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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꾼의 죽음 ㅣ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스코틀랜드 최북단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마을 로흐두. 범죄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동네다 보니 순경 해미시 맥베스도 할 일이 없습니다. 동네 시끄럽게 하는 부부들 싸움이나 좀 말리고요.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주정뱅이들 집으로 귀가시키고요. 옆집 들창이나 고쳐주고 짐이나 날라주고 고만고만 하니 젊은 사람 살기에는 어찌 보면 좀 심심한 곳이에요. 물론 별 일 없이 산다가 모토인 해미시에게는 이보다 나은 근무지가 없지만요. 경찰서 바로 옆에 지어진 사택에서 닭도 키우고 거위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하루종일 룰루랄라, 누가 이런데서 저 순경 좀 시켜줬으면!!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순찰, 아니아니, 마실을 나가 시시껄렁 배회하던 해미시의 코끝에 향긋한 커피향이 스칩니다. 가만 돌아보니 로흐두 호텔에서 풍기는 냄새군요. 한잔 얻어 마실 생각으로 호텔에 들어선 그를 보며 손님들이 잔뜩 인상을 쓰는군요. 꺽다리 같은 키에 삐쩍 말라 휘청이는 몸매. 새빨간 머리는 감았는지 안감았는지 새둥지를 틀었고요. 작아서 손목발목이 깡뚱한 정복을 입혀 놓으니 순경이 아니라 동네 모자란 백수 같단 말이죠. 런던에서 미국에서 맨체스터에서 날아온 부유한 손님들의 눈에는 순경 해미시가 탐탁치가 않아요. 해미시로 말할 것 같으면 이 깍쟁이 같은 손님들을 보며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감이 따르릉 울리는 걸 느낍니다. 안녕하세요 순경님! 여기 범죄가 일어날 것 같아요! 손님 파악 좀 미리 해두시겠어요? 해미시의 감이 시키는대로 손님들의 면면을 좀 살펴볼까요?
마빈 로스, 미국인 사업가이자 국회의원입니다. 한때 외국인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려먹은 전적이 있군요. 에이미 로스, 마빈 로스의 아내에요. 에이미의 블랜처드 가문의 일원이라는 배경이 마빈 로스의 큰 자부심 중 하나죠. 레이디 제인 윈터스, 귀족의 미망인이자 잡지사의 기자인데 이 여자 좀 재수없어요. 아는 척 엄청 하면서 남 시비털기 전문이거든요. 제러미 블라이스, 런던에서 온 변호사인데 정치가로 발돋움 하려고 애를 쓰는 중입니다. 근데 아마 어려울 걸요. 가정있는 가정부랑 바람펴서 임신하는 바람에 양육비 지급 중이거든요. 앨리스 윌슨, 비서로 근무하며 유부남인 사장을 짝사랑 중인데 허영심은 있지만 어찌보면 순진하고 맹해요. 남자 보는 눈이 딱해서 이번엔 제러미 블라이스에게 반한답니다. 찰리 백스터, 이모집에 놀러 온 열두살 어린애인데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이 냉정하고 섬뜩해요. 대프니 고어, 상류층 아가씨에 미인, 웨이터와 사랑의 도피를 하는 바람에 소문이 좋지 못해요.
휴가다보니 나름 다 기대를 안고 스코틀랜드에 온 사람들인데 낚시교실에 온 첫날부터 삐걱삐걱 다투는가 싶더니 기어이 사건이 터집니다. 해미시가 마시는 공짜 커피 한잔에도 온갖 행패를 부리던 레이디 제인이 호수에서 사체로 발견되거든요. 귀신은 뭐하나 저런 여자 안잡아고;; 고약한 성미에 안하무인, 험상궂은 말투, 남의 약점을 잡아내 살살 약올리는 쌈닭 같은 성격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여자였는데 정말로 죽었어요. 낚시줄에 목이 졸린 채 수장;;; 우리 중에 범인이 있을리 없다고는 입이 삐뚤어져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모두들 겁이 나고 당혹스러운가 봅니다. 범죄수사국의 경감과 형사들이 나와서 조사를 하는데 이거 참 영 미덥지가 못해요. 결국 시골 순경이라고 무시받던 해미시가 홀로 사건 탐사에 나서는데요. 난생 처음 맞이하는 살인 사건!! 해미시는 과연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을까요?
작가 이력이 꽤 독특합니다. 1936년생, 존 스미스앤드선 서점의 소설 판매원으로 일했고요. 처음엔 본명인 매리온 채스니로 역사 로맨스 소설을 썼다네요. 한 두권도 아니고 그 수가 무려 100편 이상!! 서덜랜드 여행 중에 해미시 맥베스 이야기를 떠올리고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대요. 이 책이 처음 나온 년도는 1985년. 어쩐지 컴퓨터도 없고 용의자들 이력 조회 하는데 세계 각지 도시 도처의 친척들에게 연락을 하더라니 어딘지 모르게 예스럽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냥 시골이라서 그런 줄 알았어요. 으하하하;; 1권에서는 크게 추리가 부각되는 느낌은 없었어요. 오히려 해미시와 그가 짝사랑하는 프리실라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질 정도? 아마 31권까지 지속되는 시리즈라 해미시를 너무 완벽한 경찰로 설정하고 싶진 않았던 것 같아요. 뭔가 성장하는 맛이 있으려면 초반엔 좀 덜떨어진 편이 좋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범죄의 현장에 막 발을 들여놓은 순경 해미시의 다음 이야기도 계속 쫓아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