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 산책
조성면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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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장르문학 산책이라는 교양 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문학평론가 조성면이 2016년 7월 1일부터 2018년 1월 10일까지 연재한 총 101회의 연재글에 미처 발표하지 못한 열한 편의 글을 보태어 책으로 출간했다. 평론가의 글이라 어렵지는 않을까 지루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책머리에서부터 기우였을 뿐이라는 확신을 팍팍 준다. 삶이라는 여정에 문학이라는 반려를 갖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그. 팝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의 말을 빌려 예술은 혼자 즐기기엔 삶에서 지나치게 중요한 일이며 그렇기 깨문에 꼭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 그가 얘기하는 장르문학들을 살펴보자.

1. 장르문학의 법칙

작가에 따르면 라면에 스프가 있듯 장르문학에도 공식이 있단다. '악인은 처벌을 받고, 간절한 사랑은 이뤄지며, 미스터리는 해결되고 모험과 미션은 완수된다. 현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장르문학에서 "미션 임파서블" 같은 것은 절대 없다.'(p24) 장르문학의 법칙을 읽으며 나 되게 몰개성한 독자였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앞서 설명한 딱 저런 이유로 내가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탐정, SF, 기타 모험물을 좋아하니까 말이다. 공식대로의 독자라니 나한테 실망이얏!

2. 중공군에 비유된 작품이 있었다?

"문화의 적이요, 문화의 파괴자요, 중공군 50만명에 대항다는 적군"이라는 비판을 받은 작품이 있었다. 정비석 작가의 자유부인(1954년). 서울대 법대 교수 황산덕의 발언이었는데 책의 내용이 어땠길래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알고 보니 유부녀의 일탈을 다룬 멜로물이었는데 (실은 에로물인가 했다;;) 막판엔 큰 깨달음을 얻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화장하고 춤추고 남자 만나는 유부녀에 대한 신문연재소설이 충격이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3.sf, 과학과 자본의 결혼?

문학의 한 장르를 두고 어째서 동양보다 서양에서 먼저 등장했는가 하는 식의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SF가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먼저 시작된 이유는 장르사적 우연이 아닌 역사적 필연이라는 해석. 근대과학과 유럽 제국주의의 연대 속에 문화인류학과 진화론이 만들어진 것이 결국 SF 장르를 등장시키고 발전시켰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4. 톨킨과 판타지와 갈라파고스 증후군

톨킨의 작품을 한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영화만 봤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두고 가족 부재의 문학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결손 가정의 후예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얘기에 보통 판타지는 다 그렇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해리포터나 네버무어, 십이국기, 티어링의 여왕, 퇴마록 기타등등 생각해 보니 내가 읽은 판타지 소설 거의 다가 결손가정인데 이건 그냥 시작부터 주인공에게 고난을 주기 위한 장르적 장치 아닌가? 왜 자폐적 갈라파고스 문학이라고 하는 건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

5. 문장 부호와 장르문학

장르문학의 특성을 문장 부호를 통해 설명한 이가 있었다. 한국 추리소설의 신기원을 연 김내성의 논문을 보자. "탐성소설의 본질은 엉? 하고 놀라는 마음과 헉! 하고 놀라는 마음이며, 으음!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심리적 작용이다." (탐정소설의 본질적 요건) 해석하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퍼즐을 제시하는 도입부가 물음표(?)로 시작된다면, 조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밝혀지는 범인의 트릭과 탐정의 명쾌한 해명은 느낌표(!)로, 미스터리의 해결과 대단원은 통쾌한 마침표(.)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추리에 약한 독자다 보니 물음표 두어개로 시작했다가도 각종 반전에 느낌표가 열두개 !!!!!!!!!! 붙는 식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느낌표가 다다다다다닥 붙어올 때 더욱 재미있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쓰다 보니 엄청 길어졌는데 이밖으로 줄 쫙쫙 쳐가며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가 엄청 많다. 내가 몰랐고 앞으로도 읽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해방 후부터의 장르문학 특히 무협지나 만화 같은 부분에 대한 설명들이 흥미로웠다. 무협지 같은 경우 독립운동가가 번역한 경우가 꽤 많다는 사실! 북한의 대중문학,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본의 장르문학, 세계문학 속에서 장르문학의 위치, 한중일의 삼국지 등등등. 논문 형식의 무거운 글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칼럼 형식의 글쓰기를 선택했다는 작가의 생각이 적중했달까. 워낙에 관심영역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편 한편이 간결하고 알차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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