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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들 - Novel Engine POP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평점 :
어쩌다보니 태어난 동네에서 쭈욱 살고 있는 마흔살의 마사미. 중학생 때부터 독립의 꿈을 꾸었으나 대학도 통학, 회사도 집에서 출퇴근 중이다. 결혼이라도 했으면 집을 떠날 수 있었을텐데 그마저 때를 놓치며 내내 부모님과 살고 있다. 어느 학교 시험 치니? 어느 대학 가니? 어느 회사에 취직했니? 애인은 있니? 결혼은 언제쯤 하는데? 마주칠 때마다 듣게 되는 동네 사람들의 입찬 소리와 한심해하는 시선에서 언제쯤 벗어날까 궁금했는데 마흔이 되니 도리어 효녀라고 엄지를 추켜세운다. 아버지뻘 남자와의 재취까지 주선하던 옆집 야마카와씨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이제는 되려 결혼을 말리는 시늉까지 한다. 남편도 아이도 없이 혼자 사는 그녀, 설마 마사미를 간병대기요원으로 상시복무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의심의 촉을 세우며 오늘도 독립의 꿈을 꾸는 마사미, 그녀가 이웃했던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4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 구석구석 구구절절 쌓인 이웃사촌 이야기가 자그마치 여덞 보따리다. 온동네 소문을 몰고 다니는 소식통 야마카와씨와 엄마들 치맛바람에 하마터면 사귈 뻔한 사각 얼굴의 초등 동창생 오사무, 애들한테도 시비를 거는 호통쟁이 긴지로와 카레집을 하는 인도 대가족 쿠마루씨네, 사기 맞을 것이 걱정되어 이웃과 연을 끊은 센다씨와 더워서 아기를 안아줄 수 없다며 밤낮으로 애를 울리는 새댁, 효로롱교를 전도하려고 마사미를 쫓아다니는 세토씨와 애처가 센도씨네 부부까지. 쉰이 넘어 스테파니라는 이름의 여자와 바람난 아빠나 그 앞에서 어딘지 의기양양한 엄마의 이야기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렸지만 특별한 일 없이도 바람잘 날 없이 시끄러운 작은 동네의 소란스러움과 자매 같이 다정한 마사미 엄마와 야마카와씨의 활기찬 일상이 부러웠다.
책을 읽다 기억난건데 어릴 적 나는 열쇠를 안가지고 다녔다. 집에 문이 잠겨있으면 아랫집에 가서 "아줌마, 우리 엄마 어디갔는데요?" 하고 물었다. 쪽지를 남기는 일 없이, 당연히 휴대폰도 없었으므로, 엄마는 주인 아줌마한테 열쇠를 맞기거나 아줌마가 없으면 옆집 새댁이 이모한테 열쇠를 맞기고 목적지를 알렸다. 저녁 늦게 들어올 요량이면 밥까지 부탁하는 때도 있었는데 나나 동생이나 별 눈치도 안보고 밥도 잘 먹었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엉덩이를 붙였다 뗐다 마루에 서서 담벼락을 넘어다 보고는 엄마~ 하고 나간 기억이 난다. 요즘이야 다 번호키니 굳이 열쇠 맞길 일도 없다지만 어른 없다고 애 좀 봐달라고 했으면 부담스러 양손을 내저였을텐데. 그땐 참 마음이 너른 시대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