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개정판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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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시대의 유교와 공자의 사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배움도 부족했고 더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 여자 우습게 알고 효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고질적인 제사 문제를 남기고 국가간 이익의 다툼 앞에 인과 덕을 내세우고 청빈함만 내세워 상업의 발달을 가로막고 백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병장기를 버리게 하고 아비가 도둑질을 해도 덮고 가겠다는 인정에 기대어 혈연, 지연, 학연의 불씨를 지피고 지나치게 예를 강조해 허례허식을 일삼고 외 기타 우리 사회의 병폐로만 공자를 봤다. 뭣도 모르면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논어를 읽어 보면 앞서 말한 모든 문제의 시발점을 공자라 할 수는 없어도 공자가 저런 이야기를 꺼낸 게 맞기는 맞았다.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또 친분이 적고 많았던 정치가들과의 대담에서 이런 생각이 간략하게 표현이 된다.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공자가 자기 죽고 2500년 후에도 내 말 내 뜻을 그대로 적용하라고 주장을 했냐는 거다. 물론 공자가 열 왕조가 아니라 백 왕조 이후의 일이라 할지라도 알 수 있다(p82)고 말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2천년 후에도 예언같이 나를 믿고 따르라고 한 적은 없다. 공자의 사후에 쓰여진 이 재미난 어록을 읽고서야 죽은 공자를 한번 더 죽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가 삼년상을 주장한 것은 그만큼 어버이의 사랑을 높이 산 탓이었다. 일년상을 주장한 재아는 공자에게 혼찌검이 나는 게 아니라 안타까움을 받는다. "여(재여)도 그의 부모로부터 3년 동안 사랑을 받았을까?"(p441) 재아가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신 바가 이와 같다. 예에 대한 강조는 시대가 그만큼 혼탁한 탓이었을 거다. 전쟁과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그것만이 질서를 세우고 나라를 정하게 바로잡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였을지 모른다. 일할의 권력조차 잡지 못했던 그가 정치 밖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있는 바가 예 외에 또 무엇이 있었으랴. 만백성이 배고프고 못살던 시절에 자주빛 옷을 입고 가마를 앞세우며 부귀를 뽐내는 이들이 마땅치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모든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고 말만 빌어와 공자 왈 하는 사람들 입을 다물게 해야지 뜻만 높았지 정치 놀음에 기 한번 못펴보고 비루하게 사망한 공자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인간의 도리를 알게 하고 배움에의 뜻을 높이 두고 백리 길을 갈 적엔 구십 리를 반으로 하는 인내를 깨치게 하는 이 책에는 또 무슨 죄가 있으랴.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말을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알 수 없다(p488)" 하시고 "군자는 말만 듣고서 사람을 등용하지 않고, [그] 사람만 보고서 말까지 버리지는 않는다"(p394, 헌문,15.22) 하시니 오늘날 공자를 보아야 할 우리의 태도가 꼭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번역 덕인지 본래 논어가 이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김원중 역자님의 이 책 <논어>는 가독성이 높고 무척이나 재미있다. 자진해서 책을 읽겠다 했지만 노동하듯 읽을 각오로 심기일전 하고 앉았는데 페이지가 잘 넘어가서 놀랐고 옛날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해서 놀랐고 인과 덕을 강조하는 것치고는 약간 꼬인데가 없지 않은 공자의 언행에 제일 놀랐다. 생각해 보면 2천년 넘게 살아남은 분이시니만큼 이보다 개성 넘치는 분도 몇 없는 것을 너무 친근(?)하고 지나치게 자주(?) 접해서 공자의 인간다운 면모를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뭘 안다고 재미있대 라며 우습게 보아도 어쩔 수 없지만 여러번 곱씹지 않아도 당장에 맛이 느껴지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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