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밤 되세요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1
노정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폴앤니나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성천지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취업이 된 건 나명 뿐일 겁니다. 전 남자친구의 자살로 우울 및 불면에 시달리고 상습 자살 시도를 감행하던 명이는 제발로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들어가 보니 웬걸. 나 정도면 엄청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는 자각에 현타가 오고요. 시끄러운 병실 동기를 보다 보니 멀쩡한 자신이 좀 멋쩍어요. 이래저래 퇴원할 때는 되었는데 여전히 현실도피는 하고 싶고 그러다 자기만큼 멀쩡해 보이는 아저씨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겁니다. "저어... 담배 한 대만 주실래요?" 알고 보니 흡연자였던 명이는 호텔 사장인 도박 중독자 박씨에게 코가 꿰여 호텔 캐셔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박사장이 그랬거든요. 엄청 쉽다고요. 할 일도 별로 없다고요. 돈 받고 키만 주면 된다고요. 대에박, 정신병자 독박 중독자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박사장 이 새끼 완전 사기꾼이었어요!

다 쓰러져가는 호텔 드림초콜렛. 카드 전표만 봐서는 이게 호텔인지 팬시점인지 과자점인지 알 수 없는 그곳에서 주임 직함을 받고 근무하게 된 나명에게도 한 때 빛나는 청춘이 있었습니다. 남한사회주의노동당에서 글발 좀 날릴 때만 해도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로 출근하며 폼생폼사를 뽐내었거만 이제는 사람이라면 겪어서는 안되는 고초에 엮어 버렸어요. 옥상 물탱크가 떨어져서 아우디를 박을 뻔 하고요.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는데 이노무 문은 카드키를 암만 꽂아도 열리지를 않아 때려부수고요. 에어컨이 안돌아가 손님들에게 욕쳐먹기 부지기수에 새벽에 끊긴 카드내역을 의심한 여자친구가 쫓아와 씨씨티비 좀 확인해 보재요. 주차장에서 딸내미 사진 들어간 차키 내밀고 당당히 호텔 입성하는 불륜남녀는 양반이고요. 미성년 성매매에 3p에 집단자살에 여기가 동물의 왕국도 아닌데 참 장벽없다 싶어요. 거기다 박사장은 사람은 참 좋은데 일만 했다하면 또라이가 되요. 프린트 맞은 편에 공짜 커피, 공짜 토스트, 공짜 유자차로도 부족해서 공짜 팥빙수를 하쟤요. 실컷 일 치룬 남녀가 프린터로 전화해서 팥빙수 주문을 하는데 박사장놈 까짓 네가 갔다 주라네요. 네가 가라 하와이 하면 냉큼 가겠지만 미친놈아 때려치고 말지, 나는 싫다규!!

근데 참 이상한게요? 나명은 틀림없는 불면증 환자인데 야간 근무만 서면 꾸벅꾸벅 졸고요. 따는 수고 말라고 문도 안 잠그고 약 먹었던 주제에 이런 말 하는 거 양심적으로 어처구니가 없지만요. 호텔방에서 시체 볼까 겁나서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찾아오면 방도 안내줍니다? 하루종일 울기 바빴는데 열 받는 일 너무 많고 짜증나는 상황이 태산을 쌓으니까 눈물은 커녕 욕하다 보면 하루가 다가고요. 글을 못써 죽을 것 같을 때가 있었는데, 진짜진짜 글 안써져 자살시도 한 적도 있었는데. 드림초콜릿에서 일하니까 기분이 너무 더러워서 글이 잘 써져요. 이거 대체 뭘까요? 진짜로 미쳤나??

잘들 살더라는 거에요. 인간 같지 않은 새끼도 인간 이하인 새끼도 인간 안된 새끼도 그냥저냥 살고 그게 큰 문제도 되지 않더라는 거에요. 죽은 남자친구 엄마가 그러네요. "명이 씨는 명이 씨 몫의 삶을 살아요. 리재의 몫 따윈 신경쓰지 말아요.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사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다하다 저엉 안 되면, 그냥 대충 살아요. 그러면 또 어떤가요.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달았어요."(p206) 맞아요. 대충 살아야 될 것 같아요. 문도 안잠기는 방에 손님 받는 드림초콜릿처럼. 지구야 썪든 말든 시간 없고 바빠서 분리수거 안하는 드림초콜릿처럼. 불륜도 성매매도 눈 따악 감고 올려보내는 드림초콜릿처럼. (아냐, 이건 좀 고민해보자.) 너무 엄격해 나를 폐허로 만드는 사람이 되기 보다 무너지는 건물도 절대 수리 안하고 버틸만큼 버티면서 당당하게 돈 버는 드림초콜릿처럼. 병심들도 당당한데 우리가 안당당할 이유가 대체 뭐냐고요. 달콤쌉싸름하고 웃픈 이 소설처럼 우리 그냥 대충대충 살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