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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평점 :
"그는 항상 뉴욕에서 살고 싶었다."(p9) 드디어 라고 할지 정작이라고 할지 마크 스피츠는 지금 뉴욕 맨하튼에 머리를 누이고 잠자리를 준비 중이다. 세상이 멸망하고 난 이제서야. 재건이 시작되는 지금에 이르러서. 소설은 마크가 맨하튼에 머무른 금토일 총 사흘의 시간을 소제목으로 전개된다. 1차로 군인들이 대대적으로 괴물들을 쏘아 죽이고 나면 2차로 마크 스피츠의 오메가팀과 같은 수색대가 들어가 곳곳에 분포한 소수의 망령들을 처리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좀비들, 지구 최후의 날을 안긴 역병의 후예들은 끈질기게 살아서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도 사무실을 지키고 마크와 같은 생존자(그들의 입장에서는 침입자)들에게 덤벼들어 이를 세운다. 한때 좋아했던 선생님을 닮은 것도 같은 좀비를, 이웃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좀비를, 어쩌면 정말로 그가 아는지도 모를 좀비를 총으로 머리를 터트려 죽이고 창밖으로 떨어뜨려 1층으로 보내고 나면 건물 한 채를 청소하는 임무가 마무리 된다. 맨하튼에 건물이 몇 개나 있는지는 글쎄 너무 암담하니 상상하지 않기로 하자. 끔찍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이런 일상 속에서 마크의 감각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정신없이 오고간다. 최후의 날을 인식시킨 어느 밤의 목격,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전투,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한 생존자들과의 교류, 어쩌면 사랑이었을지도 모를 감정과 언제고 평범하기만 했던 스스로에 대한 자각, 그리고 본명이 아닌 마크 스피츠라는 이름을 쓰게 된 계기 등이 마크의 기억 위에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정형화된 일상이 급변한 것은 일요일이었다. 오메가 팀원인 게리가 망령에 물린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맨하튼 빌딩 숲 앞으로 괴물들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잠시간의 정착도 끝, 월요일부터는 더는 앉아있을 시간도 없을테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지겨울만큼 움직여야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쩐 일인지 마크는 재건 사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작가의 전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와 같이 <제1구역> 또한 정착할 곳을 찾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코라는 노예라는 신분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민의 삶을 찾아 핸드카를 펌프질 하고, 마크는 안전한 육지를 희망하여 이제 좀비라는 망령의 바다를 헤엄칠 각오를 한다. 희망은 없다. 삶이 다하는 마지막까지 먹을 것과 안전한 잠자리를 찾아 좀비와 대적하며 구석기인처럼 세상을 떠돌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왠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잘해 나가겠지. 막연하지만 올림픽 최초로 7관왕이 된 수영선수의 이름이 그에게 붙었다는데서 나는 운명이 그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느낀다. 또한 그가 살아 숨쉬는 1초 1초를 연장하기 위해, 설령 그것이 섬에서 섬으로 전전하는 괴로운 삶일지라도 최선을 다할 것을 느낀다.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보려는 마크의 삶의 의지가 먼동처럼 터오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