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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평점 :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권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를 만났습니다. 어머니의 곁에서 물처럼 흐르던 바이올린 소리, 그 속을 깊이 헤엄치며 성장한 기도는 자연스레 바이올린을 만지며 대학까지 진학합니다. 꿈은 말할 것도 없이 바이올린만으로 먹고 사는 음악가이지만 현실은 기도에게도 시궁창입니다. 바이올린 연습에만 매진에도 부족할 시간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돈가스집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손은 굳고 실수는 연발. 하루하루 떨어지는 실력이 피부에 와닿아 매일이 우울합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시점에 등록금도 못내 쫓겨날 상황이 되자 자꾸만 단짝 친구 하쓰네와 비교하게 되는 자신이 한심하고요. 음대 이사장의 손녀로 학교 근처의 아파트에 독립해 살며 외제차에 첼로를 싣고 다니는 하쓰네는 이런 고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자고 가라는 하쓰네의 권유를 뒤로 하며 돌아서는 길, 기도가 하쓰네의 마음을 밀어내는 건 바로 이런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요?
그런 와중에 하늘에서 구명줄 같은 기회가 내려옵니다. 하쓰네의 할아버지이자 유명 피아니스트인 쓰게 아키라가 정기연주회에 재학생들을 세우겠다는 거에요. 오디션에서 뽑히기만 하면 준장학생으로 장학금을 받아 무사히 졸업할 수 있는 상황! 운이 좋아 관계자의 눈에 띈다면 쉽사리 취업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이제까지의 고민을 모조리 잊고 콘서트마스터의 꿈을 꾸며 열정적으로 매진하는 청년의 시간은 얼마나 찬란하던지요. 그러나 희망적이기만 했던 기도의 앞에 뜻밖의 사건들이 발생하며 자꾸만 발목을 잡습니다. 학교의 보물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의 도난, 이사장의 피아노가 악의적으로 망가지는 사건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쓰게 아키라를 죽이겠다는 살해협박장까지 도착합니다. 범인의 요구는 단 하나 정기연주회를 중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쓰게 아키라가 세계적인 음악가이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고작 대학의 정기연주회 따위를 중지시키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범인의 목적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기도는 정기연주회에 무사히 참여해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할 수 있었을까요?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는 과연 이 모든 비밀을 밝혀 시가 2억엔의 보물과 쓰게 아키라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1편에서도 그랬듯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는 개성과 존재감을 마구마구 뿜어내며 책을 압도하는 주인공은 아니랍니다.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은 피아니스트 전공자 하루카를 화자로 내세웠던 1편처럼 2편도 생계가 막막한 바이올리니스트 기도를 내세워 음악전공자로서의 어려움과 고뇌로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달까요. 밀실의 재미난 추리는 덤으로 말이죠. 덕분에 미사키 요스케는 약간 조연 같은 느낌이지만 워낙에 응원가득한 청춘소설, 성장소설을 좋아해서 음악으로 딛고 일어서는 기도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났습니다. 연주회의 곡목으로 올라와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켜놓고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