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고 미워했다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캐롤라인이 죽는 꿈을 자주 꾸었다. 때로는 캐롤라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캐롤라인과 엄마가 탄 연락선이 침몰했다거나, 더 자주는 택시가 충돌해 캐롤라인의 사랑스러운 몸이 불타서 한 줌 재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꿈속에서 늘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이제 캐롤라인에게서 벗어났다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 그리고....... 지독한 죄의식." (p98)

루이스와 캐롤라인은 쌍둥이로 태어났다. 몇 분쯤 먼저 태어난 루이스는 아주 건강하고 튼튼했지만 뒤이어 세상에 나온 캐롤라인은 제대로 울음을 터트리지도 못했고 체온도 낮았다. 모두가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건강한 아이 루이스가 존재감도 없이 바구니에 방치된 사이 어른들 모두가 야단법석을 떨며 캐롤라인에게 매달렸다. 성장하는 내내 그랬다. 캐롤라인이 얼마나 아팠고 어떻게 아팠고 언제 아팠는지는 꼬박꼬박 기억해도 캐롤라인과 같은 병에 걸려 옆자리에 누워있던 루이스를 기억하는 어른은 없었다. 루이스의 얼굴에 백일해로 얽은 자국이 뚜렷한데도 그랬다. 엄마는 칭찬처럼 말한다. 루이스는 일 분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이였다고. 루이스는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일 분 정도는 온전히 나를 걱정해주면 안되는 거에요? 내가 언제나 엄마아빠 걱정이 먼저인 것처럼 일 분 정도는 캐롤라인보다 나를 더 생각해주면 안되나요? 아픈 아이 캐롤라인, 아름다운 캐롤라인, 음악이라는 천재성을 가진 캐롤라인, 선택 받은 캐롤라인. 캐롤라인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잘난 동생의 존재가 루이스의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캐롤라인에 대한 루이스의 열등감이 지나쳐 꿈 속에서 캐롤라인을 몇 번이고 살해할 지경이 되었지만 아무도 루이스의 고통을 몰랐다.

루이스는 캐롤라인과의 관계로 인한 반작용으로 단단한 껍질을 뒤집어쓴 게처럼 사람들을 피한다. 교회도 가지 않고 학교도 뿌리치고 뻘에서 게를 잡고 아버지의 배를 타고 게 저장소에서 손이 헐도록 일한다. 일한 만큼 분노하고 채워지지 않는 애정에 무너진다. 유일한 친구였던 콜은 소년 티를 벗자마자 캐롤라인을 원하고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다 생각했던 선장 할아버지는 캐롤라인이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캐롤라인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한다.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는 성경 구절처럼 어쩌면 '나' 루이스는 태어날 때부터 에서와 같이 미움받는 존재로 운명지어졌는지 모른다는 생각. 루이스는 성경을 읽으며 어떻게해도 극복하기 힘든 좌절로 깊이깊이 빠져든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깨물어서 내가 아픈 것과 손가락이 저 혼자 아픈 건 또 별개의 이야기인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차원 다른 세상의 이야기 말이다. 아무도 루이스로 인해 아프지 않았건만 루이스는 모두로 인해 아팠다. 잘난 형제와 비교되는 고통을 묵묵히 견뎌야만 했던 루이스. 바다가 있고 몰입할 수 있는 노동이 있었지만 회피는 치유의 요소로는 지나치게 연약한 방어막이었다. 루이스는 섬을 떠나서야 제 안에 자리한 열등감을 온전히 씻어낼 수 있었다. 때로는 독립만이 독같은 가족관계의 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신경쓰이는 것은 쌍둥이 어머니의 존재. 어부로 바깥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 수 밖에 없는 남편을 대신해 온전히 두 아이의 양육을 책임져야 했던 여성의 고뇌였다. 아픈 자녀, 게다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녀와 평균 이상으로 똑똑하고 건강한 자녀를 양육하면서 공평하게 두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다는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생각한다. 쌍둥이의 어머니는 동화 속 계모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분별력 있고 감수성도 높았으며 때문에 루이스가 가진 열등감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교회와 학교를 빼먹고 게잡이를 하는 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입바른 소리에도 딸의 편을 먼저 들 줄 아는 엄마였고 캐롤라인에게만 주어진 기회를 두고 루이스에게 미안해할 줄도 아는 엄마였다. 루이스의 오해로 무산되었지만 엄마는 빚을 내어서라도 루이스를 본토의 학교로 보내려고도 한다. 캐롤라인이 없었다면 엄마의 그런 애정 정도로도 루이스는 충분히 만족하지 않았을까.

이 책이 스릴러물이었다면 루이스의 손에 살아남으려는 캐롤라인의 생존이 아니라면 캐롤라인을 죽인 루이스의 생존 이야기가 진행되었을을테다. 그러나 작가 캐서린 패터슨은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사랑했고 미워했다>로 뉴베리 상을 수상한 동화 작가다. 살인도 공포도 없이 뿌듯하게 성장한 루이스는 한때는 질색한 엄마와 비슷한 삶을 선택하고 섬 같은 산골짜기 트루이트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하늘 아래를 헤매며 헤아려 보는 옛시간들, 사랑하는 자리에서 루이스가 떠올리는 밤의 찬송가가 마음에 스민다. 행복해라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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