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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의 왕자들
김대웅 옮김, 아미르 후스로 델라비 원작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0월
평점 :
페르시아와 인도를 배경으로 해서일까요? 세렌디피티의 왕자들은 아라비안 나이트와 아주 닮은 느낌입니다. 책을 읽는 초반부엔 영락없이 "아메드 왕자와 페리 바누 요정 이야기"의 확장판 인줄로만 알았으니까요. 혹시 아시나요? 사촌 누이와 결혼하고픈 왕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지 않도록 아버지 왕이 아들들로 하여금 보물을 구해오게 하는 이야기를요. 제일 훌륭한 보물을 가져온 아들과 조카를 결혼시키겠다는 말에 큰아들은 날으는 양탄자를, 둘째 아들은 보고 싶은 건 무엇이든 다 볼 수 있는 유리 대롱을, 셋째 아들은 어떤 병이든 낫게 하는 사과를 구해오는데요. 여기 세렌디피티의 아버지 왕이 아들들에게 넘기고자 하는 존재는 조카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세렌딥이라는 위대하고 평화로운 나라였어요. 왕은 후계를 뽑기 위해 아들들을 시험하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어쩜 이렇게 자식들을 잘 키웠을까요. 다들 지혜롭고 성품이 훌륭하고 재치가 넘쳐서 왕은 도저히 한 명의 후계자를 뽑을 수가 없었습니다. 형은 아우에게 아우들은 형님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우선적으로 아버지의 건강부터 걱정하니 왕은 참 복도 많죠. 그러나 어진 왕은 이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아들들이 안분자족하여 좁은 시야가 될 것을 걱정해 거절에 화가 난 듯 꾸며서 나라 밖으로 쫓아보내요.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 왕자들은 그로부터 유랑 같은 여행을 시작하는데요. 상인의 잃어버린 낙타를 찾아주려다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요. 정의의 거울을 찾아 여왕의 나라에 갔다가 청혼을 받기도 합니다. 마음의 병을 얻은 한 황제를 치료해서 땅을 물려 받기도 하고요. 그 땅을 주지 않으려는 후계왕과 전쟁을 치르기도 해요. 첫째 왕자는 양치기의 딸에게 첫눈에 반해 청혼을 하고 둘째 왕자는 이웃 나라 왕의 사윗감으로 점찍어져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요. 여왕의 수수께끼를 풀었던 셋째 왕자는 아버지와 형님들이 싸준 보석들을 지참금으로 싸안고 여왕의 품으로 걸어갑니다. 아메드 왕자처럼 저마다의 보석을 구한 거에요. 그 사이사이 재치가 넘치고 기개가 흐르는 실로 놀라운 페르시아의 옛 이야기들도 이야기꾼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또다른 천일야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행운, 우연한 발견을 의미한다고 해요. 방탄소년단의 노래 중에도 세렌디피티가 있는데 가사 중에 "우주가 우릴 위해 움직였어"라는 구절이 있거든요. 이 구절만큼 세렌디피티의 왕자들에게 어울리는 문장도 없는 것 같아요. 우주가 세렌디피티의 왕자들을 위해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연과 행운이 어쩜 이렇게 연속으로 몰려오는지 말예요. 뜻밖의 사건으로 마주하는 인연과 사랑과 용기와 희망을 지혜로 버무려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 잠이 오지 않는 밤 가볍게 펼쳐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