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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알고 싶다 : 낭만살롱 편 - 고독하지만 자유롭게 ㅣ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가끔은 귀로 듣는 음악보다 글자로 다가오는 음악이 더 반가울 때가 있다. 장르부터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클래식일 때는 더 그렇다. 안인모 작가의 <클래식이 알고 싶다>는 드물게 선율과 글자를 모두 책에 실었다. 본문 속 QR코드라는 현대적인 방식으로. 작곡가의 삶을 따라가다 휴대폰을 꺼내 QR코드를 찍으면 곧장 유튜브로 연결되며 음악이 플레이 된다. 글자의 뒤로 배경처럼, 어떤 이야기 앞에선 글자의 지휘자처럼 음악이 흐른다. 독자 앞에 한없이 친절한 책, 한층 기술적인 책,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유형의 독서였다.
친구가 시 한 수 적어 보내면 글자 위로 음표를 쓱싹쓱싹 그렸다는 슈베르트.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라고 노래한 윤동주와는 달리 길을 걷다가 번뜩 책을 읽다가 번뜩 맥주를 마시다가 또 번뜩 쉴새없이 자아지는 멜로디는 그의 자부심이었다. 괴테에 대한 존경으로 "마왕", "실 잣는 그레첸"을 지어 보내기도 했지만 괴테가 아무 응답없이 악보를 돌려주어 상처받은 날도 있었다. 훗날 괴테는 자신의 82세 생일에 슈베르트의 마왕을 듣고 크게 감동했는데 안타깝게도 슈베르트는 이미 사망한 다음이었다. 슈베르트는 매독으로 죽는다. 처음에는 놀랐는데 그의 뒤로 등장하는 많은 작곡가들도 매독에 걸렸다. 예술가와 사창가, 보편적 질병이었는가 보다. 생을 마감하기 일주일 전까지 독서를 했다는 것이 독특하다. 라스트 모히칸, 나도 찾아봐야지.
낭만 시대, 오랫동안 독보적 연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피아니스트로는 클라라 슈만을 꼽을 수 있다. 슈만의 아내로만 알았던 그녀의 삶을 책 속에서 건져 마음 속에 꽃잎처럼 말린다. 스물도 안된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슈만과 결혼한 클라라. 11세에 대뷔하며 이른 성공을 커둔 클라라의 커리어는 슈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클라라의 3주 연주 여행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슈만의 1년 수입보다 많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해도 그녀는 여자였고 아내였다. "그가 자신의 예술에 집중을 하면 할수록,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적어진다. 하늘만이 아시지! 살람이 아무리 조촐해도, 할 일은 끊이지 않고, 나는 언제나 연습 시간을 뺏기고 만다."/ "내 피아노 연주는 늘 뒷전이다. 슈만이 작곡할 때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나 자신을 위해, 하루에 한 시간도 쓸 수 없다니! 내가 너무 심하게 뒤처지지 않기를 바랄 뿐. 악보를 읽는 것을 또 포기할 수 밖에."(클라라의 일기 중)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 비크의 태도는 냉혹했지만 그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며 재판장에서 진술한 내용 중 일부는 진실이었다. "슈만은 클라라의 커리어를 도울 수 없다." 계속된 임신과 출산, 슈만의 정신병(훗날 매독으로 인한 착란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슈만의 자살, 7명의 자식(슈만 사망 당시 막내가 2세), 그중 절반이 넘게 그녀보다 먼저 죽는 것을 보는 삶, 클라라의 음악 밑으로 눈물이 지하수처럼 고여들었을 것이다. 클라라는 홀로 아이들을 키우던 시간을 연장해 손자소녀의 경제적 뒷바라지까지 도맡는다. 슈만과 또 브람스와 이루었던 그녀의 사랑보다 나는 고통 앞에서도 무던히 성실했던 클라라에 태도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QR코드를 찍어 직업을 삶의 위로로 삼았던 예술가의 음악을 듣는다.
이밖으로도 이별을 노래하는 시인 쇼팽, 사랑을 꿈꾸는 슈퍼스타 리스트, 환상과 영감의 장인 슈만, 영원한 사랑 가을 남자 브람스, 럭키 도련님 멘델스존 등 총 7명의 음악가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피아니스트이며 클래식 연구가인 안인모가 과외 선생님처럼 조목조목 짚어주는 낭만시대 피아노 이야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