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강승현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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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적에 읽은 동화책이었어요. 그림책으로 접했고 톨스토이의 작품인지도 모른 채 읽었지요.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대작가 톨스토이의 작품인 걸 알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안나 카레리나도 전쟁과 평화도 부활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톨스토이 작품 하나는 읽었구나. 뭐? 바보 이반도 톨스토이거라고?. 이야, 나처럼 톨스토이의 소설인지도 모르고 그림책을 접한 어린이 독자가 한둘이 아니겠는데?? 잠깐 그런 생각도 했었지요. 완역본을 읽을 생각은 그때까지도 하지 않았는데 온통 보조개가 있는 표지 속의 사람들, 그러니까 천사와 구두장이, 구두장이 아내의 모습에 이끌려 읽게 됐습니다. 모모북스에서 출간된 책이고요. 작고 소중해요. 양장에 삽화가 많고 책이 예쁘거든요. 책을 읽다 엄청 놀랐는데 이유는 이 책이 단편 모음집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권이 통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인 줄만 알았거든요. 7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걸 보고 깜짝이야!! 했다는요 ㅋㅋㅋ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의 집엔 외투가 한 벌 뿐입니다. 낡은 외투를 아내와 번갈아 입으며 겨울을 나기 때문에 불편함이 이만저만함이 아닙니다. 2년 동안 돈을 모아 드디어 올겨울 양가죽의 새 외투를 지으리라 기대했는데 뻔뻔한 농부가 외상대를 갚지 않아 양가죽도 못사고 아주 풀이 죽어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망할 놈의 세상 되는 일도 없다 하며 술도 한 잔 푸고 푸념을 늘어지게 주정하며 오는 길, 한 교회 앞에서 벌거벗은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도움은 내가 받아야지 남 도울 게 어딨어? 모르는 척 외면하고 집으로 향했지만 마음씨가 착한 세몬은 결국 되돌아가 남자에게 외투도 빌려주고 일감으로 받아온 털장화도 빌려줍니다. 아내는 외상대도 못받은 주제에 짐을 달고 왔다고 야단야단을 하다가 지친 표정으로 고개 숙인 남자에게 동정심이 일어 마지 못해 빵과 스프를 내어주지요. 그러자 군말없이 앉아있던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게 빵을 먹습니다. 남자는 오래동안 세몬 가족들과 함께 하며 구두장이 일을 배우는데요. 손재주가 좋아 구두장이의 집은 나날이 잘 살게 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자가 찾아와 발에 꼭 맞은 구두를 제작해달라고 요구하는데 말도 없고 잘 웃지도 않던 남자가 글쎄 부자의 등 뒤를 보며 싱긋이 웃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는 주문 받은 구두가 아닌 슬리퍼를 만들어 세몬을 혼비백산 하게 합니다. 부자에게 혼꾸녕 날 생각에 겁에 질려있을 때 부자의 시종이 찾아와 부자가 사망했으니 가죽으로 슬리퍼를 지어달라는 새주문을 남긴 채 떠나지요. 다시 또 조용히 몇 년, 그러다 이번엔 쌍둥이 여자 아이들이 구두장이의 집을 찾아옵니다. 이 어여쁜 아이들 앞에서 남자는 또 한번 환한 미소를 띄우더니 부부에게 인사하며 떠나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도대체 이 남자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상에 떨어진 천사가 구두장이의 곁에서 하나님이 내린 세 가지 질문의 답을 구한다는 소설을 읽으며 천사의 미소 속 정답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밖으로도 내일 너를 방문하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하루 내내 창밖을 보며 손님 맞을 차비를 하던 또다른 구두장이 마르틴,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 땅을 욕심내다 피를 토하고 죽은 농부 바흠, 세 도깨비와 대결하는 바보 이반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요. 단순하고 간결한 스타일의 이야기들로 사랑과 정직함과 선함을 노래하며 또 동시에 러시아의 시대 상황을 은근히 비판하는 재미난 책이었습니다. 리뷰들로 접한 막장 장편소설들과 이 단편집은 전혀 연결이 안될 정도로 어쩐지 순수한 느낌이 가득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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