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빈센트 (반양장)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윤동주 시인의 시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묶어서 제작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출판사 저녁달 고양이의 <동주와 빈센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윤동주 시인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알고 있는 시인의 작품이 채 열 편도 되지 않았습니다.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오롯이 교과서로만 배우고 읽고 암기했던 시들입니다.

124편에 달하는 시인의 시를 읽으며 참 많은 풍경과 사람과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주말 아침 요(곡식)를 줏으며 논에서 어려운 얘기를 주고 받는 일곱 마리 비둘기를 보았구요.

하루종일 공부하여도 짹 한 글자 밖에 못쓰는 참새의 글씨 공부도 구경했네요.

어머니에게 볼기짝을 맞던 남매의 모습에 흐뭇해하다

눈이 아니 온다는 누나 가신 나라로 부쳐진 편지를 읽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돈벌러 간 만주땅 지도 같기도 하고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도 같기도 한

오줌싸개 동생의 이불을 널며 형아는 또 어쩌면 누나는 한참 울지 않았을까 헤아려도 보았습니다.

책머리에 아른아른 선녀처럼 춤추는 촛불의 그림자와 재만 남은 가슴과 고요한 골짜기를 그리고

온가족이 송치까지 노나먹었다는 사과의 새콤한 맛을 상상하며 군침을 삼킵니다.

조국을 사랑하고 그 사랑 앞에 부끄러워하고 성찰하던 청년 시인의 시 속에

그가 본 숱한 정경들이 가을 햇발처럼 찬찬히 나리는 것 같았습니다.

시인의 시를 감상하는 맛을 한껏 돋우는 것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입니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 밤이 이랬을 것 같아,

우물에 드리운 얼굴이 시인의 것이 아니라 화가의 것이면 두 사람이 다 얼마나 깜짝 놀랄까,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디까지나 걷기 좋아했던 화가도 시인이 노래하는 새로운 길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삶도 사랑도 예술에서 추구한 바도 너무나 다른 두 천재의 삶 속에 우연하게 교차한 영감들을 마주하며

말 없는 시와 말하는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이 풍요롭고 벅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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