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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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베 신이치로 열 네살.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경찰서로 연행되던 소년의 범죄 사실은 명백했다. 이웃 유치원생 사하라 미도리를 살해했고 그로도 부족해 사체를 토막내 유치원 앞, 우체통 위, 새전함, 과시하듯 전시했다. 남은 팔을 마저 버리기 위해 부엌 찬장에 숨겨둔 날 형사 몇 명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위화감은 느꼈지만 분한 마음은 없었다. 텔레비젼에서 흔히 보는 악당처럼 범죄를 부정하거나 달아나려 시도하거나 티비를 보며 깔깔대고 있던 바보 같은 엄마와 누나를 인질로 잡지도 않았다. 순순히 체포됐다. 미도리가 자신의 손에 싱겁게 죽었듯이 자신도 그렇게 죽을 것이다. 소노베 신이치로는 자신이 별 대수롭지 않은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한 번 악당은 끝까지 악당이란 겁니까?"

"그게 아냐. 살인을 실행에 옮기려면 아까 말한 대로 이성이니 윤리니 하는 경계선을 뛰어넘어야 해.

그런데 한 번 뛰어넘고 나면 담이 낮아지거든. 살인엔 면역성이 있는 거다."

(p123)

그리고 지금 여기, 과거를 벗어난 현재,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소노베 신이치로는 또다시 시체를 유기 중이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침착함으로 시체의 옷을 벗기고 비닐에 둘둘 말아 트렁크에 실었다. 범인 체포 확률이 떨어지는 인근 지역을 순간적으로 분석해 이루마 강에서 사체를 떠내려 보낸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비를 방패삼아 손쉽게 피해자를 은닉하고 돌아선 이 남자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변호사 사무실. 검찰을 농락하듯 강력 범죄자의 혐의를 풀어주고 그 대가로 어마어마하게 높은 보수비를 뜯어낸다. 검경쪽으로도 범죄자들 쪽으로도 악명높은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그가 바로 소노베 신이치로다. 그러나 글쎄.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연 그는 여전히 악행에서 손을 떼지 못한 느낌이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변호사가 되었을까? 작가는 그와 같은 악한을 주인공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소설은 끝까지 의아함과 의구심으로 점철되려는걸까?

"악마는 진짜로 교활하네."

"국선이라 보수는 많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인간이 하는 일이니까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

전혀 승산이 없는 재판을 자진해서 맡으니까 가족 입장에선 꼭 하느님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난 알거든. 악마는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접근한다는 걸."(p85)

시체배달부라는 악명까지 붙었던 유아살해범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고작 5년 형을 선고 받았다. 내가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원활한 사회적응을 위해 가정법원은 개명까지 허가한다. 22살엔 사법고시를 패스, 성공한 변호사로 가해자에게 갑질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이보게 작가양반,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 어지간한 비위로는 참아주기 힘든 내용이다. 더욱이 소설 초반부만 보면 미코시바에게는 갱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애초에 재미삼아 살인을 저지른 자가 반성이 가능하냐는 의문도 남는다. 그런 그가 보수비라고는 일절 기대할 수 없는 도조 제재소의 보험살인사건을 변호한다. 남편 쇼이치의 인공호흡기를 꺼서 살해를 했다는 검찰측 주장에 맞서 미코시바는 아내 미쓰코의 혐의없음을 입증하려 한다. 왜? 뭣 때문에??

여러 개의 가면을 둘러쓴 광대처럼 좀체 속내를 보이지 않는 미코시바 레이지 앞에서 또 좀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악의 여러가지 형태를 목격하며 거듭거듭 반전을 대면하고서야 나는 나카야마 시치리에게 쏟아지는 독자의 환대를 이해했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여태 읽은 미스터리 활극물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의 죄는 용서할 수 없어도 그의 속죄의 길은 응원하게 될만큼 나도 미코시바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해자의 입장으로 쓰여진 이 소설에 불편함을 느끼는 일부 독자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26년 전, 신이치로의 손에 죽은 미도리는 그라는 캐릭터가 아무리 대단할지언정 그를 응원하진 못할테니까. 참 어려운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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