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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 ㅣ 그림이 있는 옛이야기 2
김원익 지음 / 지식서재 / 2019년 8월
평점 :
북유럽 신화가 화제는 화제인가 봐요. 현대지성의 북유럽 신화를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갓 출간된 따끈따끈한 북유럽 신화 빨간책이 또 제 눈에 띄었지 뭡니까. 이번에는 지식서재 출판사, 신화학자 김원익 저자의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입니다. 130점에 달하는 컬러 삽화를 자랑으로 하는 책인데 아름다운 옛그림들이 읽는 내내 눈요기 거리로 톡톡한 역할을 하구요. 학술적인 느낌은 배제하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써내려간 이야기라 가독성도 좋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책을 연달아 읽는 게 지루하지는 않았냐구요? 실은 저도 걱정을 안고 시작했는데 완전완전 기우였습니다. 낯을 좀 익혔다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로키와 토르, 오딘과 거인, 난쟁이들을 만나니 더 반갑고 좋기만 하더라구요. 인제 조금 북유럽 신화를 알 것만 같달까요?
1. 천지창조
암소 아우둠라가 짭짤한 얼음조각을 핥아 그 아래 잠자고 있던 신 부리를 꺼냅니다. 부리는 이미르의 겨드랑이에서 흥건이 맺힌 땀으로 만들어진 거인족 여인과 결혼을 하는데요. 그 덕에 부리의 세 아들 오딘과 빌레, 베는 신이면서도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영원불멸하지 못하거든요. 후에 로키의 장난으로 청춘의 여신 이둔이 납치 당했을 때 신들의 머리가 하얗게 새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허리가 굽은 것은 모두 그 탓이지요. 이둔의 황금사과 없이는 신조차 청춘을 누릴 수가 없지만 그건 세월이 한참 흐른 후의 일이고 우선은 오딘 삼형제의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중국의 거인 반고는 1만8천년이나 쿨쿨 알 속에서 잠을 자고 알에서 깨어난 후에도 1만 8천년을 9만리 하늘과 땅을 받치고 살았지만요. 갓 태어난 오딘 삼형제에게 반고와 같은 인내심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심심해 형제들! 을 외치던 그들은 회의 끝에 아버지를 죽여 세상을 변화시키기로 작정을 합니다. 잠들어 있던 서리거인이 칼에 찔리는 순간 콸콸콸 쏟아진 피에 바다와 호수가 생기구요. 거대한 살덩이가 비옥한 대지를, 뼈와 이빨이 산과 암벽, 바위와 암초, 모래와 자갈을 이룹니다. 두개골은 하늘로, 뇌수는 구름이 되었고요. 불의 나라 무스펠헤임에서 튕겨 나온 불꽃들이 해와 달과 별이 되어 하늘에 총총 박혀 들지요. 이미르의 시신에서 생긴 구더기들로 난쟁이와 요정을,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로는 최초의 인간도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오딘 삼형제가 기를 펴고 살 천지가 창조된 것입니다.
2. 라그나뢰크
캐빈 크로슬리- 홀런드의 북유럽 신화를 읽을 때만 해도 제 눈에는 로키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재미는 로키가 일으키는 사건 사고요 두 번째 재미는 오딘, 토르와 함께 하는 신들의 모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와 같은 생각엔 변화가 없어요. 아스가르드의 성벽을 재건하려는 꾀를 썼다가 옴팡 덮어쓰고 숫말 스바딜파리와 짝짓기를 하지를 않나, 토르의 망치 묠니르 등 여섯 개나 되는 보물을 구하고서도 난쟁이들 손에 입술을 꿰메이질 않나, 절친한 난쟁이 황금을 털었다가 황금반지를 가진 자 파멸에 처하리라!! 저주를 받질 않나, 잔뜩 술에 취해 신들한테 쌍욕을 날리다가 미드가르드로 도망가질 않나, 말썽도 보통 말썽군이어야 말이죠. 하지만 두 번째로 읽은 북유럽 신화에서는 로키와 신들만이 아니라 북유럽 신화의 근간이 되는 배경들도 찬찬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신들과 거인들은 라그나뢰크라는 최후의 전쟁으로 모두 몰살하는데 애초에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적대적인 관계가 된 걸까요? 실은 서리거인의 죽음 때부터 원한의 씨앗은 심어졌다고 보아야 할 거에요. 이미르의 철철 쏟아진 피가 바다를 이룰 때 이미르의 손자 베르겔미르와 아내만 빼고는 모든 거인들이 익사하거든요. 거인이 멸족할 지경이었으니 애초에 신들이 곱게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게다가 신과 거인의 힘이 워낙에 비등비등해서요. 대거리가 된다는 것도 주요했을 겁니다. 오죽하면 오딘이 거인들이 무서워 전쟁 영웅들의 영혼까지 모조리 데려와 훈련시켰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훈련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영혼 상태에서도 영웅들이 전사할 정도였대요. 물론 오딘의 힘으로 훈련이 끝나면 다시 부활! 지옥 훈련 재개!!였지만요. 알고 보니 오딘은 완전 악덕 업주였다는요 ㅎㅎ 로키와 로키의 세 자녀 늑대 펜리르, 지하세계의 여왕 헬, 왕뱀 요르문간드가 라그나뢰크 때 지대한 역할을 하는데 그들이 태어날 때 내려온 예언과 같이 펜리르가 오딘을 통째로 잡아먹고요. 토르는 요르문간드의 독에 중독돼 겨우 아홉걸음을 걷고 쓰러져 죽어요. 로키와 헤임달은 서로 죽이려고 달려들었다가 쌍으로 죽고 헬은 아마 불의 거인 수르트의 불덩이에 죽지 않았나 싶습니다. 별다른 얘기는 없었는데 불칼의 위력이 어찌나 대단했는지 아홉 세상과 세계수 이그드라실까지 모조리 불태웠다고 하거든요. 말 그래도 종말이었죠.
3. 뵐숭 가문과 니플룽 가문의 비극
캐빈 크로슬리- 홀런드의 북유럽 신화와 김원익 신화학자의 북유럽 신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반지의 제왕과 왕좌의 게임의 근간이 된 뵐숭 가문과 니플룽 가문의 비극을 언급 하느냐 하지 않느냐인 것 같아요. 김원익 저자의 북유럽 신화 가장 마지막 장을 차지하는 이 비극은 오딘의 칼에서 시작을 한답니다. 아서왕의 명검 엑스칼리버처럼 주인을 가리는 오딘의 칼을 뵐숭의 막내아들 시그문드가 뽑게 되면서 시게이르의 질투를 사게 되요. 어떻게든 오딘의 칼을 손에 넣고 싶었던 그가 시그문드를 제외한 가문의 모든 남자를 살해하면서 차곡차곡 쌓일 비극의 포문을 열었달까요. 뵐숭의 딸이자 시게이르의 아내인 시그니는 복수를 위해 친오빠와의 근친상간으로 아들 신표들리를 낳습니다. 순수한 혈통만이 복수를 성공시킬 거라는 예언 때문이었죠. 훗날 남매의 성장한 아들이 시게이르의 목을 따면서 비극은 막을 내리는 듯 했지만 시그문드가 재혼을 하면서 이 아들이 또 새엄마의 손에 목숨을 잃어요ㅠㅠ 시그문드는 다시 재혼을 해서 아들 시구르드를 낳았고 그 아들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옛연인의 원한을 사 목을 따이고 뭐 그렇고 그런 비극이 잇닿는 아주 으시시하고 무시무시한 얘기올시다 ㅎㅎㅎ 기회가 되면 니벨룽의 반지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아서 래컴의 삽화본이 실린 책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로써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도 완독 완료!!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