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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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오셀로>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강철이 없으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가 없으며, 사회적인 불안정이 없으면 비극을 생산할 길이 없으니까요.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따르도록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창밖에 던져버렸어요, 야만인 씨. 자유 말입니다!"(p333-334)

번역의 힘일까? 1932년에 출간된 도서인데도 고전이라기보다는 오늘날 출간된 세련된 디스토피아 소설 같이 느껴졌다. 대량생산의 원칙이 생물학에도 적용되는 세상, 공장 하나를 가동하는 근로자들이 한 난자에서 출발한 수백만의 쌍둥이들로 채워지는 세상, 스테이크가 먹고 싶으면 소를 죽이지 말고 스테이크를 키우라던 현대 세포농업자들의 주장처럼 육체 근로자가 필요하면 그 기질에 맞는 인간군을 인공 부화시키는 세상, 슬픔과 괴로움과 좌절과 고통 같은 감정이 약물로써 거세된 세상, 죽는 순간까지 20대의 젊음을 유지하다가 한순간에 숨을 멈추는 세상, 신이 의미를 잃은 세상,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놀림거리가 되는 세상, 소유가 실종된 세상, 형제가 있으되 형제인 줄 모르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그런 세상, 내가 그간 보아왔던 많은 디스토피아 영화들이 아마 여기 멋진 신세계에서 출발을 했었던가 보다.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남은 비문명화된 사회 말파이스에서 태어난 존. 그에게 있어 엄마 린다에게 들어왔던 런던은 낙원과도 다름없는 환상의 세계였다.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오 멋진 신세계여!"(p318) 셰익스피어의 작품 템페스트에서 이방인을 만난 미란다가 외쳤던 것과 같이 버나드를 따라 런던을 방문한 존도 멋진 신세계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붕어빵처럼 찍어낸 똑같은 얼굴들이 쏟아져 나오고 죽음 앞에서도 모두가 한결같이 즐겁게 무관심하며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행복하고 한 극장 안에서 대중이 동시에 애욕을 처리하는 과정들을 목격하면서 존은 점차 멋진 신세계에 경악과 공포, 환멸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에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 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 할 권리는 물론이겠구요."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요구합니다." (p363)

구세계와 신세계 모두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자 특유의 고독을 느껴야만 했던 야만인 존. 신세계의 통제관과 대화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분명하게 깨달은 존은 신세계의 외딴 대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지만 대중들은 그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한다. 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채찍질로 스스로를 엄벌하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처럼 피 흘리는 금욕적인 삶은 몰래 카메라에 찍혀 대중이 누리는 또 하나의 오락거리가 된다. 신세계의 헬리콥터들이 벌떼처럼 존에게 몰려든다. 열명 스무명 백명 그를 포위한 대중들이 그에게 채찍질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채찍을 들고 덤비는 그에게 환호한다. 존은 대중에게, 멋진 신세계에게, 화냥년이라 욕하며 채찍질 한다. 대중은 웃으며 달음박질 치고 존은 목을 맨다.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p152) 버나드가 레니나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야만인의 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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