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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ㅣ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평점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지원해준 #블루홀식스 #나카야마시치리 #함께읽는도서 입니다.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제 1탄.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시작은 한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당신, 시신은 좋아합니까?"(p7) 주인공 마코토는 당황합니다. 세상천지 시신이 좋아서 법의학과 오는 사람도 있습니까?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질문이에요? 독자도 당황스럽습니다. 이거 혹시 신종 후임 갈구기 같은건가 싶어서요. 그런데 있더라구요. 산 사람보다 시신을 상대하는게 더 즐겁고 마음 편한 법의학자들이 말이죠.
미스자키 도지로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해부 천재입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까지 권위가 알려진 양반인데 대신에 성격이 더럽습니다. 고지식하고 대쪽같고 조그만 잘못도 절대 그냥 넘기는 법이 없는 꼰대 중의 꼰대. 할당량 이상으로 시체를 해부해 예산이 쪼들리는 대학과 경찰의 지탄을 받기도 하는데 그러든지 말든지 마이웨이에요. 캐시 팬들턴은 미스자키 도지로에게 반해 미국에서 유학을 왔는데 모친의 양수가 포르말린이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을 살 정도로 시신 매니아입니다. 아참, 학문적으로 반했다는 겁니다. 이성적 아니에요. 미스자키 교수님 60세도 넘은 할아버지거든요. 물론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지만 캐시는 딱 봐도 그런 타입의 여성은 아니니까요. 햇병아리 조교의사 쓰가노 마코도로 말할 것 같으면 임상연수장님의 지시로 피치 못하게 법의학과로 온 경우이다 보니 시신이 좋고 싫고가 없는데요. 덕분에 부검은 커녕 매스 한번 못잡아보고 쫓겨날 뻔 합니다. 때맞춰 시신 한구가 발견되는 바람에 활약.... 은 못하지만 법의학과에 발 붙일 구실이 생겨 살아(?)남아요. 그리고는 차츰차츰 시신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법의학자로 성장해가죠.
책에는 어릴 적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강가에서 잠들었다 죽어버린 미네기시 도루의 사체 "산 자와 죽은 자", 결혼식이 며칠 남지 않은 상태에서 차에 치여 죽고만 구리타 마스미의 사체 "가해자와 피해자", 콘크리트 방파제에 경정보트가 부딪치며 사망한 마야마 신지의 사체 " 감찰의와 법의학자",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폐렴으로 사망한 가시와기 유코의 사체 "어머니와 딸", 열 살밖에 안됐는데 병원에서 죽고만 어린이 환자 구라모토 사유키의 사체 "위약과 서약" 등 살아있는 인간들처럼 거짓말을 일삼지도 않고 자신의 처우에 불평할 수도 없는 사자들이 들려주는 다채로운 죽음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범인을 잡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범인이 아님을 밝혀내는 구제 사건 또한 담겨있어서 읽고 나면 어째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까지 들어요. 시치리 작품치고는 사건도 캐릭터들도 평범한 편이지만요. 한국만큼, 어쩌면 한국 이상으로 부검에 의려움을 겪는 일본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라 흥미롭구요. 원치 않게 법의학과에 들어가 시간만 떼우자 했던 쓰가노 마코토와 마코토를 이끌며 사건에 뛰어드는 열혈형사 고테가와의 성장을 다루고 있어 귀엽기도 합니다. 소재는 이래도 가독성도 좋고 편안하게 읽히는 미스터리라 추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