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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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마루로 나가 낡은 김치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신 김치 냄새가 나는 플라스틱 통의 뚜껑을 열자, 고무줄로 묶인 만 원짜리 지폐 다발부터 100원짜리 동전까지 적잖은 돈이 플라스틱 통을 채우고 있었다. 죽은 여자가 엎드려 절하는 신이 돈이었다니, 여자는 신을 김치 통에 넣고 경배한 셈이었다." (p21)

"뭐하러 똥통에 돈을 갖다 바쳐! 그런 대학에 가라고 널 공부시킨 게 아니야. 넌 어려서 아무 것도 몰라. 그런데 가면 넌 영원히 낙오되는 거야. 따가라려야 죽어도 따라갈 수 없어. 죽었다 깨나도 안 돼. 대통령 자식이라도 대학이 삼류면 평새 삼류 꼬리표 달고 사는 줄 왜 몰라."(p33)

돈을 김치통에 넣고 경배하는 민신혜의 엄마. 아들을 일류대에 보내기 위해 재수시키는 강지용의 엄마. 신혜와 지용의 만남으로 정면충돌하는 것은 그들 악들이 아니었다. 충돌하는 것은 그들의 자식들이었다. 민신혜는 엄마를 죽이고파 남자친구를 사주했고 강지용은 진짜로 죽이고 싶은 엄마는 살려둔 채 여자친구의 엄마를 죽인 후 미국으로 잠적한다.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서로의 접점을 남기지 않은 채로, 훗날이래봐야 서너달쯤 뒤 다시 만나 사랑하할 것을 약속하며 그들은 이별한다.

사랑을 의심한 적도 사랑을 배신당할거라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신혜가 사라졌다. 일상을 남기던 페이스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한 공준전화 너머에서, 죽은 여자가 팽겨쳐졌던 낡은 집에서, 입학했다는 대학에서, 신혜는 보험금만 챙긴 채 사라지고 없었다. 지켜야한다던 의붓 동생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고 엄마의 손에 끌려 성매매를 했다는 호소는 이제서야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의 깃발을 휘두른다. 지용은 신혜를 찾아나선다. 돈이 있으니 불법적인 방법도 서슴치 않는다. 신혜는 한국에 있지 않았다. 하물며 혼자도 아니었다. 지용이 신혜의 목을 감싼다. 한때는 달았고 한때는 부드러웠던 신혜의 몸, 지용은 손아귀에 더욱 힘을 준다.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 그럼 이제 새로이 태어난 이 두 악은 또 누가 또 무슨 수로 없앨 수 있을까. 스무살의 청춘을 장밋빛이 아닌 핏빛으로 물들여버린 아이들의 어리석음은 써억 내 취향은 아니었다. 궁지에 내몰린 마음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설득력도 감화도 부족해서 얇은 책임에도 힘겹게 읽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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