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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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야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건 19살 때였다. 보육원에서의 퇴소가 며칠 남지 않은 날 주저주저 하며 다가온 원장이 조야를 처음 만날 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살밖이 잇짱이 어른이 되고 술집에 나가고 임신을 하고 산탄총에 맞고 출산을 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원장이 토해내듯 쏟아낸 얘기에 조야는 감흥이 없다. 모친이 발 디딘 어두운 세계에 그 어떤 동정심이나 그리움도 일지 않는다. 그가 느끼는 건 오로지 박탈감 그리고 자신이 살았을지도 모르는 어떤 인생을 빼앗겼다는 상실감과 분노뿐이다.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범인이 출소했는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해서. 그 알지 못함으로 인해 원한을 갚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라고. 무언가를 알았다면 기필코 칼을 들고 찾아가 찔러 죽일 자신을 아니까.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본인이 사이코패스임을 알게된지도 벌써 십년이 다되어간다. 내 것이라 생각한 여자애가 성희롱을 당했을 땐 그런 짓을 저지른 인간의 집에 불을 질렀다. 아끼는 오토바이를 둘러찬 놈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깨부신 적도 있다. 더 어릴 적엔 시설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친구의 얼굴을 뜨거운 군고구마로 짓이기려 했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선생의 차에 폭약을 숨기기도 했다. 누구를 다치게 하는 행동이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공포는 조야에게 너무나 막연해서 그는 두려움으로 초조해지거나 가슴이 뛰어본 일 조차 없었다. 그런 그가 살인을 저지른다. 죽이고 싶었던 적은 있어도 실제로 죽인 적은 없었는데. 시설 친구인 우동의 아버지, 그가 모친 살해범임을 알고 죽이고 돌아오는 길, 설마하니 이 일이 연쇄 살인의 시작이 될 줄은 정말이지 알지 못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버린 걸까. 조야는 처음으로 살해사건이 벌어지기 전, 평범하고 지루하며 심장도 느지막히 뛰던 그 때가 나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를 만나기 전, "그"를 몰랐던 그 날, 공포를 몰랐던 그 순간이 그립다고도.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투명 카멜레온"의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이다. 호더, 페도필리아, 근친, 강박, 히키코모리 등 여러 감정적 결여 또는 과잉에 빠져있는 인물을 그렸던 작가가 이번엔 사이코패스를 선택했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며 폭력적 성향이 높은, 보통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성격 그대로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상투적인가? 초반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상투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조차 조야의 내면과 행위를 묘사하는 담담한 서술에 일말의 공포를 느낀다. 예상치 못한 반전의 꼬리를 물고 난 다음에는? 숨막히는 혼선에 빠져 조야를 쫓아가기도 바쁘다. 반전의 "그"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제공할까봐 리뷰를 쓸 때 얼마나 조심조심했는지 모를 것이다. 미치오 슈스케의 팬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읽을테지만 팬이 아닌 독자들도 성큼 다가온 더위를 쫓기 위해 꼭 읽어야 할 19년 여름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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