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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평점 :
1.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교량, 성채, 석궁, 기타 비밀 장치를 제조하는 데 본인과 견줄 사람은 다시 없다고 확신하는 바임. 회화와 조각도 본인에 버금갈 사람은 없음. 수수께기, 매듭 묶기에도 대가임을 자신함.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빵을 구워낼 자신이 있음." ( 레오나르도 본인이 쓴 자천서 요약본)
책을 보면 곧장 제목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다빈치의 요리노트라니 이거 장르가 소설인가? 책을 펼쳐 마주한 그의 이력과 요리에 관한 다빈치의 메모들을 보면서도 왠지 상상이 잘 안간다. 30년 넘게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 담당자였던 다빈치! "세 마리 달팽이" 식당의 주방장으로 근무했었다는 다빈치!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이라는 술집을 연 적도 있다는 다빈치!! 나는 왜 그를 천재적인 화가로만 알고 있었을까? 너무 무심했음이야;; 실은 작품도 두 개 밖에 모르는 것 같애. 모나리자랑 최후의 만찬 ㅎㅎ 다빈치는 주방기구라고는 근육질 팔과 절구통이 밖에 없던 시절에 스포르차 가문의 부엌을 장악하며 다양한 요리기구를 제작하기도 했다. 덕분에 스포르차 가문은 장작을 나르는 자동 컨베이어 벨트와 회전 솔, 물통에서 개구리를 쫓아내는 기구, 인공비를 내리는 장치, 입풍금, 삼지창 형태의 포크(이전에는 이가 두개인 포크만 있었다고), 냅킨, 스파게티 등을 구비하게 되었지만 대신이랄까? 이전에는 스무명이면 충분했던 부엌이 다빈치의 기계를 돌리기 위한 인부 백여명으로 가득 찼고 무기고와 대연회장도 거대 부엌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부엌 용품으로 개발했던 겨자 추수기는 작동 중 요리사 두 명과 일꾼 여섯명을 사망케해 이후 스포르차 가문의 요긴한 전쟁 무기로 활용되었다고. 후덜덜!!
2. 최후의 만찬. 작업 시간 2년 9개월 중 먹는데 걸린 시간 무엇??
"각하, 각하께서 레오나르도 선생을 보내주신 지도 어언 열두 달째입니다. 하지만 이 선생이라는 작자, 벽에 물감칠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각하, 요즘 저희 수도원 술창고가 큰 손실을 보고 있고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선생이 걸작에 걸맞는 포도주를 찾아내겠다며 하나하나 맛을 보고는 모조리 퇴짜를 놓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 수도사들이 굶주림에 허덕인 지도 오래입니다. 레오나르도 선생이 밤낮 주방을 들락거리며 상 위에 차릴 '요리'를 만든다고 설쳐대는 바람에 그런 것입니다. 이 사람은 만족을 모릅니다. 아니다 싶으면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제자와 하인 등을 불러 싹쓸이로 먹어치웁니다. 각하, 어서 작업을 서두르라고 재촉하소서. 레오나르도 선생 일당이 우리 모두를 결딴낼까 두렵사옵니다. 통촉하소서." (1496년. 수도원장이 루도비코에게 보낸 항의 서한 중)
"레오나르도 선생은 벽에 식탁 하나와 기둥 몇 개만 달랑 그려놓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선생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요리'들을 이리저리 놓아보고는 한 장면을 그리고 나면 얼른 먹어치웠다." (항의서한 전달 9개월 후 1497년. 레몽 페로 주교가 보낸 보고서 중)
최후의 만찬을 티비나 책으로 몇 번 본 적 있지만 그 위에 놓인 '요리'와 '포도주'를 고르고 차리고 맛보며 그리는 화가의 모습은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야 말로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을 사람이었다. 식탐이 남달라!
3. 레시피는 쓸만한가?
이 부분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재료의 기호가 현대인과는 영 맞지 않는다. 물개요리, 초에 담근 새 요리(종달새나 톱니오리의 털을 뽑은 후 식초와 소금을 친 포도주에 3에서 6개월 삭힌다), 구멍 뚫린 돼지 귀때기 요리, 공작새 구이(요리를 끝낸 공작새 구이를 미리 벗겨두었던 껍질을 다시 입혀 식탁에 내놓는다), 새끼 양 불알 요리, 빵가루 입힌 닭 볏 요리(닭의 크기는 최소 60센치 이상), 올챙이 요리 등등 재료를 줘도 못해먹을 것 같은 요리가 다수다. 다반치는 음식에 대한 실험정신도 넘쳐서 제자 살라이를 동원해 풀떼기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으며 (살라이는 다빈치가 내놓은 풀떼기를 먹고 다빈치의 얼굴에 구토한다;;), 폴렌타(곡물죽), 올리브 열매, 개구리 다리 세 가지 음식만 먹고도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비율을 연구하기도 한다. 참고로 그와 함께 연구 중이던 친구 중 한 명은 6개월 가까이 이 비율을 시험하다 사망했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먹는 걸 좋아하고 불평불만이 많고 요리와 사람에 대해 적나라하게 까는 메모를 많이 남겨 독자 입장에서는 무지무지 재미있다. 드물게 주석까지 웃긴 책!! 그가 남긴 요리 도구 스케치를 보는 맛은 덤이다. 실험정신이 넘친다면 레시피를 찾아 요리해 보는 것도 좋겠지. 아차, 분량 조절은 필수 중의 필수다. 그가 요리 할 땐 소도 한 마리씩 이용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