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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매기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8
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1월
평점 :
"너는 어떤 엄마야?"(p36)
몰라서 묻는가 싶다. 어떤 엄마기는. 어린 자식 남편한테 맞겨놓고 일 한다고 서울 올라와서 옛날 남자친구 자취방에 숨어드는 여자지. 나는 불륜 소재가 싫다. 남이 알까봐 이름조차 부를 수 없어 사랑하는 여자에게 매기라는 애칭을 붙인 남자도 싫고 이제 막 글자를 깨우쳐 자잘하게 읽기 시작한 내 자식이 네 문자를 보는 게 싫다고 말하는 여자도 싫다. 내가 엄마라도 못견디겠지 하는 남자나 내 자식을 위해 더는 문자 보내지 말라고 하는 여자나 "꼴에"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재훈이와 매기에게 독자로서 지나치게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한걸까? 문학을 애정하는 독자로서 좀 더 관용적이어야 했을까? 그러지 못하는 건 내가 일탈을 해본 적이 없는 인간군에 속해서일까?
"일상적으로 만나는 것들은 쉽게 진저리가 나거든요."(p56)
재훈은 계속해서 의문을 느낀다. 매기와 나는 왜 이런 관계를 선택했는가. 매기는 이혼할 생각이 없다. 그녀가 재훈과 함께 있는 동안 주변 시선을 과용하게 의식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불륜의 무게인양 이고 지고 다니는 보스턴백을 절대 재훈에게 넘기지 않는 모습에서 재훈은 매기가 결국 떠날 사람임을 예감한다. 종료버튼이 눌러지는 건 매기의 제주 삶이 아닌 재훈이 있는 서울의 삶일거라고. 연인이랍시고 바깥에서 손 한번 잡을 수나 있었던가. 모텔을 전전하다 손님 없는 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자취방에 발을 들인 후엔 어딘가로 나가는 일도 없이 하루치의 섹스를 마감한 후 튀긴 닭을 먹었다. 궁금해지더라. 매기가 재훈을 만나는 게 일상의 진저리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이라면 그들의 불륜이 일상이 될 때엔 이 관계도 자연스럽게 소멸이 될까 하고. "바닥과, 그 바닥의 깊음과, 그래서 겪는 불편과 고통과 힘듦과 귀찮음"(p60)을 감수할만큼 진저리나는 일상이라는 게 대체 무얼까 하고.
"심지어 당근도 자기 삶을 감당하고 있다고."(p123)
고작 일 년 남짓한 만남. 매기의 모친이 사망한 후 장례식을 찾아간 재훈에게 매기는 X표를 해보인다. "안 돼", 정확히는 "자기 자신에게 안 돼" 라는 표식. 언젠가의 매기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눈으로 자신에게 보여주면서 되뇌어야 할 일도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둘은 헤어졌고 재훈은 불륜의 집합 같은 치킨집 위의 자취방을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의식으로 매기의 남편이 운영 중인 제주의 유기농 야채 가게를 찾아간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장바구니 속 그들의 일상의 무게를 가늠하며 누구나가, 심지어 당근마저 감당하는 자기 삶의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1만 8천원어치의 야채를 매기 남편에게 건내받으며 그와 손끝을 스친다. 어디에도 미룰 수 없는 삶의, 어쩌면 사랑의 무게를 느낀다. 매기는? 일상으로 스치는 남편의 손끝에서 엄마 하고 외치는 자녀의 부름에서 매기 또한 어떤 무게를 느낄까? 권희철 평론가는 "생을 충분히 겪어내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p142)라고 말한다. 이 한번의 방황이 부디 그들 남은 생을 겪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기를. 그들의 방황이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게끔. 부디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