가 좋아하는 아이돌과 같은 외모로 유전자 변형을 시도했지만 피아는 그 아이돌과 1도 닮지 않은 아이를 좋아한다. 상처받은 리오는 얼른 낯선 얼굴을 벗고 싶어 미친 과학자 지아를 찾아간다. 지아는 라오를 위로하며 셰익스피어 비극에나 나올 법한 사랑의 묘약을 준다. 이 약물에 네 피를 섞어서 피아에게 맞추면 피아는 언제까지고 너를 사랑하게 된단다.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야! 진짜로 나를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구! 피아를 볼 때마다 난 내가 한 짓을 상기할테고 난 상처받을 거야! 하지 말자! 머리의 결심은 굳건한데 저멀리서 다가오는 피아를 마주하니 왜 이렇게 가슴이 뛸까? 두근두근, 가짜면 뭐 어때? 애초에 유전자 조합으로 태어난 우리도 가짜인 건 똑같잖아? 약물이 든 펜을 꽉 쥔 손, 라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낙원과확소설상 수상집입니다. 불모지와도 같았던 아동 청소년 과학소설 분야에서 오래도록 활동해온 한낙원 선생님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문학상인데요. 유족의 상금 기탁과 사계절출판사의 주관으로 벌써 5회째를 맞았다고 해요. SF 소설들로 배경은 우리 사회와 아주 많이 다르지만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 그곳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오늘날과 하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소수자들에게 관용적이면 좋겠어요. 왕따 같은 학교 문제는 없어졌으면 좋겠고요. 저는 아마 로이 서비스를 신청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인이의 엄마처럼 가족과 주고 받은 아픔이 없지 않아서 보상처럼 사죄처럼 그 시간을 함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짝사랑은 어느 시대에든 슬픈 화두인가봐요. 그 남자가 아니면 그 여자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지기 마련이라는 걸 라오가 아주 천천히 깨달으면 좋겠어요. 그밖에도 외계인이 원하는 고등어, 내게 남은 생이 몇 년치인지 알려주는 검사, 따르릉 울리는 배꼽시계를 배꼽에 주입해 사람들의 24시간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정부의 이야기가 있답니다. 재미있고 따스하고 감동적이고 귀여운 SF 소설들.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