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헤라자데 하면 김연아 선수의 2008년 프리 프로그램부터 떠올리는 나지만 아라비안 나이트에 대한 추억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자리잡고 있다. 중학교 때 야하다고 소문난 범우사의 십 권짜리 아라비안 나이트를 두근두근한 심정으로 책방에서 빌려 친구들과 돌려 읽은 것이 첫번째. 지금도 관능소설이라고 하면 퍼뜩 아라비안 나이트부터 떠올릴 정도로 굉장한 문화충격을 안긴 책이지만 비슷한 풍으로 반복되는 이야기가 지루해서 우리 중 누구도 완독을 못하고 중도포기한 전집이었다. 두번째로 만난 아라비안 나이트는 현대지성 클래식 판으로 범우사의 책과는 달리 작자가 미상이다. 천일야화 속 외설적인 부분을 쏘옥 빼고 담백하게 추린 책 속엔 "알라딘과 요술램프, 신밧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처럼 유명하고 재미난 얘기들만 알차게 담겨있다. 르네 불의 칼라풀한 삽화까지 더해져 지루함 1도 없이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 장점. 단권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큰 매력이다.
특히나 얼마전 실사화 된 알라딘과 원작을 비교하는 맛이 제법 좋다. 영화 알라딘의 배경인 아그라바 왕국은 완전 중동풍인데 놀랍게도 소설은 "옛날 중국의 한 부유한 도시에 무스타파라고 하는 재봉사가 살았다"로 시작을 한다. 시장에서 옷을 사는데 간판이 한자야! 분수 앞에 앉아있는데 분수대에도 한자가 적혀있어!!! 고아인 영화 속 알리딘과는 달리 원작의 알라딘은 재봉사 아버지를 둔 한량. 워낙에 게으르고 노는 것만 좋아해서 아버지가 아들 가르치려다가 화병으로 병들어 죽는다, 쯧쯧. 공주의 이름도 자스민이 아닌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 삽화를 보면 황제도 공주도 의상이 아주 중국풍이다. 지니 하면 요술램프의 파란요정부터 떠올리는 우리지만 26가지 이야기 속에 의외로 다양한 지니들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함정. 영화에서 귀여움을 담당했던 양탄자는 원작 알라딘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메드 왕자와 페리 바누 요정 이야기에서 아메드 왕자가 누로니하르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찾아낸 보물 중의 하나로 나오는데 양탄자에 올라타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면 곧장 그곳으로 점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